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증권의 불완전판매로 불거진 이른바 ‘동양사태’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이 동양그룹의 분쟁조정 결과를 발표한 것을 두고 ‘동양증권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는 것. 피해자들은 분쟁조정 결정에 대한 재심의를 거듭 촉구하며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연일 시위를 계속하고 있지만, 금감원은 이번 조정 결과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존 사례들과의 형평성을 주장하는 금감원과 동양사태는 이전 사례와 다르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 간 입장차를 짚어봤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동양증권 개인투자자 배상비율 결정을 위한 분쟁조정위원회 결과발표를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동양증권 불완전판매 배상비율을 15~50%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머니투데이 DB

 
◆배상기준 놓고, 피해자-금감원 갈등 

지난 6일 동양채권자협의회는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감원의 동양증권 봐주기가 도를 넘어섰다”며 “위법하고 부당한 이번 분쟁조정 결정을 단호하게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날 협의회는 “끼워 맞추기식 배상이 아닌 사태 진상에 따른 실질 배상을 원한다”면서 “불공정한 산정기준을 즉각 철회하고 재심의 할 것”을 금감원 측에 촉구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31일 동양그룹 불완전판매 관련, 신청 건의 67%에 대해 불완전판매를 인정하고, 피해자별 최종 배상비율은 최저 15%에서 최고 15% 수준으로 확정한다는 내용을 담은 ‘분쟁 조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분쟁조정 대상은 지난 2월까지 조정신청이 접수된 2만1034명 중 조정신청 취하와 소제기 등으로 추가조사가 진행 중인 경우를 제외한 1만6015명에 대해 이뤄졌다. 이들은 1인당 평균 2.2개의 상품에 투자해 총 3만5794건 중 67.2%인 2만4028건에 대해서만 동양증권의 불완전판매가 인정됐다. 금액으로 보면 5892억원에 달한다.

금감원 분쟁조정위는 “이전까지의 불완전판매 관련 법원판례와 분쟁조정례 등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불완전판매 유형 및 정도에 따라 최종 배상배율은 15~50%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동양증권이 불완전판매 피해자들에게 줘야 할 총 손해배상액은 625억원으로 평균배상비율은 22.9% 수준이다.


분쟁조정위가 참조한 법원판례를 보면 위반행위의 정도, 투자자의 투자경험, 지식, 직업, 연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상비율을 20~50% 범위에서 인정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분쟁조정의 사례 중 저축은행 후순위채, 팬오션 회사채 등을 봤을 때 20~50% 정도의 배상비율을 인정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이번 배상비율이 터무니없게 낮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금감원이 동양증권의 불법적 행위를 방조하고 금융감독 의무를 회피했기 때문에 이번 동양사태는 기존의 사례들과는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원일 동양채권자협의회 대표는 “자신들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피해자 구제에 최선을 다한다던 금감원이 정작 배상율 걱정에서는 종전 사례와 형평성을 내세워 배상액을 제시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말했다. 서 대표는 “이는 이미 정해놓은 조정비율에 사안을 꿰어 맞추기 위한 것”이라며 시정을 요구했다.


피해자들은 특히 금감원이 투자자의 투자경험과 투자경력을 이번 배상기준에 감안한 것에 대해 “사안의 본질을 회피하는 부당한 기준”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평균배상비율 22.9% 수준에 대해 “기준으로 삼은 법원 판례와 분쟁조정례의 최저수준의 배상비율을 인정한 것밖에 되지 않다”고 덧붙였다.

◆“기존 사례와 달라야” VS “형평성 고려해야”


이에 대해 금감원 측은 먼저 ‘동양증권 봐주기’ 논란이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감독에 대한 책임 부분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고, 금감원장도 이에 사과를 전했다. 하지만 배상비율에 금감원 책임 부분을 반영하면 동양증권이 이를 수용하겠냐”고 반문하며 “수용하지 않을 시 강제성이 없어 오히려 피해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판례와 이전 사례 등 근거가 있는 합리적 선에서 비율을 조정해야 동양증권도 수용할 것”이라며 “잣대를 임의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측은 ▲투자횟수가 30회를 초과하는 경우 배상하한선을 15%로 낮추어 차별화한 점 ▲조정신청 접수자 중 일부에 대한 조정안인 점 등을 들며 평균배상비율이 22.9%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완전판매 피해자들이 기업회생절차를 통해 발행사로부터 받는 변제금과 이번 분쟁조정에 따라 받는 손해배상금을 더하면 투자액의 64.3%를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기업회생절차에서 법원이 인가한 회생계획에 따라 발행사로부터 5892억원의 약 53.7%인 3156억원과 이번 분쟁조정으로 동양증권에서 625억원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동양증권의 ‘사기’여부를 분쟁조정에 반영하지 않은 점도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사기여부는 감독당국이 아닌 법원에서 판단할 부분”이라며 “현재 관련자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해 이번 분쟁조정은 불완전판매에 한정했다”고 전했다. 이 부분은 추후 법원의 판단에 따라 이번 손해배상 외 추가청구가 가능하다.

한편 동양증권과 불완전판매 피해자들은 금감원의 조정결정을 통지받은 후 20일 내 수락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양 당사자가 조정결정을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된다.

이와 관련해 동양증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이번 발표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각각의 개별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의 결정을 존중한다. 다만 아직 재심의 요청 여부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