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의장의 출구전략 발언으로 인해 글로벌시장이 휘청거렸다.

속칭 '버냉키 쇼크'로 인해 국내외를 비롯한 글로벌시장이 모두 트리플 약세(주식 및 채권시장에서 빠져 나온 자금이 해외로 유출돼 주가·원화가치·채권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는 금융현상)로 빠져들며 바닥을 모르고 추락했다.

지난 6월19일부터 5거래일간 코스피와 코스닥은 폭락했다. 26일 이후에는 이를 벗어나며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아직 투자심리가 완연히 회복됐다고 단정하기에는 일러 보인다.

여전히 글로벌시장에서는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가 높고, 최소한 이로 인한 변동성은 7월 중순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는 7월17~18일 버냉키 의장이 의회에서 증언에 나설 때까지 변동성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 과거 사례로 예상해본 향후 국면은?

버냉키 의장이 올해 안에 양적완화(QE)를 축소하고 나아가 내년쯤에는 양적완화를 중단하겠다고 청사진을 밝힘에 따라 출구전략은 사실상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버냉키 의장이 밝힌 대로 QE에 대한 축소와 중단되는 시점은 분명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 후다. 하지만 문제는 글로벌시장의 플레이어들이 선제적으로 유동성 회수에 나섰다는 점이다. 여기에 흥청망청하던 파티가 끝난다는 심리적인 두려움이 글로벌시장을 짓눌렀다.

일단 필요한 것은 이성을 찾는 것이다. 공포에 가려진 눈으로 냉정한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이전의 QE 축소 사례, 혹은 연준이 완화를 긴축으로 전환했던 사례들을 돌이켜 보면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재 현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미국 연준의 QE 축소국면에 비견되는 과거사례는 지난 1994년 및 1997년, 그리고 2004년의 경우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가장 유사한 사례는 그린스펀 전 미 연준 의장이 통화완화에서 통화긴축으로 전환했던 2004년 사례가 현재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004년 연준의 통화긴축 사례는 세계경제의 위기가 아닌 글로벌 자금의 전환국면"이라며 "2005년 세계경제는 미국과 중국경제의 호조에 힘입어 강력한 경기확장을 보인 바 있기 때문에, 이번 미 연준의 QE 축소가 미국경제 회복을 바탕으로 추진된다면 한국경제는 올 하반기와 내년에 오히려 경기회복세 확대 여건을 맞이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관건은 미국경제가 연준의 예상대로 회복되느냐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 미국경제가 연준의 예상과 달리 침체를 보인다면 한국의 수출회복은 물 건너간다"며 "(미 경제가 계속 침체를 보이면) 연준의 QE 축소 역시 없던 일이 될 것이며, 오히려 추가적인 QE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스피지수 1800선이 붕괴된 6월24일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시황판(사진=뉴스1 양동욱 기자)

◆ 이후의 변수, 포인트는 중국

QE 축소 및 종료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시장을 흔들고 있지만, 더불어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중국이다.

최근 국내증시 급락의 원인을 살펴보면 버냉키 쇼크가 있긴 하나, 그 기저에는 중국에 대한 걱정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글로벌시장에서 미국과 더불어 G2로 불리는 중국경기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태다.

과거 2번의 QE 종료 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났던 특정국가 혹은 지역의 불확실성 고조가 이번 QE3 종료를 앞두고 또 다시 나타나고 있다. 지난 QE1 종료 시에는 그리스 부도 위험이, QE2 종료 시에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리스크가 있었다.

그리고 이번 QE3 종료에는 중국의 금융시장 불안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시장에서는 중국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지표조차 믿지 못하겠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 정도다. 하지만 그 믿기 힘든 지표조차 현재 추락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중국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7.7%에 그쳤다.

물론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확연히 높긴 하지만 두자릿수였던 것이 한자릿수가 되더니 이제 7%대까지 떨어졌다는 점이 중국경제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여기에 지난 6월20일 HSBC가 발표한 중국의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 잠정치 역시 9개월 내 최저치인 48.3을 기록하며 두달 연속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중국증시 또한 최근 급락세를 나타냈다. 지난 6월19일부터 26일까지 상해종합지수는 총 9.63% 떨어졌다. 특히 24일에는 하루만에 109.86포인트 급락하며 2070선에서 1960선으로 폭락하기도 했다.

