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로 재무건전성 악화 진단 잇따라… 신용등급 '부정적' 꼬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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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이랜드 회장의 성향이 잘 드러나는 이랜드그룹의 최근 몇년 간 행보다. 때론 도깨비처럼 예상치 못한 곳에 승부수를 띄우고, 때론 무모해 보이는 사업에 도전장을 던지는 경영자 박성수. 특히 인수합병(M&A)에 유난히 적극성을 보이는 그의 경영스타일은 어느덧 이랜드를, 롯데와 함께 재계에서 '먹성'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만들었다.

중소 패션업체에 불과하던 이랜드는 2000년 이후 본격적인 M&A를 통한 외형 확장에 나선 끝에 2006년까지 20여개의 기업(브랜드 포함)을 인수했다. 이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0여개의 기업을 사들이며 왕성한 식욕을 드러냈다.

최근 몇년 사이 박 회장의 시선은 호텔·레저사업 분야로 쏠렸다. 2011년 이후 계열사인 이랜드파크 등을 통해 인수한 이 분야의 사업체만 벌써 10여개다.

사이판 팜스리조트를 시작으로 이랜드는 PIC사이판, 사이판 COP리조트, 중국 계림호텔, 여행사 투어몰, 충주 수안보 와이키키호텔, 중국 계림호텔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여기에 대구의 향토기업 프린스호텔과 전북 중견기업 코아그룹의 전주코아호텔까지 사들였고, 제주도 애월읍에는 한류와 관광을 결합한 복합리조트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랜드 측 역시 "패션과 유통에 이어 레저사업을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며 박 회장의 '영토확장' 명분을 설명한다. 오는 2020년까지 중국 내에 10여개의 호텔 체인을 개발한다는 청사진도 이랜드의 '자랑거리'다.

◆'진격의 이랜드'…재무구조만 흔들?

하지만 '진격의 이랜드'를 보는 재계의 시선은 썩 달갑지 않다. 우후준순처럼 진행된 M&A가 점차 이랜드그룹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2010년 3조원 수준이던 이랜드그룹의 부채는 지난해 말 5조원을 넘어섰다.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이랜드월드의 부채비율만 지난해 기준 369.9%다.

호텔·레저사업체인 이랜드파크도 부채비율이 2011회계연도 기준 202.4%에서 지난해 말 229.13%로 다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비율도 50.39%에서 77.85%로 나빠졌다.

이랜드리테일 역시 지난 3월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274.6%, 차입금의존도는 49.4%에 달했다. 핵심 계열사들이 우량과 비우량 판단기준인 '부채비율 200%'와 '차입금의존도 30%'를 넘긴 셈이다.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에 빨간불이 켜진 점도 이랜드를 차갑게 보는 시선의 한축을 이룬다.
이랜드월드는 최근 한국기업평가로부터 신용등급에 있어 '부정적'(BBB+)이라는 꼬리표를 받았다. 벨페, 만다리나덕 등 유럽 브랜드를 인수하고 지난해 해외법인 출자와 점포확장 등에 대규모 자금을 쓴 여파 때문이다. 지난 2년 동안 이 회사의 차입금 증가액은 무려 5000억원대에 이른다.

지난해 '긍정적' 전망을 달며 A급 진입을 꿈꾸던 이랜드리테일의 신용등급도 'BBB+'에 그쳤다. 역시 점포 확장과 계열사 지급보증 등 자금수요가 늘어 차입부담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계열사간 채무보증 '재계 2위'

박 회장의 시름은 계열사 간 제한대상 채무보증에서 이랜드가 최상위권을 차지했다는 점에서도 더욱 깊어진다.

'제한대상 채무보증'이란 대기업집단 금융과 보험회사를 제외한 소속회사가 국내금융기관의 여신과 관련해 국내 계열회사에 대해 행하는 채무보증으로, 공정거래법상 금지대상이다. 해당 기업집단은 이를 해소해야 할 의무가 있다.

공정위가 지난 7월 말 발표한 '62개 대기업집단의 채무보증현황'에 따르면 이랜드는 1696억7700만원으로 계열사 간 채무보증 액수가 한진그룹에 이어 2위로 나타났다.

다각도의 사업확장이 채무보증비율을 높인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그룹의 자금줄로 통하는 이랜드리테일만 해도 최근 대전의 갤러리아 동백점 인수를 위해 2년 만기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사모로 발행했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해 상반기 계열사들에 대여금(568억원), 지급보증(1580억원), 담보제공(933억원) 등의 형태로 모두 3009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NICE신용평가는 지난 3월 '이랜드그룹-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적극적인 M&A로 인한 재무적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이랜드월드·이랜드리테일·중국법인 등 비상장 계열사들의 지분을 이용, 차입금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청년사업자에 '희망' 물먹인 이랜드
 
최근 이랜드그룹은 청년 창업자가 어렵게 개척한 해외제품의 국내 판매권을 '가로채기' 했다는 비난에도 직면했다.

대기업 출신인 청년 사업자 A씨(33)와 B씨(31)는 2011년 해외 브랜드 수입·유통회사를 차린 후 지난해 12월 미국 컴포트화 전문회사 오츠로부터 향후 5년간 국내 독점판매권을 따냈다. 이후 이들은 갤러리아백화점 등 유명 매장에 해당제품 납품을 시작하는 등 2년여에 걸쳐 사업을 키워 지난해 연 매출 1억원 정도였던 회사를, 올 들어 월매출 1억원대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 5월 오츠로부터 일방적으로 판권계약을 해지 당하고 말았다. 이랜드가 오츠를 인수하면서 한국 판권자와의 계약해지를 원했다는 게 숨은 이유였다. 당시 이랜드그룹은 자회사인 이랜드 USA홀딩스를 앞세워 오츠 지분 90%를 약 100억원에 인수했다.

A씨와 B씨 입장에서는 거대자금을 앞세운 대기업 이랜드에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어렵게 키워낸 오츠의 판권을 고스란히 내주게 된 꼴이다. 그러나 정작 이랜드 측은 "(오츠가) 이전 판권계약을 해지한 후 진행한 정상적인 M&A"였다며 게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