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행보에 보험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 수장의 행보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최 원장의 경우 이전과는 다르다.
보험전문가로 잘 알려진 최 원장이 보험사 민원 감축과 신뢰도 제고, 규제 완화 등을 잇따라 실시하자 보험업계가 불안감과 동시에 기대감을 보이고 있는 것.
최 원장이 '보험민원 50% 감축' 카드를 들고 나왔을 때 '무작정 줄이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인 업계는 구체적인 청사진이 그려지자 필요한 제도라는 점에서 일단 수긍하고 있다.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금감원 최초로 내부에서 승진한 최수현 원장은 보험산업에 대한 이해가 매우 높은 인물이다. '완벽주의자' 성향이 짙은 그는 금감원 수석부원장 시절부터 기획과 인사, 총무와 함께 보험감독 분야를 담당한 '보험통'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나온 보험회사 위험기준 자기자본(RBC) 제도 해설서 전면 개정판에는 당시 수석부원장이던 최수현 원장의 서명이 들어가 있다.
◆"불만 많지만 어쨌든 필요한 일"
지난 3월 취임한 최수현 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보험업계에 민원을 50% 이상 감축하라고 지시했다. 최 원장은 매월 금감원 임원회의를 통해 소비자의 불편을 초래하는 애로사항이나 불편사항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전 권역 담당임원이 참석하는 민원점검의 날을 신설했다. 여기에 민원감축을 위한 대책을 전담하는 조직도 만들었다.
최 원장의 의지에 따라 지난 5월29일 금감원은 제1회 '민원점검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최 원장을 비롯한 전임원이 참여했으며 소비자 피해 유발 요인과 일본의 보험금 미지급 해결사례에 관한 조사출장 결과에 대해 토론했다.
이 자리에서는 또 보험사 민원감축의 모범사례로 KB생명이 소개됐다. KB생명은 민원접수부터 처리현황을 매일 CEO에게 보고하게 해 임직원의 적극적인 민원감축 노력을 독려했다. 또한 매월 21일 정기적으로 민원업무 프로세스를 점검해 민원업무 처리의 전문성을 제고했다.
금감원은 지난 5월3일 조직개편을 통해 '보험영업검사실'을 신설했다. 보험민원 발생요인을 보험판매 현장에서부터 파악해 사전에 예방한다는 방침이며 특히 보험대리점 등 보험상품 판매채널의 불건전 영업행위를 집중 감시하기로 했다.
최 원장의 민원감축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대해 업계는 "불만은 있지만 산업발전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수긍하고 있다. 대형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최 원장의 발언 이후 블랙컨슈머 양산 등 비현실적이지 못한 계획이라는 불만이 있었지만 보험분야가 다른 분야에 비해 민원이 많이 발생한다는 전제 하에서 보면 이러한 노력이 필요한 것만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신뢰도 제고는 민원감축에서부터…
최수현 원장이 실권을 잡은 이후 금감원은 '보험산업 신뢰도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이름은 신뢰도 제고 방안이지만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초점은 역시 '민원감축'에 쏠려있다. 상품에서부터 체결, 유지, 지급, 대외까지 보험산업의 전 과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진단비 약관에도 제3의료기관에 재심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분쟁 발생 시 보험사와 소비자 간의 협상절차를 마련했다. 의료기관의 중립적인 의견을 통해 불필요한 민원발생을 억제하고 신속한 보험금 지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질병특약 보장이 지나치게 세분화됐거나 소비자에게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와, 보장하는 질병과 상품명이 불일치하는 특약도 정비하기로 했다. 소비자의 혼란을 방지해 민원을 유발하는 특약을 개발단계에서부터 제한해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상품요약서 등 보험 안내자료에 주요민원을 반영해 소비자가 상품 선택단계에서부터 어떠한 부분에서 많은 민원이 발생하는지를 알고 가입하도록 했다.
지금까지 소비자는 변액보험 중도해지 시 원금이 손실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했다. 저축성보험을 은행의 적금과 같은 상품인줄 알고 가입했다가 사업비가 차감돼 원금이 줄어들었다는 민원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보험업에서 많이 사용되는 '보상하는 손해의 경우'가 대부분 약관에 별첨으로 첨부돼 있는 '보장하는 질병코드'에 해당될 때만 보상이 가능한데 이에 대한 사전고지가 불충분한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민원사례를 미리 알려 금감원은 보험계약 체결단계에서부터 소비자가 상품에 대한 단점을 인지하도록 해 불완전 판매의 원인을 줄이고 민원 유발 요인을 감소시킨다는 전략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신뢰도 제공방안에는 우수인증설계사 저변 확대 등 '당근' 전략도 포함돼 있어 이를 통해 모집질서가 투명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투자는 적극적으로…숨통 틔워준다
최근 몇년 간 보험업계 최대화두는 저성장·저금리다. 내수시장의 성장이 더뎌 보험에 가입하는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금리도 낮다보니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수익을 올리기 힘든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이러한 와중에 최수현 원장은 규제완화를 통해 투자확대와 수익원 발굴을 지원하고 나서 보험사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5월31일 최 원장은 20개 보험사 CEO와 생명보험협회장, 손해보험협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자산운용 규제완화와 해외진출 지원 등을 통해 보험사의 신성장동력 확보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최 원장은 "소비자 보호와 보험사의 건정성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부담 완화와 지원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먼저 경영실태평가제도 유동성 비율 평가기준 등급구간을 하향조정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400% 이상을 1등급으로 했으나 앞으로는 250% 이상도 1등급을 받게 된다.
RBC비율을 산정할 때 해외채권의 금리 리스크 인정기준 완화도 추진된다. 지금까지는 만기까지 환위험을 헤지한 경우에만 금리 리스크 감소를 인정했으나 1년 이상 해지 시에도 리스크가 감소된 것으로 보기로 했다.
대형보험사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자본과 유동성 여력 등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 시 보수적인 태도를 보인 측면이 있었다"며 "완화정책이 추진되면 좀 더 활발한 투자가 이뤄지고 이를 통해 수익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보험사의 수익확대를 위해 전통시장 대상 화재보험 등 정책성보험 확대를 추진하고 해외환자 유치와 연계한 상품 등 상품개발을 위한 자율성을 확대하기로 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의 수익 창출을 위해 당국이 나서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