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이나 100등이나 무슨 차이"… 순위 올라도 "남이 죽 쒀서"

2013년 시공능력평가 결과가 발표됐다. 성적표를 받은 건설사들은 명암이 엇갈렸다. 순위가 상승한 건설사들은 미소를 지은 반면, 순위가 떨어진 건설사들은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건설업 시공능력평가제도는 건설업체의 공사실적·재무상태·기술능력·신인도 등을 종합평가해 공시하는 제도로 발주자가 적절한 건설업자를 선정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사실상 건설사들의 현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다.

대한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시공능력평가는 단순하게 실적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부분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성적표인 만큼 매우 중요한 평가자료로 활용되된다"면서 "순위가 떨어진 업체는 무엇이 문제였는지 원인을 파악해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고, 순위가 오른 업체는 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엎치락뒷치락 자존심 걸린 'Top10 경쟁'

전국 1만218개 종합건설업체의 시공능력을 평가한 결과 현대건설이 5년 연속 왕좌를 굳건히 지킨 가운데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빅3' 자리를 고수했다. 지난해 6위였던 대림산업은 2005년 이후 8년 만에 4위 자리를 탈환했으며, 해외시장에서 강세를 보인 SK건설과 한화건설도 약진했다.

반면 상반기 '어닝쇼크'의 주인공 GS건설과 지난해 수주물량이 감소한 두산중공업, 현대산업개발 등은 순위가 떨어지며 자존심을 구겼다.

평가 결과 가장 눈길을 끈 변화는 GS건설의 하락세다. GS건설은 지난해 1분기 대규모 영업손실을 낸 여파로 지난해 133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전년대비 60% 이상 감소하며 4위에서 6위로 내려앉았다. 시공능력평가액은 8조4904억원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우려스러운 부분은 GS건설이 올해뿐만 아니라 지난 2011년부터 순위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소위 말하는 '톱5'에서 밀려났다는 점도 재개발 등 민간공사 수주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GS건설 관계자는 "실적부진으로 상반기 적자를 내다보니 이번 시평 순위도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신임 사장이 여름휴가도 가지 않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만큼 곧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며 "자이 브랜드 파워가 있는 만큼 민간공사 수주에 있어서도 시평순위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류승희 기자
◆호반·부영 등 중견업체 급부상 '눈길'


10위권 밖 중견·중소기업 중에서는 몇몇 업체들이 급부상하며 발군의 능력을 발휘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무려 38계단이나 수직상승한 부영주택의 약진이 경이롭다. 경기침체 속에서 안정성 있는 임대사업에 집중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난해 세종시 등에서 잇따라 분양에 성공한 중흥건설은 이번 시공능력평가에서도 전년보다 14계단 뛰어오르며 성장세를 과시했다. 호반건설 역시 전년대비 순위를 8계단 끌어올려 기염을 토했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부진의 늪에 빠진 주택사업에 집중해 이뤄낸 성과여서 더욱 호평을 받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대기업들조차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아 해외로 눈을 돌리는 와중에도 꿋꿋하게 주택사업에서 이 같은 성적을 거둔 것은 대단한 저력"이라며 "새롭게 떠오른 호반·중흥 등이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전에도 몇몇 업체들이 두각을 보였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무너진 선례가 있다"며 "시평 순위가 오르고 회사가 커질수록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일부 대기업 계열 업체들의 선전도 눈에 띈다. 삼성그룹의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3년간 순위가 '47→36→28위'와 '21→15→11위'로 상승했고, 현대차그룹 계열의 현대엠코 역시 '23→21→13위'로 8계단이나 뛰었다. LG그룹의 서브원도 '52→41→37위'로 순위가 지속 상승했다.
 
◆"존폐 위기에 시평 순위가 무슨 소용"

이번 시공능력평가는 현재 건설업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수익성 악화로 순이익이 감소로 돌아선 업체와 워크아웃·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업체들의 순위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통적인 건설업체마저도 하락세를 피하지는 못했다. 특히 경영위기로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가 진행 중인 벽산건설(26→28→35위), 남광토건(39→35→42위), 남양건설(43→52→74위), 신동아건설(34→33→46위), 동일토건(68→67→84위) 등의 순위가 전년보다 크게 밀려났다.

A건설사 관계자는 "업계 분위기가 워낙 좋지 못하다 보니 시공능력평가 결과가 크게 와 닿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현상유지도 힘들어 죽겠는데 1위나, 100위나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이번 평가에서 순위가 상승한 B건설사 관계자도 "다른 건설사들이 죽을 쒔기 때문에 우리 순위가 오른 것이지 딱히 내세울 것도 없고, 회사 사정이 어렵기는 매한가지"라며 동조했다.

최근 정부가 4·1대책 등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오히려 내년 시공능력평가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내년에는 누가 수혜를 받아 강자로 부상할지 그 추이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