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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경제에서 금융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GDP 기준 약 7%다. "금융의 삼성전자가 없다"는 탄식이 나온 지 오래다. 그간 중공업과 IT(정보기술)에 주로 의존해온 대한민국의 '금융체력'을 이제는 키워야 한다. <머니위크>는 창간 7주년을 맞아 세계 금융 격전지에서 묵묵히 대한민국의 금융영토를 넓히고 있는 '금융 전사'들을 찾았다.
은행보다는 금고를 믿는 나라. 스마트폰 사용량은 매년 급증하지만 스마트금융 거래는 거의 하지 않는 나라. 바로 베트남 이야기다.
베트남 국민의 은행에 대한 신뢰도는 높지 않다. 은행거래를 하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20%도 채 안된다. 그들은 수많은 전쟁을 겪으며 제3자(기관)에게 돈을 맡기는 것보다는 현금이나 금을 장롱이나 금고에 보관하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됐다. 우스갯소리로 "은행을 믿는 사람은 바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국내은행을 비롯한 글로벌은행들이 아시아에서 가장 눈독을 들이는 곳이 베트남이다. 이는 국내외 글로벌기업들이 베트남을 아시아 진출의 거점으로 삼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베트남이 제2의 중국이 될 것으로 분석한다. 9000만명이 넘는 인구와 낮은 인건비, 캄보디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과 가까운 지리적 장점, 풍부한 천연자원이 글로벌기업을 유혹한다.
베트남정부가 외국인 투자(FDI)를 적극 허용하는 것도 한몫했다. 실제로 지난해 베트남에 투자한 외국계자본은 142억달러에 달했다. 누계투자금은 2300억달러이며 올해에도 투자금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 시중은행들도 베트남을 기회의 땅으로 여긴다. 신한베트남은행은 현지은행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지점 라이선스를 획득한 다수의 은행들은 금융한류를 전파하기 위한 채비를 마쳤다.
물론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베트남 현지 외국계은행 가운데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HSBC은행, 호주뉴질랜드은행(ANZ) 등과 비교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여기에 국내와 다른 사회주의체제를 이해해야 하고 최근 베트남정부가 대규모 은행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어서 금융환경도 어수선하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에서도 각 시중은행들은 한류금융을 베트남에 전파하는 데 여념이 없다.
지난 9월14∼15일, 기자는 1년 만에 베트남을 찾아 이곳에 진출한 국내은행의 현황을 살펴봤다.
◆하노이에 몰리는 돈, 자유로운 도시 호찌민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1년 사이 하노이는 한국기업의 투자로 활기찬 모습으로 변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하 5층, 지상 65층, 건물 높이 272m 규모로 지어진 '롯데센터하노이'다. 이곳은 지난 9월2일 문을 연 뒤 하노이의 랜드마크로 부상했다. 그동안 하노이를 상징하는 건물은 경남기업이 준공한 '랜드마크72' 빌딩이었다. 하지만 롯데센터하노이가 오픈하면서 사람들의 이목이 롯데센터하노이에 쏠리고 있다. 하노이의 랜드마크가 사실상 한국기업에 의해 만들어지고 바뀐 셈이다.
지난해에는 보지 못했던 세계적으로 유명한 'JW메리어트 하노이호텔'도 지난해 말 오픈했다. 베트남 역사 속의 상징물인 '용'의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호텔은 450여개의 객실과 6개의 레스토랑 및 바를 자랑한다. 지난 9월18일 열린 '제5차 아시아개발포럼'(ADF)도 이곳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곳은 하노이 외곽인 투리엠(Tu Liem) 지역에 위치해 있다. 중심가로 가려면 택시로 10~15분가량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현지전문가들은 앞으로 JW메리어트 하노이호텔 오픈을 시작으로 주변에 다양한 건물이 들어서고 상권도 살아날 것으로 전망한다.
이와는 다르게 베트남 경제수도 호찌민은 큰 변화가 없었다. 호찌민 1군(District)에 위치한 68층 규모의 비텍스코금융타워가 여전히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으며 거리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 행렬도 지난해와 같았다. 베트남에서의 군은 우리나라의 구와 같은 기능을 한다. 호찌민의 경우 총 12개 군으로 나뉘는데 이 중 1군은 우리나라 광화문에 해당한다.
