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1억400만건의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사고로 홍역을 치렀던 KB국민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가 영업을 재개한 지 2개월여가 지났다. 이들 카드 3사는 영업재개 직후 떠들썩한 마케팅이나 상품광고를 자제하며 차분한 행보를 이어갔지만 최근 들어 독특하고 다양한 마케팅을 앞다퉈 선보이며 떠난 고객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또한 정보유출과 관련된 부정적 분위기를 잠식시킬 구원투수로 '체크카드'를 택하고 다양한 혜택을 장착한 신상품을 연이어 출시하며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다만 정보유출 피해자들의 소송이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는 만큼 원상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 스타 마케팅 통해 '이미지 개선+신상품 광고' 동시에
카드 3사는 본격적인 분위기 반전을 꾀하기 위해 TV 광고를 필두로 마케팅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대중에게 호감도가 높은 스타들을 광고모델로 내세우며 기업의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는 것은 물론 전세를 역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아울러 공익성 캠페인 활동을 왕성하게 펼치며 고객의 감성까지 세심하게 공략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고객들의 마음 추스르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판단에서다.
KB국민카드는 지난 7월12일부터 배우 하정우가 나오는 'KB국민 가온·누리카드' TV광고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광고는 '뭘 해도 된다!'라는 메인카피를 중심으로 배우 하정우가 레스토랑, 카페, 워터파크 등 다양한 카드가맹점에서 혜택을 누리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에 앞서 KB국민카드는 '마음을 씁니다'라는 캠페인 광고 3편을 선보였다. 또한 고객 신뢰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사회공헌 집중 실천기간'을 운영해 마케팅 활동을 재개했다.
롯데카드도 지난 6월부터 '듣다, 바꾸다' 캠페인 광고를 진행 중이다. 광고에서 배경은 대학의 원형 강의실로 방송인 배철수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강의실의 여러 모습이 교차편집되는 가운데 "이곳엔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없습니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당신은 말하고 롯데카드는 듣습니다. 그리고 바꿔 갑니다"라는 배씨의 내레이션을 통해 앞으로 고객의 어떤 불편도 겸허히 듣겠다는 뜻을 영상에 담았다.
NH농협카드는 지난 6월 메이저리거 류현진 선수를 얼굴로 내세운 '쎈 녀석들이 몰려온다'편 광고를 통해 다채로운 혜택으로 중무장한 카드 신상품들을 소개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영업정지가 풀리면서 그동안 잃었던 신뢰와 시장점유율 회복에 나선 것이다. 광고가 끝날 때 즈음에는 류현진이 카드를 던지며 "이런 카드 누가 만들지?"라고 묻자 내레이션이 "NH농협카드"라고 답하며 막을 내린다.
시중카드사 관계자는 "정보유출사고를 통해 카드 3사의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입은 만큼 당분간은 이미지 마케팅에 주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기업의 수익 창출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유명 스타들을 앞세워 신상품 소개에도 박차를 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 정보유출 집단 소송, 여전히 '난제'
이렇듯 카드 3사는 마케팅 강화를 통해 영업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유출된 정보로 인한 고객의 손해배상소송은 여전히 이들 카드사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월30일 기준으로 카드3사에 정보유출 소송을 제기한 건수는 KB국민카드 88건, NH농협카드와 롯데카드 각각 71건으로 집계됐다.
소송 제기자 수는 KB국민카드 9만7000명, NH농협카드 6만5000명, 롯데카드 6만명으로 20만명을 웃도는 상황. 만일 카드사 측이 소송에서 패할 경우 배상해야 할 금액은 최대 1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카드3사는 김앤장 등 대형로펌을 등에 업고 소송전에 임하고 있지만 개인고객의 신용정보까지 유출된 상황적 특수성을 고려해봤을 때 피해자 측이 승소하는 방향으로 무게추가 기운다.
집단소송은 인터넷 카페 30여곳을 통해 진행 중이며 소송을 원하면 이 중 한곳을 선택해 신청하면 된다. 1심 소송비용은 1만원 안팎이며 이때 소송대리인의 신원확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와 더불어 법무법인 바른도 7월 말까지 피해자를 모아 카드3사를 상대로 소송을 낼 계획이다.
◆ 분위기 반전 꾀할 승부수, '체크카드'
카드 3사는 지난해 발급장수가 1억장을 넘어서며 신용카드를 앞지른 '체크카드'를 분위기 반전을 꾀할 승부수로 띄웠다. 지난 2008년 당시 전체 카드 대비 승인금액 비중이 약 8%에 불과했던 체크카드는 올 3월 20%대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급상승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카드 3사도 신용카드보다는 체크카드 신상품 출시에 초점을 맞춰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KB국민카드는 쇼핑업종 할인을 특화해 신용카드가 부럽지 않은 혜택을 담은 '정 체크카드'와 포인트에 특화된 신용카드 '가온카드'를 동시에 내놨다. 올 하반기에는 '훈 체크카드'와 '음 체크카드'를 출시해 체크카드업계 왕좌를 탈환하겠다는 계획이다.
NH농협카드는 해외전용 글로벌 언리미티드 체크카드를 출시한 데 이어 신용·체크카드로 선택이 가능한 베이직카드를 선보였으며 롯데카드는 평일 실적에 따라 주말 이용금액 할인율이 높아지는 '롯데 위클리 체크카드'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