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의 수익성보다는 국가경제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혁신적이고 헌신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정책금융이 어떤 방향으로 재편되든 앞으로도 계속 맏형 역할을 할 것이다."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4월9일 취임사에서 강조한 말이다. 그는 임직원에게 "우리경제가 한단계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서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성장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회장은 또 "정보기술의 융합, 벤처·창업 활성화 등은 우리경제의 도약을 뒷받침할 창조경제의 핵심이자 KDB금융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야"라며 "중소·중견기업 지원에 앞장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그의 선임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낙하산 및 자질논란을 비롯해 과거발언을 두고 현 정부와 견해가 엇갈리는 인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아직까지 중앙대 교수직을 유지하고 있어 겸직논란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낙하산·자격논란 이어 '말 바꾸기' 구설수까지
홍 회장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낙하산 인사다. 경기고와 서강대를 졸업한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대학 동기다. 그는 또 지난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경제1분과 인수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현 정권을 잡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이 때문에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박근혜 대통령에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통령 당선 직후 "(금융권 낙하산 인사는)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되고 다음 정부에도 부담이 되는 잘못된 일이라 생각한다"며 "인사기준의 첫번째는 전문성이다"고 밝힌 바 있다.
홍 회장이 자본금 18조원에 이르는 국내 최대 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됐지만 중앙대 교수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은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홍 회장은 KDB금융 회장 선임 직후 한국연구재단 비상임 이사와 한국투자공사 운영위원회 위원직에서 물러났다. 이중 한국연구재단 비상임 이사 자리는 KDB금융 회장에 내정되면서 스스로 사퇴의사를 밝혔다.
한국연구재단 관계자는 "홍 회장이 지난 4월8일 비상임 이사 사퇴의사를 밝혔다"면서 "그의 사퇴를 받아들이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앙대 교수직은 여전히 꿋꿋하게 지키고 있다. 홍 회장은 현재 중앙대에 휴직계를 제출한 상태다. 만약 중앙대가 휴직계를 받아들일 경우 KDB금융 회장과 중앙대 교수를 겸직하게 된다.
중앙대 인사규정을 보면 교수가 휴직기간에 정부와 공기업에 전속될 경우 직무 겸직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특정 정당이라는 점에서 다소 의구심은 들지만 그가 인수위원 시절 교수 겸직이 가능했던 것도 인수위가 공공성 목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에 대해서는 겸직이 불가하다는 게 중앙대 관계자의 말이다. 문제는 KDB금융이 정부 지분 금융기관이지만 영리가 목적이라는 데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 역시 "KDB금융은 영리를 추구하는 금융기관"이라고 인정했다.
중앙대 관계자는 "KDB금융의 경우 국책은행이 맞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두는 기관이라서 (겸직여부를) 논의하고 있다"면서 "(홍 회장과 같은) 사례가 많지 않아 내부적으로 휴직서를 받아들여야 하는지, 사표를 받아야 하는지 애매하다"고 난감해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겸직 문제는 (홍 회장의) 개인 문제"라며 "우리가 해명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자격시비도 여전하다. 홍 회장은 1975~1976년 한국은행 조사2부에서 고작 1년만 근무하고 중앙대 부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삼성카드 사외이사와 NH농협금융 사외이사 및 이사회 의장을 맡은 것이 금융권 경력의 전부다. 사실상 금융권 실무경험은 없는 셈이다. 특히 NH농협금융 이사회 의장 시절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 겸임 논란이 불거져 도중 사퇴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이처럼 수십년전 근무한 짧은 금융권 근무 경력과 사외이사 역임만으로 국가 최고의 금융기관을 이끌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는 게 논란의 중심이다.
그의 '금융관'과 '말 바꾸기'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홍 회장은 지난 2008년 <왜 금융선진화인가>라는 제목의 공동 저서에서 금산분리에 대해 "금융산업 발전의 족쇄"라고 강한 논조로 비판했다. 그는 "금산분리는 내국인보다 외국인을 우대하는 불공평한 제도"라면서 "금산분리 원칙을 계속 고집하면 우리 금융산업의 조속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뒤늦게 논란이 일자 홍 회장은 "과거 금산분리와 관련한 내 견해는 금산분리가 완전히 필요치 않다는 게 아니고 완화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KDB금융號 어떻게 이끌까?
"IPO(기업공개)가 됐든 장외로 넘기든 (매각을) 하지 않겠다."
홍 회장의 취임으로 눈에 띄는 KDB금융의 가장 큰 변화는 민영화의 백지화를 꼽을 수 있다. 그동안 MB정부와 금융위원회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KDB금융 민영화 방안을 내놨지만 사실상 모두 실패했다. 이 때문에 홍 회장은 아예 민영화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산업은행을 예전의 정책금융기관으로 되돌리기 위한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민영화를 전제로 분리된 정책금융공사를 포함해 수출입은행, 신용·기술보증기금, 무역보험공사 등 정책금융기관 재편을 위한 논의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KDB금융 회장이 다시 총재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민영화가 백지화됨에 따라 산업은행이 투자은행으로 전환하기 위해 출시한 다이렉트뱅킹 등 소매금융도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현재 다이렉트뱅킹 예수금은 10조원에 육박한다. 따라서 소매금융 확장을 위해 선발한 고졸직원 98명도 입지가 취약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홍 회장의 취임으로 KDB금융 내부는 기대와 우려가 섞여 나오고 있다"면서 "낙하산 인사라는 불명예를 떼기 위해 앞으로 그가 어떤 행보를 하게 될지 사뭇 궁금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