하노이에 비해 자유와 평안이 공존하는 도시 호찌민은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호찌민 1군에 위치한 노트르담성당과 중앙우체국 앞은 여전히 많은 관광객과 현지인의 문화 놀이공간이 돼주고, 해질 무렵 찾아간 사이공강은 변함없이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의 아지트였다. 하노이에 비해 낮은 물가와 자유분방함은 여전히 관광객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투자개발만 놓고 보면 하노이와 호찌민은 다소 대조적이다.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20%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한 삼성전자가 호찌민 동부의 사이공하이테크파크에 가전공장을 건립하기로 했지만 외국자본의 투자는 여전히 하노이에 몰리고 있다.
이는 베트남정부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은행의 한 관계자는 "관광객들이 수도인 하노이보다는 호찌민을 더 많이 찾는 것에 대해 베트남정부가 오래 전부터 고민해왔다"며 "외국기업을 끌어들이고 베트남정부가 적극적으로 투자해 장기적으로 하노이를 경제수도로 격상시키려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베트남은행, 현지은행 인수 추진… 로컬기업 영업 활발
사회주의 국가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외국자본을 허용하는 베트남정부.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베트남경제가 곤두박질치면서 자본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기업을 비롯한 글로벌기업들은 돈을 싸들고 베트남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글로벌기업들이 베트남을 기회의 도시로 여기고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자 로컬기업과 자국기업의 자금줄이 되기 위해 베트남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실제로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은행은 신한베트남은행을 포함해 우리은행, 외환은행, 기업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과 지방은행 등 10여개에 달한다. 국내 시중은행 대부분이 이곳에 진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국내은행의 베트남 진출을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힘들다. 베트남정부가 2011년부터 부실 국영은행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시행 중인데 올해 그 윤곽이 더욱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종합평가를 실시해 D등급을 받은 은행은 우량등급을 받은 은행에 통합시키겠다는 것이 베트남정부의 방침이다. 또한 34개 민간은행 중 일부 은행을 외국계은행에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 국내 시중은행 법인장은 "베트남에는 총자산 1억원도 안되는 소자본 민간은행이 난립한 상태"라며 "이는 베트남정부가 무분별하게 은행 설립을 허용한 결과인데 최근 몇년간 베트남경기가 하락하고 덩달아 부실은행이 급격히 늘어나자 구조조정의 칼을 꺼내든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때문에 베트남은행은 물론 이곳에 진출한 외국계은행들도 다소 긴장하는 눈치다. 베트남정부가 금융규제를 강화할 경우 그동안 베트남에서 어렵게 쌓아온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
반면 일각에서는 이를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점형태인 은행이 베트남 현지 부실은행을 싼값에 인수할 경우 지금보다 외형을 확대시킬 수 있기 때문. 또한 지점으로 진출한 경우 현지법인 인가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은행이 베트남에 진출하는 형태는 정보수집을 위한 사무소, 자국기업에만 영업을 할 수 있는 지점, 로컬영업이 가능한 현지법인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현지법인 인가를 받은 국내은행이 베트남 민간은행을 인수합병(M&A)하는 데 성공할 경우 지점은 물론 현지 중소기업고객 및 일반고객 수를 늘리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론스타와 SC그룹이 외환위기 때 (구)제일은행과 외환은행을 각각 인수한 것과 비슷한 상황인 셈이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2009년 현지법인 라이선스를 획득한 신한베트남은행이다. 신한베트남은행 관계자는 "베트남 지점확보와 고객수를 다각화하기 위해 현지은행 인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일부 베트남 민간은행에 대해서는 실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베트남 감독당국의 관리감독 소홀로 베트남 민간은행이 제시한 서류상 부실금액이 실제보다 다소 축소된 경우가 있다"며 "자칫 현지은행에서 제시한 내부서류만 믿다간 부도위기에 처한 기업의 부실까지 떠안을 수 있어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신한베트남은행은 현재 호찌민과 하노이 등에 설립한 지점만 10개이며 고객 수는 20만명에 달하는데 이 중 70~80%가 로컬 고객이다.
이외에도 우리은행 하노이·호찌민지점과 외환은행 하노이지점 역시 현지 민간은행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은행 관계자는 "글로벌기업들이 앞다퉈 베트남에 뛰어드는 것은 그만큼 성장가능성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며 "기회가 된다면 현지은행을 인수해 한국기업은 물론 로컬기업으로도 영업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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