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도입이 원활히 진행되기 위한 선결과제로 꼽혔던 ‘은산분리’ 규제가 파격적인 수준까지 대폭 완화됐다. 산업자본인 비금융주력자의 지분한도를 50%까지 넓히고 최저자본금도 시중은행 절반 수준인 500억원까지 낮췄다. 이는 그간 업계에서 예상됐던 규제완화 수준의 최대치로 여겨진다.


◆비금융주력자 지분한도 50%까지 완화

금융위원회가 18일 내놓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에서 가장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비금융주력자의 지분 보유한도가 50%까지 완화된 점이다. 현재는 은행법상 은산분리 규정(은행법 제16조제2항)에 따라 산업자본은 은행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4%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재벌의 자본집중과 은행 사금고화를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인 셈. 다만 이 규정이 유지될 경우 기존 은행에 한해 인터넷은행 설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터넷은행이 출범한다 하더라도 기존 은행과 차별성을 갖기 어렵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지분한도 규제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50%로 인터넷은행 진입 문턱을 대폭 낮췄다. 다만 당초 업계에서는 33.3% 정도면 규제 완화 효과가 충분할 것으로 예상됐던 만큼 향후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규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 방지 장치도 마련했다. 자산총액이 5조원이 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은 대상에서 제외한 것. 지난 1일 기준으로 여기에 해당하는 대기업집단은 61곳이다.

대주주와 이해상충을 막기 위해 대주주와의 거래 규제도 강화했다. 최저자본금 수준 역시 시중은행(1000억원)과 지방은행(250억원)의 중간 수준인 500억원으로 낮아졌다.


◆영업범위·건전성 규제 시중 은행과 동일 수준

영업범위 역시 시중은행이 하는 모든 업무를 할 수 있는 수준까지 규제가 풀렸다.

일반은행이 하는 고유업무(예적금 수입, 대출, 내외국환), 겸영업무(신용카드, 방카슈랑스, 파생상품 매매중개), 부수업무(채무보증, 어음인수, 보호예수, 수납 및 지급대행)를 모두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

다만 상황에 따라 업무범위 제한이 필요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인가 시 부관이나 하위법령을 통해 제한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신용카드업무가 허용된 점이다. 신용카드업의 경우 시중은행이 겸영을 하기 위해선 30개 이상의 점포, 300명 이상의 임직원 요건이 필요하지만 인터넷은행에는 이같은 기준을 두지 않기로 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나 대손충당금 적립 같은 건전성 규제와 설명·공시의무, 광고제한 등 영업행위 규제도 원칙적으로 일반은행과 같다.

다만 시간을 두고 인터넷은행이 자리를 잡아가는 시점에 맞춰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산정 시 초기에는 바젤Ⅰ기준을 적용하다, 향후 일반은행과 동일한 바젤Ⅲ를 적용할 방침이다. 유동성규제인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도 초기에는 특수은행 수준의 규제비율(60%)을 우선 적용하다가 매년 5%포인트씩 높인다.

◆연내 1~2곳 예비인가 계획

인가심사기준은 기본적으로 은행업 기준과 동일하지만 인터넷 은행이라는 취지에 맞춰 고려사항을 정했다. 여기에는 ▲사업계획의 혁신성 ▲주주구성과 사업모델의 안정성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 ▲국내 금융산업 발전과 경쟁력 기여도 ▲해외진출 가능성 등이 포함된다.

이밖에 ▲새로운 서비스 창출 및 일자리 창출 효과 ▲출자능력과 사회적 신용상 적법성 ▲금융서비스 금리적인 측면에서의 메리트 등이 평가 대상이다.

금융위는 이같은 기준이 담기 인가매뉴얼을 다음 달 내로 공개할 예정이다.

인가는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외부평가위원희의 평가결과를 토대로 우선 금융감독원의 심의를 거친 뒤 금융위가 최종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금융위는 인가 신청자가 다수 발생할 것으로 판단, 일괄심사로 진행키로 했다.

금융위는 올해 내로 시범인가도 실시할 계획이다. 현행 은산분리 규제 체제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자격이 있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연내 1~2곳에 예비인하를 허용할 계획이다.

◆국회 통과 등 아직 넘어야 할 산 많아

다만 아직까지 은행법 개정 등 넘어야 할 산은 남아있다. 산업자본의 지분한도를 50%까지 넓힌 대신 대기업의 참여를 배제하긴 했지만 기업 사금고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추후 논란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은행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은행법 개정안은 9월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벌써부터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안을 두고 반대 의견도 커지고 있는 상태다. 정무위 소속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방안을 반대한다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해당 방안은 은산분리의 대원칙을 무너뜨린 것으로 즉각 철회돼야 한다”며 “근본적으로 은산분리 제도의 취지와 본질에 벗어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현재 공정위에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을 5조원에서 7조원으로 상향 조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이 경우 대상에서 제외되는 대기업수가 현재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아닌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부채비율이 높아 소유 은행의 사금고화 위험이 높다”며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의 은행 사금고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인데 사금고화 위험이 보다 높은 기업들은 자유롭게 은행을 소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역시 “은산분리는 현 수준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표출했다. 참여연대는 “대주주 또는 경영진이 자신의 다른 사업을 위해 은행의 자금을 사용하려는 인센티브는 재벌만이 아니라 산업자본 일반이 갖는 속성”이라며 은산분리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인터넷전문은행에 쓰일 비대면 본인 확인을 놓고 “비대면 본인확인 허용에 따르는 금융사기 증가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은 언급이 없다”며 “비대면 본인 확인을 허용하기 위해서는 금융사기에 대한 금융기관의 무과실 책임을 예외 없이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