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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업계에선 8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이어지는 시기를 이사와 결혼이 즐비해 전통적인 '성수기'로 여긴다. 이 기간 동안에는 매매가격과 거래량이 다른 때보다 상승한다는 것이 상식으로 통했다.
그러나 몇해 전부터는 가을철 거래량과 매매가격이 비수기로 불리는 여름과 비교해서도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가을 이사철 실종 현상이 특히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전셋값마저 천정부지로 치솟는 바람에 ‘가을 이사철’이란 말은 더욱 무색해졌다. 기존 세입자들이 보증금 대출을 감수하면서까지 재계약을 맺어 살던 집에 눌러앉다보니 이사 수요가 줄어든 건 당연지사. 전세 물량 품귀현상에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대란이 확산될 조짐이다.
◆여름 비수기≧가을 이사철
리얼투데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을 살펴본 결과 가을 이사철이라고 해서 거래량이 큰 폭으로 오르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비수기로 불리는 6~8월 여름보다 거래량이 더 적거나 비슷한 경우가 많았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지난 2008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9월 2343건, 10월 2100건, 11월 1226건으로 6월 6769건, 7월 5110건, 8월 3198건보다 훨씬 낮게 나타났다. 2009년 역시 9~11월 2만524건으로 6~8월(2만4643건) 거래량을 밑돌았으며, 2010년과 2011년도 가을철과 여름철의 거래량 차이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지난해에는 8월 2236건에서 9월 2125건으로 조금 감소한 뒤 10월과 11월로 가면서 4000건대 거래량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며 가을 이사철다운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매매가격 역시 거래량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나타냈다. 부동산써브가 발표한 최근 5년간 서울 매매가 변동률을 살펴보면 2008년 6월(0.3), 7월(0.01), 8월(0.01)에 소폭 상승세를 보이다 9월(-0.08)부터는 11월(-1.17)까지 내리 하락세를 그렸다. 2009년 역시 여름 내내 매매가격이 오름세를 형성했으나 9월부터 주춤하더니 11월(-0.01)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010년부터는 꾸준히 매매가가 하락 중이어서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지만, 그 와중에서도 유독 9월~11월은 마이너스 폭이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팀장은 “어느 때부턴가 가을 이사철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계절에 따른 거래량이나 매매가 변동이 보이지 않는다”며 “오히려 비수기로 불리던 여름에 방학 등의 영향으로 이사를 하는 사람들이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올 가을, 이사 버거워”…차라리 반전세
가을 이사철의 전세 수요 역시 전망이 밝지 못하다.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주택 전세가격은 2008년 말보다 30.98% 올랐다. 같은 기간 매매가격 상승률인 10.21%의 3배에 이른다. 전세가는 2010년부터 꾸준히 고공행진 중이며, 올 들어 상반기에만 2.7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최근 51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통상 여름은 비수기라 전월세 가격이 강세를 보이지 않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가을 이사철에 선뜻 전세로 이사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쉽게 나타나지 않을 전망이다.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을 나타내는 전세가 비율 역시 60%를 넘는 아파트 가구수가 7월 말 기준 전체의 72.5%로 집계됐다. 대체로 전세가 비율이 60%를 넘어서면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돌아서는 것이 통상적인 흐름이었으나 최근에는 매매와 전세시장 사이의 연결고리가 사실상 끊어졌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꺾인 지 오래인 데다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은 원금이라도 보장되는 전세를 바라보고 있지만 이제는 전세 이사 역시 부담스럽다. 대다수 세입자들은 같은 대출을 받더라도 세금과 거래 비용을 들여 집을 사느니 오른 전세 보증금만 부담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전셋값이 전체적으로 오름세기 때문에 이사를 가느니 전셋값을 올려주거나 반전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정부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과 전세 재계약 유행으로 올해는 가을 이사철이 실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8·28 전월세 대책, 단기 효과 발휘할까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 거래가 실종될 조짐이 벌써부터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7월 전세 계약건수는 6만5170건으로 전달보다 2.27% 줄어든 반면 월세는 4만2704건으로 10.9% 증가했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전세 거래량이 3만3376건으로 전 달보다 7.4% 감소했고, 월세는 1만6671건으로 11.9% 늘어 증감폭이 두드러졌다.
전세시장의 경우 물건 자체가 없어 거래량이 줄어들었고, 월세는 집주인들의 월세 전환과 반전세 확대 등의 영향으로 거래량이 늘어난 것으로 국토부는 분석했다.
최근 정부가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전세수요의 매매수요 전환 및 임대주택 공급 확대, 전월세 부담 완화 등을 핵심으로 하는 8·28 전월세 종합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당장 올 가을 이사철의 전세대란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이번 대책의 방점은 대부분 매매 활성화에 찍혀 있고 임대차 수급을 비롯한 전월세 정책은 상대적으로 빈약해 당장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월세시장을 잡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더구나 취득세 영구 인하 등 핵심 대책은 국회 통과 여부에 따라 시행 시기가 늦어질 수 있어 당분간 가을 이사철임에도 불구하고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하반기 수도권 입주 물량은 집값이 작년 동기대비 절반까지도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어서 취득세 영구인하만으로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대거 돌리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가을 이사철’이라는 말이 무색해진 올 가을, 부동산 업계의 걱정이 현실로 나타날지 향후 정부 정책의 '반짝 효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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