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투데이 DB
중앙대학교 재단 신임 이사장에 김철수 전 세종대 총장이 선임됐다. 박용성 이사장이 지난 21일 '막말 이메일' 파문으로 사퇴한지 6일 만이다.

재계에선 박 전 이사장이 논란의 책임을 지고 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두산중공업 회장과 대한체육회 명예회장직에서 사퇴했지만 두산가에서의 권한은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대를 비롯해 두산그룹 전 계열사에 박 전 이사장의 형제들이 이사진으로 포진돼 있어서다.

따라서 새로 선임된 김 신임 이사장 역시 중장기적으로 박 전 이사장이 추진한 중앙대 구조조정 방침을 승계할 것으로 관측된다.

학교법인 중앙대학교는 지난 27일 이사회를 열고 김 신임 이사장을 만장일치로 선임했다. 당초 이사회는 오는 30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박 전 이사장의 사퇴로 사흘 앞당겨 열렸다. 김 이사장은 김영삼 정부 때 상공부 장관을 지냈고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차장, 세종대 총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당분간 중앙대 내부 조직 추스르기에 집중할 전망이다. 검찰이 MB정부 시절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지낸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과 박용성 전 이사장을 소환키로 가닥을 잡은 만큼 중앙대 교수·학생·교직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결속을 다지는데 심혈을 기울일 전망이다.

그는 이사장 선임 직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면학분위기를 안정시켜 지속적으로 학교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총장을 중심으로 교수와 학생, 교직원이 단합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중앙대 내부에선 수장만 바뀌었을 뿐 당초 박 전 이사장이 추진한 개혁 드라이브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9명의 이사진 가운데 절반 이상이 친(親) 두산 인사다. 이들은 대학교 경영은 물론 인사권까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우선 박 전 이사장의 동생인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과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이사직을 그대로 유지한다. 여기에 이사진이 임명한 이용구 중앙대 총장과 조남석 두산엔진 부사장, 이병수 두산기계 사장 등 5명이 직간접적으로 두산에서 내세운 인물이다.

이를 두고 박 전 이사장에 반기를 들었던 중앙대 구성원 사이에서는 "그동안 박 전 이사장의 막말 이메일로 논란이 컸던 만큼 구조조정 속도는 줄어들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박 전 이사장은 지난 2010년부터 중앙대 학과 구조조정 개혁을 시도했다. 2010년 종전 18개 단과대·77개 학과를 10개 단과대 46개 학과(부) 체제로 바꾸고 2011년엔 가정교육과를 폐과했다.

2013년에는 비교민속, 청소년, 아동복지, 가족복지 등 네 개 전공을 폐지했고 올해 2월26일 네번째 학사 구조개편 선진화 방안이라는 이름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교수들에게는 성과방식 등 기업경영방식을 도입했다. 2010년 전체 교수를 S, A, B, C 등급으로 분류해 연봉인상률에 차등을 두는 방식을 도입했는데 최고등급과 최저등급 간 연봉과 성과급 인상비율은 최대 6.6%까지 차이가 났다.

지난해에는 연구업적 평가 결과 C등급을 받은 교수 4명에게 정직 등 중징계 처분을 내리고 성과급의 차이를 넘어 징계까지 가능토록 해 파문을 낳았다.

이처럼 구조조정이 '불도저 식'으로 추진되면서 학내에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박 전 이사장이 구조조정 추진을 반대한 보직교수 20여명에게 막말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었다. 박 전 이사장이 보낸 이메일엔 "인사권을 가진 내가 법인을 시켜서 모든 걸 처리한다. 그들이 제 목을 쳐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 가장 피가 많이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내가 쳐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