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영등포구 한 영화관에서 열린 와즈다 시사회/사진=이고운 기자
엄격한 율법과 그 속에서 같은 여성으로서 딸에 대한 사랑마저 화석화한 엄마도 자전거에 오르려는 10세 소녀 앞에 서서히 바스러져 내렸다.



최초의 수식어가 따르는 사우디아라비아 영화 '와즈다(2012)'. 최초의 사우디 여성 영화감독 하이파 알 만수르의 사우디 촬영의 첫 장편영화, 그리고 사우디 최초의 자전거영화 '와즈다'가 지난 18일 시사회를 시작으로 19일 국내 개봉에 들어갔다.



와즈다는 여성들의 사회문화 활동이 엄격히 제한된 사우디에서 주인공 10살 소녀, 와즈다의 유쾌 발랄한, 하지만 애잔한 자전거타기를 그리고 있다. 이 영화를 바탕으로 사우디에서는 여성들이 제한적이나마 자전거를 타게 됐다.



같은 여성이, 나아가 여성 자전거인이 바라 본 와즈다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 18일 시사회에 초대받은 '펄시스터즈'의 여성 자전거인들을 만났다. 펄시스터즈는 바이클로 여성 자전거인 육성 프로그램의 하나다.



와즈다 시사회에 참가한 펄시스터즈의 권혜원, 조수진, 조유진씨(왼쪽부터). 그리고 이미란 바이클로아카데미 원장./사진=이고운 기자
펄시스터즈 맏언니 격인 조유진씨는 "여자이기 때문에 자전거를 못 탄다는 현실에 화가 얼마나 났는지요. 코란 암기대회 등에서 모범생인척 하거나, 하얀 새 신발에 먹칠을 해버리는 등 모든 행동이 자전거와 관련이 있죠"라면서 "특히 아빠 몫까지 반대하던 엄마가 와즈다에게 결국 자전거를 선물했을 때, 그 감동은…"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자전거를 타는 처지라 감정이입이 쉬었다는 조수진씨는 "물론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 못한 건 아니나, 와즈다든 그의 엄마든 여성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는 인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며 사회적 현실을 되묻기도 했다.



'와즈다 언니'가 와즈다를 거들었다. 권혜원씨는 "이 땅에 태어난 게 얼마나 다행스런지요. 그런 상황이라면 나도 와즈다가 되지 않았을까요"라면서 "와즈다의 자전거 타기 하나로 사우디의 모든 것을 본 거 같아요. 그런데 서울국제도서전(코엑스) 사우디 부스에서 와즈다 자전거가 머릿속에 왔다 갔다 하는 이유가 뭘까요"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한편 와즈다는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제67회 영국아카데미', '제42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제32회 벤쿠버국제영화제' 등에서 19개 부문상을 수상했다. 국내에는 지난해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초청됐으며, 공식 개봉을 앞둔 지난 5월 '제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선보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