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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보험금 지급 논란이 국내 생명보험업계를 덮쳤다. ING생명에서부터 시작된 논란은 현재 업계 전반에 걸쳐 있다. 보험사가 고객에게 지급해야할 자살 관련 미지급 보험금이 수천억원에서 수조원까지 달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일단 기존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생명보험사들은 자살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보험금까지 지급해야 한다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다.
생명보험업계에 몰아닥친 자살보험금 지급 논란은 왜 발생했을까. 그리고 그 논란의 핵심은 무엇일까.
◆징계 위기의 ING생명
자살보험금 논란은 ING생명에서부터 비롯됐다. 금융감독원은 ING생명에 대해 종합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ING생명이 자살한 사람들에 대해 재해사망보험금이 아닌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총 90여건이었으며 미지급 보험금 규모는 2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ING생명이 판매한 상품에는 ‘재해사망특약’이 포함돼 있다. 이 특약의 약관에는 가입자가 ‘자살’을 하면 ‘재해’로 판단해 일반사망보험금보다 금액이 많은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ING생명은 재해사망보험금이 아닌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했다.
ING생명은 지난 2010년 4월 자살하더라도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표준약관 내용을 바꿨다. 하지만 이전 가입자들에게는 일반사망보험금이 아닌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이를 어긴 것.
칼자루를 쥐고 있는 금융당국은 당초 자살 조장 등의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 계약자와 보험사를 중재하기로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당국은 보험금을 지급하게 입장을 선회했다.
금융당국의 입장 선회는 기존 판례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7년 대법원은 약관에 오류가 있더라도 보험금은 약관대로 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금융당국은 ING생명에게 경징계와 과징금 부과를 사전 통보했다. 지난 6월26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제재를 결정하기로 했지만 연기됐다.
◆생보사 전체로 확산… 미지급금 얼마나?
문제는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이 ING생명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도 자살 관련 재해사망을 일반사망으로 간주해 보험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한 보험사는 푸르덴셜생명과 라이나생명 뿐이었다.
이 같은 현상은 왜 발생한 것일까. 업계에서는 생명보험사들이 업계 공통으로 약관을 사용하다보니 발생한 자충수라고 보고 있다.
생명보험사들은 종신보험 등 사망으로 인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에 대해 차별이 없는 형태의 약관을 사용한다. 보험금 지급 규모 등에만 차이가 있을 뿐 자살에 대한 보험금 지급 사유 등이 대동소이해 업계가 공동으로 위기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현재 생명보험사들은 자살보험금을 재해가 아닌 일반사망으로 지급했다고 문제제기한 고객들을 상대로 개별 보상을 해주고 있다. 당국 역시 분쟁조정을 통해 60~70%대 보상금을 맞춰주고 있다.
그렇다면 미지급된 보험금 규모는 얼마나 될까. 금융소비자연맹은 약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으며 금융당국 역시 수천억원대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ING생명의 시장 점유율이 4~5%대에 이르는데 이 회사의 미지급 보험금 규모가 200억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대형 생명보험사들의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는 게 보험업계의 중론이다. 금융당국은 미지급 보험금만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체 자살보험금과 관련한 미지급 규모는 중소형 생명보험사의 총자산과 맞먹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자살까지 책임져야 하나… 억울한 보험사들
금융당국은 7월 중 ING생명의 자살보험금 미지급과 관련된 제재를 내린다는 계획이다. ING생명에 대한 제제가 확정되면 다른 보험사에도 공문을 보내 미지급된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지도할 예정이다.
당국이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쪽으로 결정되면서 보험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살한 사람의 보험금까지 추가 지급하는 것은 너무하지 않느냐는 의견이다. 생보사들은 또 보험료 산출에 이용하는 통계에 자살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생명보험사의 사망보험금 지급 관련 상품은 자살에 대해 2년간의 면책기간이 주어진다. 보험증권이 효력을 발휘한 이후 2년이 지나면 자살을 하더라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2년’이라는 기간이 너무 짧고 이것이 자살을 방조할 수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보험 가입 2년 이후의 자살을 보험사고로 인정하는 생명보험 표준약관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자살보험금 지급액은 지난 2008년 916억원에서 2009년 1379억원으로 증가했다. 2010년에는 1563억원으로 늘어났으며 2011년 1719억원, 2012년 1733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김 의원은 “생명보험 가입자의 자살률이 면책기간이 끝난 이후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자살 면책기간을 폐지하거나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생명보험사가 약관대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생명보험사가 표준약관은 표기상의 오류라는 엉뚱한 논리를 펴고 있다”며 “보험계약자에 대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여부는 약관에 따른 지급 의무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보험사가 의도적으로 알고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재해사망보험금에 약관대출이율로 지연이자를 더해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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