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한채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부모세대부터 지속돼왔다. 직장인들은 으레 월급을 모아 내 집 장만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수년 전 부동산시장 호황 사이클이 지나간 후부터는 아파트를 구입할 경제적 능력이 됐음에도 내 집 마련을 하지 않고 전세로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에 따라 주택시장에서 매매가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전세가는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지난해 상반기 53.2%로 10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는 60%에 육박하고 있다.
 
수도권 전체 가구 중 전세가 비율이 60% 이상인 가구는 5년전 3.2%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7월 1주차 시세기준으로 보면 42.8%로 크게 늘어났다(부동산써브 조사). 소형아파트가 많은 수원시 장안구(65.1%), 군포시(64.6%), 평택시(63.1%), 오산시(63.0%), 화성시(62.6%) 등이 60%를 넘었으며 서울에서도 관악구(61.4%), 서대문구(60.7%) 등이 60%를 초과했다(KB부동산).
 
매매가가 높은 지역인 강남구(50.2%), 송파구(52.9%), 강동구(53.1%), 양천구(53.9%), 서초구(54.0%)도 50%를 훨씬 넘는다. 더욱이 강남 3구에는 지은 지 오래된 아파트의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고 이에 따라 전세가가 낮은 아파트들이 많이 포함된 상태에서 나타난 평균 수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과거에는 전세가 비율이 60%를 넘어서면 매매가도 올라가는 경향이 나타났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매매가가 하락한다는 전망이 우세해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거래 자체가 얼어붙어서 건설업종뿐만 아니라 집의 매매, 이사, 수리 등 부동산과 관련된 생업을 하는 서민들은 생계유지가 힘들 지경이다. 이에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아파트 실거주 수요 급증, 왜?
 
아파트 매매가가 침체됐음에도 전세가가 오르는 현상은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매매가 정체현상이 오래 지속되면 내 집 마련이 가능해지는 사람도 늘어나 잠재적 매입수요가 증가한다. 주택공급은 늘어났어도 자가 거주비율은 1980년 58.6%를 최고점으로 2010년에는 54.2%로 감소했다(통계청, 2010 인구주택 총조사).
 
전체주택 중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국적으로 59.0%이며 수도권은 63.3%, 비수도권은 54.5%다. 또한 전체가구 중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가구는 47.1%다. 한국에서는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단독주택, 연립, 다세대주택 등에 사는 사람들도 능력만 된다면 아파트로 옮기고 싶어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주택 전체에 대한 수요 증가율보다도 아파트에 대한 수요 증가율을 더 높게 만든다.
  
또 함께 살던 가족이 결혼이나 기타 사유로 세대를 분리해 따로 사는 것, 소득증가로 더 나은 곳으로 옮기려는 것, 외부에서 사람이 들어오는 것 등도 실거주 수요를 증가시킨다.
 
오랜 기간에 걸쳐 나타난 다양한 외국의 사례를 폭넓게 보면 단순히 인구분포와 주택가격 사이의 상관관계가 일관성 있게 성립하지는 않는다. 인구는 부동산가격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이며, 시중 통화량과 금리를 비롯한 여러 경제변수들이 때로는 더 큰 영향을 주고 인간의 심리도 함께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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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