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폰그룹 /사진=푸폰그룹 홈페이지
대만 푸폰그룹의 푸폰생명이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인 현대라이프생명보험의 2대주주가 된다. 현대라이프는 이번 푸폰그룹의 투자로 재무구조 개선과 돌파구를 마련할 전망이다. 

푸폰그룹의 2200억원 투자유치 배경과 현대라이프와의 시너지 효과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 현대라이프, 대만 생보사와 손잡은 배경은?


보험업계에 따르면 푸폰생명보험이 현대라이프에 2200억원을 투자해 지분 48%를 가진 2대주주로 올라선다.

지난 22일 현대라이프는 이사회를 열고 푸폰생명을 대상으로 총 2700만주, 2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안건을 결의했다. 지속되는 재무건전성 악화로 인해 실시하는 유상증자에 푸폰생명이 참여했다. 다만 푸폰생명이 현대라이프의 2대 주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 대주주 승인절차가 필요하다. 대체로 대주주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약 2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번 유상증자 이후 현대모비스의 지분은 기존 59.94%에서 30.28%로, 현대커머셜의 지분은 39.65%에서 20.38%로 각각 줄어든다. 다만 현대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현대커머셜의 지분을 합치면 50.66%로 여전히 1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지난 2011년 현대차그룹이 녹십자생명을 인수해 탄생한 현대라이프는 어렵고 복잡한 보험상품의 틀을 깬 규격보험을 내세워 업계를 긴장시켰다. 현대라이프의 대표상품 ‘현대라이프 제로’ 시리즈는 단순화한 조건과 간결한 보장을 갖춘 상품으로 마트 등에서 장 보듯 구입할 수 있다. 출시할 때만해도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러나 현대라이프의 혁신상품은 먹히지 않았다. 실적은 갈수록 악화됐다. 지난 2012년 32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013년 315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어 지난해에는 870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적자폭이 두 배 이상 뛰었다.

적자폭이 불어나면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도 하락했다. 지난 3월말 기준 현대라이프의 RBC비율은 134.5%로 전분기 대비 17.4%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2014년 6월말 181.6%와 비교하면 1년 사이 47.1%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현대라이프에 3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쏟아 부었지만 현대라이프의 적자폭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지난해 6월에는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만 푸폰그룹이 현대라이프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현대라이프는 이번 푸폰그룹의 지원으로 재무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현대라이프의 지급여력비율(RBC)은 134.5%(3월 말 기준)에서 230%대로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RBC 기준강화 및 IFRS4 도입 검토 등 강화되는 자본요구기준에 안정적으로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입장에선 푸폰그룹의 수혈 덕에 현대라이프에 대한 자금 지원 부담을 덜게 됐다. 특히 지난해 현대라이프 유상증자에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던 현대모비스는 본연의 자동차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현대라이프는 우리보다 고령화와 저금리문제를 먼저 경험하면서 이를 효율적으로 극복해온 푸본생명의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다. 현대라이프는 “금리연동형 연금상품과 장기간병보험 등 신개념 상품을 통해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와 저금리 환경을 이겨낸 푸본생명의 마케팅 노하우가 국내 보험시장의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는데 좋은 벤치마킹과 협력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더 이상 현대라이프에 자금지원을 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자금수혈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다.

이에 현대라이프 관계자는 “이번 제휴는 현대차그룹 자금지원 문제와는 전혀 관계없다”라며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경우처럼 단순한 지분참여가 아닌 글로벌 파트너십을 위한 협력 관계”라고 일축했다.

현대차그룹 금융 자회사들은 유력한 글로벌 파트너들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2004년 GE와, 2009년에는 산탄데르와 각각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현대카드는 2005년 GE와 손잡았다. 

◆ 푸폰그룹, 현대라이프에 투자한 이유는?

푸폰생명 /사진=푸폰그룹 홈페이지
그렇다면 푸폰그룹이 현대라이프에 2200억원을 투자한 이유는 무엇일까. 푸폰그룹은 총 자산 200조원을 갖춘 금융그룹으로 생명보험, 화재보험, 은행 등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푸폰생명은 푸폰그룹의 핵심주력 계열사로 지난해 자산 102조원, 당기순이익 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3년 연속 대만 최우수 보험사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지난해 1.3조원의 당기순이익(자산 102조원)을 거둔 업계 2위 보험사다.

손해보험사 한 관계자는 “푸폰그룹이 중국 자동차보험시장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대라이프 2대 주주로 올라 현대차와 협력해 중국 내 자동차보험시장에 진출하려는 계획이 아닐까 싶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10%대로 폴크스바겐과 제너럴모터스(GM)에 이어 3위를 차지한다.

이어 “실제 푸폰그룹의 전략적 제휴 목적이 현대라이프가 아닌 현대차를 통한 중국진출 발판 마련에 불과하다면 시너지 창출이 크지 않을 수 있다”라며 “(푸폰그룹이) 현대라이프 2대 주주가 돼 무엇을 얻으려는지 석연치 않은 면이 있다”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