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오르면서 옷차림이 가벼워졌다. 홑겹의 셔츠를 입어도 견딜 만하고 몸 쓰는 일을하면 제법 땀이 난다. 따뜻한 봄기운 탓에 점심을 먹고 나면 노곤해지기도 한다.
이런 봄날의 나른함이 때로는 기분 좋게 느껴지지만 피로감이나 무기력함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어린아이도 다르지 않다. 조용히 노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거실 소파에 앉아 졸고 있다. 학교에 다니는 큰 아이는 좀 심상찮다.
새 학년에 올라갔고 이제 공부 좀 하나 싶었는데 책만 펼쳤다 하면 유난히 졸음을 못 견딘다. 학교생활에 적응하느라 피곤한가 싶어 일찍 재워도 아침이면 늘 못 일어나고 낮에도 꾸벅꾸벅 졸기 일쑤다. ◆봄 타는 아이, 입맛도 잃고 성장할 기운도 없다
만약 아이가 입맛을 잃고 유독 피곤해하며 안 자던 낮잠까지 잔다면 춘곤증(春困症)일 수 있다. 증상이 심하면 식은땀이나 코피를 흘리기도 하고 한곳에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하거나 멍해진다. 잔병치레를 하기도 한다.
보통 한의학에서는 춘곤증이 단순한 계절 변화 때문이라기보다 기력이 떨어지고 오장육부가 허약하기 때문에 봄을 타는 것이라고 본다.
봄은 일년 중 생명이 약동하고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는 계절이다. 우리 몸 역시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어린 아이들은 키가 크며 활동량이 점차 늘게 된다.
하지만 기력이 없다면 자연의 변화에 우리 몸이 적응하지 못하고 춘곤증을 겪게 된다. 허약한 아이들은 피로감은 물론 식욕부진과 잦은 감기에 시달리고 자칫 성장부진이 올 수도 있다.
특히 봄에는 입학이나 단체생활, 새 학기 등이 시작되기 때문에 달라진 일상, 환경 변화 등 스트레스 요인이 많다. 일교차, 건조한 바람, 황사, 미세먼지 등도 아이 건강을 위협한다. 봄철 아이 건강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피로 덜어주고 기력은 보태야
겉보기에 별 이상이 없는데 아이가 자꾸 졸고 피곤해한다면 몸의 어디에선가 알람이 울리는 것이다. 부족한 기혈을 북돋워 아이가 계절변화에 잘 적응하고 순조롭게 성장하도록 기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수면부족과 만성 피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아이 몸의 기혈이 잘 순환되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우선 책상 앞에 앉아 있기보다 줄넘기, 축구, 스트레칭 등 신체활동을 하도록 하고 족욕을 시킨다. 피로 회복에 좋은 음식도 먹인다. 딸기, 토마토, 당근, 브로콜리 같은 과채, 김, 미역과 같은 해조류, 등 푸른 생선이나 버섯, 콩 등이 좋다.
먹거리나 신체활동으로 기력이 회복되지 않고 여전히 피곤해한다면 보약도 생각해보자. 봄에 먹이는 한약은 봄나물이 가진 효능과 비슷한 것을 쓴다. 백출과 복령 등의 약재가 들어간 한약은 비위기능을 올려서 식욕부진을 해결하고 인삼과 황기 등의 약재가 들어간 것은 허해진 기운을 보강해 쉽게 피로해지지 않는다.
또한 시호와 황금 등이 들어간 한약은 봄에 생기는 온독을 치료하고 간의 열을 내려 봄철 잔병치레에 시달리지 않도록 면역력을 보강해준다. ◆평소에도 자꾸 조는 아이, 또 다른 원인은?
그런데 아이가 봄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평소 자주 졸거나 가끔 정신을 못 차리고 멍하게 있는 일이 잦다면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이다. 낮에 졸음이 오는 경우는 밤에 잠을 못 잤거나 식곤증 때문인 경우가 많다.
아이가 잠자리에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도 늘 피곤해하고 조는 일이 많다면 수면 습관을 점검하자.(과도한 학습에 시달리는 청소년이라면 15분의 낮잠이 머리를 개운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비염, 축농증 등 콧병이 없는지 살핀다. 아이들은 코에 문제가 생겨 코 막힘이 심하면 입으로 숨을 쉬게 되는데 이것은 코골이의 원인이 된다. 입으로 호흡하면 편도와 기도로 드나드는 공기의 압력 때문에 편도가 부어 코골이가 심해지고 수면무호흡증에 시달릴 수 있다.
코 막힘 때문에 입으로 숨을 쉬면 결국 호흡량이 줄고, 이로 인해 몸속의 산소량이 부족해진다. 산소 공급이 떨어지면 오래 누워 있어도 깊이 잠들지 못하고 밤새 충분한 휴식이 어렵다.
특히 요즘처럼 일교차가 심하고 황사와 미세먼지가 가득한 건조한 바람이 불면 비염, 축농증 등의 증세가 심해질 수 있다. 아이가 피곤해하면서 콧물, 코 막힘, 재채기, 코골이, 코피, 코 가려움 등의 증상을 보인다면 코 건강부터 살펴봐야 한다. ◆과도한 학습·스마트폰 사용 안돼~
과도한 학습과 수면부족 때문에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아이도 춘곤증을 겪는다. 피로감이 심해지면 아이는 움직이기 싫어하고 하루 종일 잠을 자려고만 하는데 잠을 오래 자고 누워서 쉴수록 피곤함이 사라지기는커녕 더 심해진다. 몸을 움직이지 않아 기가 정체해 있기 때문이다.
신체활동 없이 장시간 앉아 공부만 하면 우리 몸은 더욱 움직이기 싫어해 피곤한 몸이 될 수 있다. 우리 몸은 적절히 활동할 때 기혈 순환이 원활해져 건강해진다.
또 잠자리에 누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습관은 수면방해, 나아가 불면증을 불러올 수 있
다. 이런 증상은 어른이 더 많이 겪는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아이가 많은데 부모 몰래 밤늦도록 사용하는 일이 없도록 잘 살펴야 한다. 밤에 숙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아이가 개운하게 잘 잤다 싶을 정도로 충분히 재워야 한다.
무엇보다 아이의 이런 습관이 부모에게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피로감을 느끼는 부모라면 적당한 운동을 하고 피로회복에 좋은 음식을 먹고 밤에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TV나 스마트 기기의 불빛은 멀리하는 게 좋다. 온 가족이 함께 건강한 봄을 누려보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