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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성 행장', '첫 여성 부행장', '첫 여성 임원', '금녀(禁女)의 벽' 등 대한민국 금융권에는 남성과 여성의 영역을 가르는 수식어가 많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런 벽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여성 행장이 탄생하고 금융권의 여성 임원도 점점 늘고 있다. 이제 그 비결에 관심이 모아진다. 차별을 극복하고 당당히 금융권 수장으로, 임원으로 오를 수 있었던 노하우는 무엇일까.
지난 9일 늦은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여성금융인 네트워크 정례모임이 열렸다. 이날 참석자는 80~90명에 달했다. 물론 회원은 모두 여성 금융인이다. 전체 회원수는 100명에 달한다.
이날 모임에서 '금융권의 별'이라는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자리에 오른 권선주 기업은행장, 강신숙 수협은행 부행장, 신순철 신한은행 부행장, 김덕자 하나은행 전무, 이남희 우리금융그룹 상무 등 5명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이들은 여성으로서 겪은 편견과 차별,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을 솔직히 털어놨다.
◇권선주 기업은행장/ 유리천장 깼지만 유리에 갇히다
은행 속담에 '인사는 자신이 한다'는 말이 있다. 그동안 자신이 쌓아온 것이 인사라는 결과물로 나온다는 이야기다.
여성이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먼저 상사에게 예의를 갖추는 염치가 있어야 한다. 산꼭대기에서 보는 풍경과 산 중턱에서 보는 풍경은 너무 다르다. (상사는) 생각하고 고려할 일들이 많다. 능력 여부를 떠나 인정하라. 비록 동기라 할지라도 승진을 했으면 존중해줘야 한다. 다음으로 문제해결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되라. 어떤 분야든 끝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겁내지 말고 도전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강신숙 수협은행 부행장/ 남성의 벽을 넘다
그리고 소매금융과 기업금융 센터장까지 넘봤다. 나의 신조는 'NO PAIN NO GAIN'(고통 없이는 이룰 수 없다)이다. 지점장 시절 스트레스 때문인지 원형탈모증이 생겼다. 본부장 시절에는 초겨울에 직원들과 청계산을 오르다 얼음에 미끄러져 낙산한 적도 있다. 지금도 후유증으로 눈에 실핏줄이 터진다. 하지만 이것도 나만의 벼슬이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결과물이다.
◇김덕자 하나은행 전무/ 스스로 업무를 찾아서 하라
그동안 누구에게 지시를 받아본 일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늘 스스로 일을 찾았고 알아서 처리하려고 노력했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일을 했다. 그래서 '지친다'는 단어를 싫어한다.
준비된 자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온다. 그래서 준비된 자가 되려고 노력했다. 하나은행 첫 본부장으로 발탁되기 전 이곳은 남성을 위한 기회의 장이었다. 여성 임원 비율도 다른 은행에 비해 가장 적었다. 하지만 지금은 경쟁은행보다 약 1.3배 많다. 그런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 준비하라. 그러면 분명히 기회는 온다.
◇신순철 신한은행 부행장보/ 신종플루 지점 문을 닫다
2009년 남부터미널 금융센터장 시절이다. 당시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가 유행할 때다. 처음에는 직원 한 명이 신종플루에 걸렸다. 며칠 지나지 않아 2~3명으로 늘었다. 당시 신종플루는 공포 그 자체였다. 무서운 전염병으로 인식됐다. 고심 끝에 영업점 휴점을 결정했다. 직원이 신종플루에 걸렸다고 솔직히 말하고 영업점 문을 닫았다. 국내에서는 처음있는 일이어서 적잖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후 남부터미널 지점은 더욱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진정성 있는 판단을 고객들이 알아주며 응원해 줬다. 여성만이 가진 따뜻한 카리스마와 정공법으로 지금의 자리까지 오른 것 같다.
◇이남희 우리금융그룹 상무/ 상사의 부족함을 채워줘라
임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상사를 잘 모셨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상사의 부족한 네트워크를 채워주면 그 사람이 어디를 가든 나를 부를 것이다. 이는 곧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면 무조건 잡아야 한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지 말아라.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당신 눈 앞에서 높이 올라가는 로켓이 있다면 목적지를 따지지 말고 올라타라."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이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에게 건넨 조언이다. 두려워하지 말라.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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