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금융소비자연맹
#. 서울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던 박모씨는 2007년 가게를 양도했다. 이후 밴사는 박씨 가게의 단말기를 회수해 갔다. 그런데 박씨는 2009년 P대부업체로부터 B저축은행의 채무를 변제하라는 우편물을 받았다. 박씨는 카드단말기 할부금융 대출을 신청한 사실이 없다며 어떤 미납금도 없다는 내용증명을 P업체에 발송했다. 한동안 연락이 없다가 올해 K신용정보사로부터 다시 채권추심을 받았다. K신용정보사가 전달한 대출서류는 박씨에게 생소했다. 필체부터 달랐다. 박씨는 H저축은행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막무가내로 상환해야 한다는 답변만 들었다.

#. 대전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김씨는 할부금융을 이용한 것도 모른 채 카드가맹점 관리비 명목으로 매달 1만1000원씩 밴사에 냈다. 그러다 2011년 10월 폐업으로 사용하던 카드단말기를 밴사에 반납했다. 이후 A저축은행은 미납된 8개월분의 원리금을 내라며 김씨를 독촉했다. 황당한 김씨는 민원을 제기했다. 그제야 A저축은행은 ‘없었던 일로 한다’(채무부존재)고 김씨에게 전했다. 그런데 A저축은행은 이 채권을 O대부업체에 매각했고, 대부업체로부터 회수수임을 받은 K신용정보사는 김씨에게 상환을 독촉하고 있다.

저축은행들이 밴사를 통해 ‘카드단말기 할부금융상품’을 무료인 것처럼 가맹점주에게 팔고 휴폐업 시 부실채권으로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저축은행들이 추심 대부업체에 매각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27일 금소연에 따르면 신용카드가맹점을 모집, 교육 및 관리를 하는 밴사는 카드 단말기 이용 건수에 따라 건당 70~120원의 수익을 얻는다. 그런데 밴사가 가맹점에 단말기를 무료로 설치해 준다며 사실상 임대로 처리하고 AS, 매출전표 수거, 용지 공급 등의 명목으로 관리비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맹점주가 카드단말기를 설치하려면 가맹점 신청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밴사가 카드사 가맹점신청서, 카드매출 입금 통장 신청 서류 등에 할부금융 서류를 끼워 넣어 ‘무료’인 것처럼 가맹점주에게 설명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맹점주에게 36개월 원리금 균등상환의 대출이 발생한다. 밴사는 카드 값을 일시에 챙기면서 가맹점주에게는 관리비 명목으로 할부금융 원리금을 챙길 수 있다.

저축은행도 손해 볼 게 없다. 밴사로부터 대출서류를 받은 저축은행은 할부 금융을 취급할 수 있다. 밴사가 저축은행 할부금융을 이용해 카드단말기를 판매하기 때문이다. 즉, 저축은행은 저리의 가맹점 매출 입금 통장을 유치할 수 있고, 밴사는 단말기 대금을 일시에 회수할 수 있는 셈이다.

할부금융의 불완전판매는 할부기간 중에 가맹점주가 휴·폐업하거나 사업장을 양도한 경우 발생한다. 원리금 미납으로 부실채권이 되거나 민원을 제기해 잔여 채무가 면제된 채권까지 대부업체에 매각돼 채권추심을 받는 피해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소연은 무료인 것처럼 카드단말기를 판매한 밴사와 이를 통해 할부금융을 취급한 저축은행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강형구 금소연 금융국장은 “저축은행이 불완전판매한 할부금융을 팔고 무분별한 채권추심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이를 철저히 전수조사해 불공정한 영업 행위를 규제하고 피해를 입은 소비자를 구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