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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흠뻑 젖은 채 서울 암사고개를 오르는 프랑수아 봉땅 주한 벨기에 대사의 페달링이 신났다. 비가 벌써 잦아들어 공기가 상쾌하고, 자전거길 시야 또한 좋았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오전, 천둥번개와 함께 쏟아진 폭우로 봉땅 대사의 국토종주 일행들은 새벽을 뜬 눈으로 세웠다. 기상상황이 출발시각인 오전 9시까지 좋지 않다는 소식이다. 저체온 등 안전을 이유로 출발시각을 미루자는 그날 새벽의 분주했던 염려는 기우로 그쳤다. 다섯 개의 수문을 연 팔당댐에 이르자 일행은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기에 바빴다.
가령 폭우 속에선 "비가 오면 오는 대로 그 맛이 있다"거나 32.3도의 때 아닌 가을 더위에는 "팔 좀 그을리면 어때요. 가을걷이 더욱 좋을 텐데"라며 그때그때의 상황을 즐겼다.
봉땅 대사는 속도에 연연치 않았다. 하루 100여km의 강행군 중 사진을 담기 위해 틈틈이 그 무거운 자전거에서 내려왔다. 주변의 자연 역사 문화를 '주'거'간산(走'車'看山)'으로 놓치고 싶지 않아서다.
섬강 영강 밀양강 등의 지천, 원시적인 우포늪, 내려갈수록 고즈넉한 낙동강. 소조령 너머의 마애불, 문경새재, 도남서원, 일선리문화재마을과 낙산리고분군, 쌍암고택, 박진전쟁기념관. 여주의 한 도예공방, 이름 모를 성황당과 당산나무, 달성의 현풍시장 등이 봉땅 대사의 눈과 카메라에 두 번씩 담겼다.
물론 봉땅 대사는 이들의 정성이 담긴 묵밥이며 청국장, 옻닭, 파전과 막걸리 등에 만족해했다.
속도에 연연치 않은 여유로움,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 여기다 한 늙은 종부(宗婦)가 전한 홍삼차 한 잔의 풍성한 인심이 봉땅 대사의 패니어를 가득 채우고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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