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4대 금융지주사로는 웰스파고(Wells Fargo), 씨티그룹(Citygroup),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JP모건체이스가 꼽힌다. 이들 금융사는 모두 상업은행 또는 지역은행으로 출발해 증권회사 인수, 신규인가 등을 통해 은행업과 증권업을 아우르는 복합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국내와 다른 점은 모든 금융지주사가 매트릭스제도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복잡한 중간지주회사 및 자회사 구조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그룹의 기능을 사업부문별로 재편하고 각 사업부문에 최고의사결정자를 두는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 사업부문은 최고경영자(CEO), 최고집행책임자(COO) 등에 의해 운영된다.
국내 금융지주사는 미국을 벤치마킹해 법제도를 한국 금융환경에 맞춰 2001년 처음 설립됐다. 금융지주를 통해 글로벌 금융사로 도약한다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이처럼 국내에 금융지주사가 도입된 지 13년이 지났지만, 국내 금융지주 수준은 해외에 비해 어린아이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미국의 금융지주는 어떻게 운영될까.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미국의 대표 4대 금융지주의 현황을 알아봤다.
◆계열사 은행비중 90%… 마찰은 'NO'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가장 눈여겨보는 곳은 웰스파고다. 웰스파고는 지난해 하반기 중국 공산은행, 미국 JP모건체이스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2613억달러)를 차지했다. 미국의 정책금리가 제로금리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과다.
웰스파고의 이 같은 성과가 특히 국내에서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우리나라 금융권에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웰스파고는 전체 계열사 가운데 은행비중이 자산의 90%를 차지한다. 국내 KB금융지주가 은행비중이 88.6%인데 웰스파고의 경우 이보다 비중이 더 큰 셈이다.
중요한 것은 웰스파고의 경우 회장과 행장 간의 마찰이 없다는 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회장과 행장, 그리고 각 계열사 CEO의 역할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웰스파고는 총 5개 사업 라인에 5명의 집행임원을 둔다. 사업라인은 커뮤니티 뱅킹(Community Banking), 컨슈머 렌딩(Consumer Lending), 홀세일 뱅킹(Wholesale Banking), 홈 렌딩(Home Lending), 웰스 브로커리지 리타이어먼트(Wealth Brokerage and Retirement) 등이다. 이 중 커뮤니티 뱅킹, 컨슈머 렌딩, 홈 렌딩 등 소매금융에는 3명의 집행임원을 별도로 둔다.
전통적인 은행업무(리테일 예대업무)는 세 그룹으로 나눠 세분화·전문화하고 실적은 하나로 묶어 집계함으로써 세 그룹의 상호협력을 유도한다. 예컨대 커뮤니티뱅킹 부문은 주로 예금·결제 등 관련 채널 및 영업을 담당하고 컨슈머 렌딩과 홈 렌딩부문은 각각 비부동산(신용카드 등)과 부동산 관련 대출상품 및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는 방식이다.
특히 기업금융과 자산관리조직은 은행 중심으로 구성해 은행-증권 간 발생할 수 있는 갈등 소지를 완화하고 교차판매에 주력할 수 있도록 했다.
흥국화재 윤순구 대표이사 ◆글로벌 진출 유리한 씨티그룹
국내 금융지주 벤치마킹의 모태인 씨티그룹은 글로벌 진출에 유리한 조직 및 운영체계를 자랑한다. 우선 지역·업권·기능별로 복잡하게 얽힌 조직의 기능을 7명의 지역·고객별 CEO와 기타 임원으로 단순화했다. 각 CEO와 임원에게 책임감을 부여함으로써 핵심역할을 담당하도록 한 것이다.
2012년부터는 CEO와 글로벌 소비자 및 글로벌 기관고객을 담당하는 공동 사장을 병렬관계로 배치했다. 고객별 공동 사장과 지역별 CEO가 고객을 분할하지 않고 서로 협조해 각각의 실적 개선을 유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는 각 사업부문이 공동으로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글로벌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데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밖에 IT 등을 관리하는 O&T(Operation&Technology)부문을 회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기능으로 격상하고 COO는 원활한 의사결정을 지원토록 했다.
◆리테일·대기업·중간금융지주 체계적 계열사 관리
2009년부터 3년 연속 세계 1위를 달리다 최근 3위로 밀려난 BOA는 NB홀딩스중간지주와 메릴린치중간지주를 통해 계열사를 관리한다. NB홀딩스중간지주는 주로 은행계열과 카드계열로 구성되며 일부 리테일 증권사도 포함된다. 메릴린치 중간지주는 증권계열로 구성됐다. 2008년 메릴린치 인수 이후 핵심 비즈니스 라인이 6개로 늘었다가 2011년 9월 조직개편을 통해 5개로 재조정됐다.
핵심사업은 ▲예금·카드 ▲모기지 ▲기업금융 ▲자산운용 ▲글로벌 부유층 자산관리 등이며 고객별 공동 COO가 관리한다. 메릴린치 합병 이전 3가지 핵심업무(예금·카드·모기지)를 2가지(예금+카드·모기지)로 재구성하고 기업금융과 자산운용, 부유층 자산관리 등을 추가했다.
JP모건체이스는 은행과 증권(IB), 카드, 자산운용 등 다양한 업권에 걸쳐 총 35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계열사 최다 보유회사다. 우선 35개 계열사를 효율적으로 경영하기 위해 4개 핵심사업 부문에 5명의 CEO를 뒀다. 35개의 업권은 전통적 은행기능과 관계있는 리테일, 대기업, 자본시장 업무와 관계있는 CIB, 자산운용 등 4개 부문으로 축소했다. CIB부문은 2명의 CEO를 뒀다. 특히 소매금융과 기업금융을 단순화해 관리가 용이하도록 했으며 그동안 3개 영역으로 나뉘어 평가받았던 소매금융을 하나의 사업부문으로 일원화했다.
노진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매트릭스조직을 통해 CEO 간 불협화음 없이 효율적으로 계열사를 관리하고 있다"며 "국내의 경우 웰스파고를 벤치마킹해 금융지주체제를 강화하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 매트릭스제도
계열사 내의 동일한 조직업무를 한곳으로 통합하고 조직 간 협업을 유도하는 수평적 조직체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