이재만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중국증시의 급락은 돈이 없거나 은행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며 "중국증시의 급락은 단기자금시장의 경색도를 판단할 수 있는 시보(Shibor)금리(상하이 은행간 단기 대출금리)의 급등과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1개월물 시보금리는 8.5%로 빠르게 상승하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5월 말 시보금리는 4.0%였다.

이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문제는 늘어난 유동성이 효율적인 부문으로 유입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중국 은행들은 담보능력이 우수한 국영기업들에게 낮은 금리로 대출을 제공하지만 담보능력이 약한 중소기업에게는 대출을 꺼리는 관행이 고착돼 있어 중소기업은 그림자금융(비은행권 및 제도권 이외의 대출)을 이용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중국의 단기자금시장 경색이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정책 발표 기대감이 확산될 것인데, 실제로 지난해 5월 1개월 시보금리가 상승세를 보였던 국면에서 중국의 인민은행은 역 RP매입방식을 선택했고 이후 시보금리는 하락 안정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 증시 대응, 저렴한 종목 골라볼까

지난 6월26일부터 28일까지 총 3거래일간 코스피는 4.6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7.92% 급등하며 그간의 낙폭에 반발하는 강한 매수세를 보여줬다.
한동안 출구전략에 대한 공포감에 휩싸여 있던 증시가 반등세를 나타내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안심하기는 힘들다. 불안과 공포는 여전히 유령처럼 증시를 떠돌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증시의 레벨이 많이 떨어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지금이 살 기회가 아닐까.

최근 노종원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 시장에서 매력적인 종목을 선정했다. 주가 급락 이전에 벤치마크(BM)보다 주가성과가 좋았는데 외생변수로 인해 주가가 급락한 종목들 중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으면서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견고하고 재무적으로도 안정성이 높은 종목을 선별한 것이다.

노 애널리스트는 "공포지수(변동성지수)가 역사적 평균을 상회한 국면에서 현재 가격이라면 기업의 펀더멘털이 견고하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되는 종목이 매력적인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밸류에이션 매력도는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미만이면서 PER(주가수익비율)이 10배 미만일 것, 펀더멘털은 PEG(주가이익증가비율)가 낮고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높을 것, 그리고 재무안정성으로는 부채비율이 낮을 것과 주당현금흐름이 직전 3분기의 EPS(주당순이익)의 합보다 클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기준에 맞춰 종목을 선정한 결과 코스닥시장에서는 삼보판지, 케이씨티, 푸른기술, 대원산업, 코메른, 이씨에스, 프리엠스, 신일제약 등이 현시점에서 저렴하고 우량한 종목이다. 코스피시장에서는 동아에스텍, DRB동일, 세이브존I&C, 태림포장, 영화금속, 휴비스, 대영포장, 아세아제지가 우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 채권시장, 당분간 변동성 강화될 듯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중위험 중수익 차원에서 채권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버냉키 쇼크 이후 채권투자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미국의 출구전략 우려와 중국 리스크가 더해지면서 채권시장의 금리가 널뛰기를 하고 있어서다.

미국이 자산매입을 중단, 즉 QE를 멈추는 모습을 실제적으로 보여주기 전까지 채권시장에 대한 심리는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에 따른 변동성 확대도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전문가들은 현시점에서 단기적으로 볼 때 절대금리 자체는 매력적이라고 설명한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헤지수요 증가로 과매도를 보이던 미국채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국내 채권시장의 불안도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채시장의 안정으로 되돌림 성격의 금리하락이 가능하며 글로벌 채권시장 전체적으로 5년 구간의 약세가 심했던 만큼 가격 메리트가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당분간 변동성이 강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요소이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채권시장의 혼란도 정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소영 한양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이벤트가 큰 이슈이고 중장기적으로 접근했을 때 지속적인 채권금리 상승 요소가 될 것"이라면서도 "중국의 유동성 경색은 단기적으로는 혼란을 야기할 수 있지만 결국 채권금리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반영된 미국 이슈보다는 중국의 이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절대금리 레벨도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가격 메리트가 존재하며, 특히 스프레드가 과도하게 벌어진 것에 대한 되돌림 시도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국내 기관의 심리회복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만큼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도가 잦아드는 시점에서의 매수를 권고한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