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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주주환원 바람이 자사주 매입과 소각으로 확대되고 있다. 증시 활황과 호실적에 힘입어 주주환원 여력이 커진데다 밸류업 계획 이행과 상법 개정 흐름까지 맞물려 자사주 소각이 증권업계 핵심 화두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날까지 국내 상장사들의 자사주 처분 건수는 4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92건을 기록했다.
2023년 38건, 2024년 23건을 기록했던 것 대비 크게 증가한 규모다. 특히 지난해에는 상법개정이 가시화되던 12월 한 달 동안에만 총 34건의 자사주 처분이 이뤄졌다.
이는 최근 상법개정을 통해 상장사들의 자사주 정책이 보유 중심에서 소각 중심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증권사들은 과거 자사주를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재무적 버퍼'(완충재)'나 '중장기적 자본 활용 수단'으로 보유해 왔지만 최근 정부의 밸류업 기조와 상법 개정 등 시장의 선진화된 제도적 흐름에 발맞춰 적극적인 '주주가치 제고'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빠르게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내용을 담은 상법개정안이 시행되며 상장사들은 주주환원 목적의 자사주 소각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주 소각 바람은 증권업계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증권주는 전통적으로 고배당주로 분류됐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고 이익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로 만성적인 저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당 가치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끌어올려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아울러 최근 증시 활황으로 증권사들의 실적 체력이 높아지자 단순 배당 확대를 넘어 자본 여력을 유지하면서도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주들의 주당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자사주 소각이 주주환원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3000억원 규모 자기주식 취득·소각 계획을 내놨다. 미래에셋증권은 보통주 2000억원, 1우선주 100억원, 2우선주 900억원 등 총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기로 했다. 회사 설립 이후 최대 규모다.
특히 1우선주를 자사주 취득 대상에 포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통주뿐 아니라 우선주까지 취득 대상에 포함하면서 보통주와 우선주 간 가격 괴리 완화까지 겨냥한 주주환원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취득한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이번 자사주 취득이 주주가치 제고와 주가 안정, 보통주와 우선주 간 시장가격 괴리 완화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중장기적으로도 자사주 소각을 주주환원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다. 회사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중장기적으로 발행주식 1억주 이상을 소각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단순 배당 확대를 넘어 자사주 소각을 정례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의 대규모 자사주 취득·소각이 다른 증권사들의 주주환원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NH투자증권도 고배당 기조에 자사주 매입·소각을 더하며 주주환원 정책을 다변화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2024년 보통주 약 417만주, 약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했다. 이는 2011년 이후 13년 만에 단행한 자사주 매입·소각이었다.
NH투자증권은 2025년에도 보통주 약 340만주, 약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의결했다. 같은 해 보통주와 우선주에 대한 현금배당도 함께 결정하며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총주주환원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키움증권은 증권사 중 처음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뒤 기보유 자사주 전량 소각 계획을 이행했다. 키움증권은 총발행주식의 7.99%에 해당하는 209만5345주를 2026년까지 3개년에 걸쳐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키움증권은 2024년 70만주를 소각한 데 이어 2025년에는 신규 취득 자사주 35만주를 포함해 105만주를 소각했다. 2026년 3월에는 90만457주를 추가 소각하며 보유 자기주식 전량 소각 계획을 마무리했다.
신영증권도 대규모 자사주 소각 대열에 합류했다. 신영증권은 보유 자기주식 842만2754주 가운데 526만2283주를 소각할 예정이다. 이는 총발행주식의 32.01%, 보유 자기주식의 62.48%에 해당한다.
대신증권도 밸류업 계획을 통해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예고했다. 대신증권은 2026년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총 1535만주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보통주 932만주와 제1·2우선주 603만주를 2027년 상반기까지 6개 분기에 걸쳐 단계적으로 소각한다는 방침이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처럼 기업가치 제고 계획과 연계해 자사주 소각을 반복적으로 실행하는 사례가 늘어날수록 증권업종 전반의 밸류업 기대도 커질 수 있다. 신영증권과 대신증권처럼 보유 자사주 비중이 높은 회사들이 대규모 소각에 나서는 점도 업계 전반의 환원 기준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기주식 취득과 소각은 기업 성과를 주주와 나누는 대표적인 주주환원 수단"이라며 "자기주식제도 개선은 시장의 공정성을 회복하고 주주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법, 자본시장법 등 후속 입법 정비와 기업의 자발적 소각 노력이 뒷받침될 때 자본시장의 신뢰와 기업 가치가 함께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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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윤경 기자
증권부 염윤경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