지난해 12월 출범한 일본 아베 내각의 양적완화 정책은 전세계적으로 엔화약세를 불러왔다. 엔화약세는 결국 글로벌시장에서 격돌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수출에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완성차업체는 일본 자동차기업의 시장확대 전략과 맞물려 큰 타격을 받았다. 그리고 이로 인해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2월13일 23만500원을 찍은 후 줄곧 하락, 올 1월28일에는 20만원 아래로 추락했다(19만8500원). 기아차 역시 지난해 12월13일 6만1800원에서 올 1월28일 4만9000원으로 20% 하락했다. 특히 펀드와 외국인마저 연말 이후 자동차주를 매도하면서 주가하락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지난 3월 중순 이후부터 현대·기아차의 주가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펀드들도 다시 두 종목을 편입시키고 있다. 지난 3월27일 현대차는 연중 최고치인 22만4000원을 기록했고, 기아차도 연중 최고치에 근접한 5만6900원으로 마감했다.
엔화약세 기조는 아직 변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화약세의 최대 피해주로 지목됐던 현대·기아차의 주가가 살아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럽시장 전반적 부진 속 현대·기아차 점유율↑
우선 해외에서의 판매호조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2월 유럽 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월대비 10.2% 감소한 82만9000대를 기록하며 부진이 지속됐다. 그러나 현대차의 유럽 판매는 전년 동월대비 1.4% 증가한 3만1753대, 점유율은 3.8%(전년 동월대비 +0.4%포인트, 전월 대비 +0.3%포인트)를 기록했다. 기아차는 2만2964대로 전년 동월대비 1.1% 감소했지만 점유율은 전년 동월대비 0.2%포인트, 전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한 2.7%를 기록했다.
특히 BMW 등 유럽 럭셔리 브랜드 및 미국과 일본업체들의 점유율은 전월대비 하락했다. 전반적인 유럽시장의 악화로 인해 매출 상승폭은 적지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신호다.
채희근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 수요부진에 따른 경쟁심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며 "하지만 현대·기아차 유럽 판매는 견조하고, 중국·미국이 호조세에 있어 크게 우려할 사항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김연우 한양증권 애널리스트도 "2월 현대차의 해외 수출판매를 자세히 살펴보면 설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로 전년 동월대비 19% 줄어들었다"며 "그러나 해외공장의 판매동향은 미국과 중국이 각각 전년 동월대비 13.7%와 17.3% 증가하는 등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화되는 환율
엔화약세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생각보다 그 효과가 미미했고, 최근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현대·기아차의 주가상승을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명훈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작년 10월 이후 엔화가 가파른 약세를 보이자 일본 업체와의 가격경쟁이 심화돼 현대·기아차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며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악영향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미국 시퀘스터 발동, 북한 리스크 등으로 인해 1050원대를 바닥으로 상승, 11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최근에도 미국의 경기회복 시그널이 점차 뚜렷해지면서 달러 강세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양적완화 조기종료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원/달러 환율의 급락에 대한 우려는 많이 희석된 상태다.
최대식 BS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원/달러 환율은 다시 하락할 수 있겠지만 이전처럼 급락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하락속도가 완만하다면 자동차업종의 주가가 받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4월 최고 주가 상승률 올린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의 본격적인 주가상승은 4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판매호조와 함께 환율안정 효과가 2분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조수홍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공장 판매가 양호하지만 주간연속 2교대 시행에 따른 국내공장 생산감소 등이 연결매출액 성장을 제한했기 때문에 1분기 실적은 기존 예상치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그러나 2분기부터 자동차 판매가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하고, 환율 상승에 따른 이익개선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1분기 실적은 저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장문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그룹의 주가는 4월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5년간 4월 평균 전월대비 주가상승률은 현대차 17.2%, 기아차 16.3%, 현대모비스 16.7%를 기록했다. 코스피200 대비로도 현대차그룹 월간 수익률은 큰 폭의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시장대비 현대차는 11.9%, 기아차는 11.1%, 현대모비스는 11.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장문수 애널리스트는 "1분기 계절 비수기가 지난 2분기 이후부터 판매 증가 기대심리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4월 초 발표되는 3월의 전월대비 판매 증가는 4월 주가상승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현대·기아차 3월 판매는 계절적 수요 증가와 중국, 브라질 등 신규공장 가동 효과로 전년·전월대비 판매 증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올 4월도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수홍 애널리스트는 "자동차산업에 대한 우려는 주가에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보이며 현대·기아차의 펀더멘털은 시장 우려만큼 약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시장 우려가 경감되는 과정에서 현대·기아차의 밸류에이션은 점차 정상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