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불평등, 그 중에서 경제적 불평등은 전 세계적인 이슈다. 이는 그저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시장의 힘과 정치적 권모술수가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생겨난다. 자본주의는 오랜 기간에 걸쳐 사회의 나머지 구성원들을 희생시키면서 상위 계층에게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움직여 왔다.

이를 해결할 방안은 있을까. 물론 그렇겠지만 경제적 불평등과 정치적 불평등이 긴밀하게 결합돼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대안들이 채택될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될까.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불평등의 대가>에서 현재 불평등이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지, 그리고 이런 불평등을 초래한 방식이 어떻게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는지 명료하게 보여준다.

불평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시장만이 아니다. 오늘날 존재하는 불평등의 대부분은 정부 정책, 즉 정부가 한 일과 정부가 하지 않은 일의 결과다. 현대 경제에서는 정부가 게임의 규칙을 결정한다. 즉 무엇이 공정한 경쟁인지, 무엇이 경쟁을 저해하며 불법적인 행위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정부다. 정부는 조세 제도와 사회 복지 지출을 통해 소득도 재분배한다. 그리고 상속세와 무상 의무 교육을 통해 부의 역학을 변화시킨다.

정부가 이런 기능을 어떤 식으로 수행하느냐에 따라 불평등의 수준은 달라진다. 기업을 통제하는 법률은 기업 경영진의 행동 규범과 기업 경영진 및 노동자, 주주, 채권 소유자 간의 수익 분배 방식을 결정한다. 거시 경제 정책은 실업 수준과 노동자들에게 분배될 몫을 결정하는 시장의 힘에 영향을 미친다. 통화 당국이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높은 실업률을 유지하는 정책을 실시하면 임금 인상은 억제된다. 모든 문제의 핵심에는 정치가 있다.

불평등의 심화는 단지 미국만이 안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거의 전 세계가 불평등이 일으키는 악순환의 소용돌이에 빨려들고 있다. “이 책의 지적과 분석이 가장 잘 들어맞는 나라는 미국 다음에 한국”이라는 선대인 소장의 지적처럼 현재 한국이 처한 사회·경제적 상황은 미국의 그것과 너무나 닮아 있다. 많은 서민들이 주택 가격 폭락과 치솟은 대학 등록금,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 등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복지 확대와 경제 민주화가 정치권과 대다수 국민의 초미의 관심사가 된 데는 그것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불안정해진 현실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현재의 불평등 수준은 완화되기는커녕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것이다. 스티글리츠가 지적하고 있듯이, '기회의 불평등이 존재하는 오늘의 현실은 미래에는 불평등의 수준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불평등이 대물림 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이다. 공교육이 갈수록 그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실에서, 스티글리츠가 우려하는 기회의 불평등은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없는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석학 스티글리츠는 시장을 믿지 않는다. 시장에 대한 맹신을 거두고 정부 및 시민사회가 보다 더 적극적이고 명확한 의지를 가지고 대처해나갈 때 비로소 희망이 생긴다고 말한다. 현실을 직시해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 열린책들 펴냄 | 2만5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