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부업계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내몰린 양상이다. 현재 연 34.9% 수준인 법정최고금리가 올 연말 추가 인하될 것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 TV를 통한 광고 시간까지 제한되는 등 전방위에 거쳐 무차별적인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이처럼 업계 사정이 악화일로를 걷자 등록 대부업체 운영을 포기하고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편입하는 대부업자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대형 업체는 금리가 더 떨어져도 어떻게든 살 방법이 있겠지만 우리처럼 규모가 작은 업체는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다”고 항변한다. 대형 대부업체 역시 금리가 지속적으로 인하됨에 따라 대출 심사기준을 전보다 강화하는 추세다.

문제는 이처럼 대부업체들이 궁지에 몰릴수록 그 피해가 금융소외계층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대출 심사기준이 까다로워질수록 저신용자 사이에 대부업체 이용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또 불법 사금융으로 편입하는 업자들이 늘게 되면 이로 인한 피해규모도 더욱 증가하게 된다.

◆사면초가에 내몰린 대부업계

현재 대부업계는 금리인하, TV광고 제한 등의 난관에 직면해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8일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는 대부업체의 광고시간을 골자로 한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가결 처리했다.

해당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대부업 광고는 오전 9시~오후 1시 사이와 밤 10시 이후부터 새벽시간대에 한해 방영이 허용된다. 청소년들이 대부업 광고를 반복 시청할 경우 그릇된 경제상식을 심어주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대출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개정안은 오는 30일 전체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연 34.9%) 역시 낮춰질 가능성이 크다.

대부업체 법정 최고금리 일몰이 올 연말로 종료됨에 따라 금리 인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대부업의 이자율 상한을 25%로 제한하자는 내용의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금융당국도 앞장서서 대부업계의 금리인하를 종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대형 대부업체를 중심으로 현 대부업체의 금리 적용수준이 적절한지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금감원은 기준금리가 1.75% 수준으로 떨어져 대형 대부업체의 조달금리가 최대 연 4~5%까지 낮아진 상황에 대출금리의 변화가 없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 금리체계의 정당성을 들여다 볼 예정이다. 특히 고객 신용등급과 무관하게 법정최고금리를 적용하거나 또는 최고금리에 근접한 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 집중 점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등록 대부업체, 저신용자들에겐 '최후의 보루’

이처럼 대부업계의 사정이 갈수록 악화됨에 따라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저신용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금리 인하 여파로 제도권 금융의 마지막 계단인 대부업마저도 이용할 수 없게 되면 저신용자들은 불법 사금융 시장에 내몰리게 된다는 것이다.

대부업체 주거래 고객의 대부분은 6~10등급의 저신용층이다. 이들은 대부분 시중은행은 고사하고 저축은행에서도 대출을 거절당하는 사람들이다. 등록 대부업체는 금융권에서 마지막으로 저신용자들을 흡수하는 '스펀지' 역할을 한다.

하지만 대부업체들이 대출 문턱을 높임에 따라 이마저도 이용이 여의치 않게 되면 이들은 결국 불법 사금융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다. 실제로 대부업계는 갈수록 심사기준을 강화하는 추세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부업체 평균 승인률은 23.9%에 머물렀다. 즉, 10명이 대출을 신청하면 8명은 돈을 빌리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재선 대부금융협회 사무국장은 "대부업 최고금리상한 제한으로 금리가 떨어지면서 대부업체도 대출문턱이 전에 비해 높아졌다"며 "대부업체에 심사요청이 들어온 대출건수 중 실제 승인이 이뤄지는 건 5건 중 1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편입하는 대부업자들도 늘고 있다.

한 중소 대부업체 대표는 “법정 최고 금리가 지금보다 더 떨어지게 되면 (대부업을) 접을 생각도 하고 있다”며 “조달금리 등에서 대형대부업체에 비해 어려움이 큰 상황에 금리가 더 떨어지면 (대부업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고 푸념했다.

지난 4년 새 법정 최고금리가 단계별로 인하됨에 따라 대부업체 수는 40% 가량 쪼그라들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등록 대부업체 수는 8600여 개로 나타났다. 이는 4년 전인 2010년 말의 1만4000여 개보다 38%가량 쪼그라든 수준이다.

이처럼 대부업체 폐업이 속출하는 이유로 금융당국은 2002년 연 66%로 설정된 법정 상한금리가 네 차례에 걸쳐 34.9%까지 낮아지면서 중·소 대부업체의 경우 폐업을 하거나 불법 사금융 업체로 바뀌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했다. 만약 올해 말 최고금리 인하가 또다시 이뤄질 경우 이같은 움직임을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대부협회 관계자는 “만약 지금보다 최고금리가 더 떨어지게 되면 등록 대부업체 중 상당수가 불법 사금융 업체로 돌아설 것”이라며 “불법 사금융 시장이 활성화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 취약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