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2강으로 꼽히는 신세계가 울상이다. 야심차게 계획한 ‘초우량고객(VVIP) 전용 문화센터’ 건립사업이 내부 자금사정과 계열사 재무구조 악화 등으로 인해 아직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0년 4월 ‘한국 대표 백화점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서울 종로구 평창동 131-1번지 일대 8719㎡(2640평) '수페 갤러리' 공사 부지를 풍림산업으로부터 700억원에 매입했다.

사진=머니위크 류승희 기자

이곳에 국내 최초로 백화점 점포 내부가 아닌 외부에 우량고객을 위한 별도의 전용 공간인 백화점 VVIP 전용 문화센터를 건립할 계획을 세웠다. 종로구청으로부터 인·허가를 받는 대로 공사를 진행해 지하 3층~지상 4층 규모의 수영장을 비롯한 피트니스센터, 갤러리, 카페 등 각종 문화·스포츠시설과 휴게공간을 2013년 상반기 완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까지 공사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공사는 커녕 아직도 풍림산업 CI와 아이원 BI가 새겨진 철재 펜스가 그대로 세워져 있는 등 부지를 인수할 당시의 모습 그대로다.

신세계 관계자는 “원래 복합문화사업이 예정돼 있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잡혀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신세계가 요 몇년 사이 공격적인 투자로 인해 자금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한데다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계열사인 신세계건설의 재무구조 악화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신세계는 최근 몇해 동안 복합쇼핑몰 개발을 위한 부지 매입 등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해 왔다. 그 결과 지난해 3분기 기준 신세계백화점의 유동성자산 총 5425억원 중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79억원 밖에 남지 않았다. 반면 총 차입금은 2조5073억원까지 늘어났다. 차입금과 보유 현금을 고려하면 최고급 자재를 써야만 하는 VVIP 전용 문화센터 건립은 무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룹 오너 이명희 회장(분율 9%)과 이마트(32%) 등 특수계인들이 43%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계열사 신세계건설의 재무구조 악화도 VVIP 전용 문화센터 건립에 걸림돌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매출(개별기준) 4410억원을 기록해 2012년 보다 26% 감소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202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순이익은 적자 규모가 1310억원에 달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세계가 최근 몇 년 사이에 대대적인 투자계획을 세우고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면서 재무여건이 좋지 못한 상황이다”며 “특히 평창동 복합문화 사업의 경우 VVIP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기로 했던 만큼 공사에 들어가는 금액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 VVIP 전용 문화센터의 경우 수익 창출 사업이 아닌 기존에 있던 회원들을 관리하고 홍보하기 위한 이벤트성 사업이다”며 “재무 여건이 좋지 않은 신세계로서는 이곳에 굳이 투자를 할 이유와 여력이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