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비즈니스 파트너와 장기적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동반성장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해 온 점들이 인정받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동반성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동반성장지수 우등생)


“단순히 잘한 순서대로 줄 세우겠다는 것 아닙니까. 평가기준도 모호한 상황에서 사회적 평판에 민감한 대기업을 압박하는 수단으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법적 구속력도 없는 지수를 마치 학생들에게 성적표를 나눠주듯 공개할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동반성장지수 열등생)

동반성장지수.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 동반성장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2011년부터 이 지수를 도입, 매년 대기업 협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체감도 평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평가한 공정거래 이행실적 등의 결과를 합산해 발표한다.

◆ 최우수·우수 기업… 포상도 ‘두둑’

지난 6월30일, 올해도 어김없이 대기업 112곳을 대상으로 한 ‘2014 동반성장지수’가 발표됐다. 평가등급은 ‘최우수-우수-양호-보통’의 4단계. 이번 발표에서 최우수등급 기업은 19곳, 우수와 양호등급은 각각 37곳과 42곳, 보통등급을 받은 기업은 14곳이었다.


성적표를 받아든 기업들은 저마다 희비가 엇갈리는 모양새. ‘우수’등급 이상으로 평가된 기업들은 안도의 한숨을, 최하위 등급인 ‘보통’등급으로 분류된 기업들은 불만을 쏟아낸다.

우선 최우수 등급을 받은 기업은 기아자동차, 삼성전기, 삼성전자, 코웨이, 포스코, 현대다이모스,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현대자동차, KT, LG디스플레이,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전자, LG CNS, SK건설, SK종합화학, SK텔레콤, SK C&C 등이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업종에서 평가대상 기업 7개사 중 5개가 최우수등급을 받았을 만큼 실적이 우수했으며 제조업을 넘어 도·소매, 건설 등 비제조업종의 지수도 개선됐다고 동반위는 밝혔다. SK건설은 지수 평가 최초로 건설업종에서 최우수등급을 받았다.

유통 분야에서는 롯데마트·신세계백화점·GS리테일 등이 선전했다. 해당 기업 3곳은 우수등급을 받았고 롯데백화점·이마트·현대백화점·홈플러스 등 9곳이 양호를 받아 지난해보다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지수 평가에서 지난해보다 등급이 상승한 기업은 전체의 24%인 24개사다. 이 가운데 르노삼성자동차와 청정원으로 유명한 대상은 보통에서 우수로 등급이 두단계 상승했다. 특히 식품과 유통 분야는 동반성장지수 조사에서 구조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든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어 대상의 성과는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최우수등급과 우수등급에 포함된 기업들은 덩달아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상생기업’이라는 대외 이미지 개선은 물론 정부로부터 인센티브까지 받을 수 있어서다.

동반위는 최우수기업에게 하도급분야 직권·서면실태조사 1년 면제, 우수등급 기업에게는 하도급분야 서면실태조사 1년 면제 등의 혜택을 부여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술개발관리지침 개정을 통해 최우수 또는 우수 등급 기업에 사업별로 가점을 부여한다.

기획재정부 역시 공공입찰에서 가점을 준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은 모범납세자 선정 때 최우수등급 기업을 우대하기로 했다.

/이미지투데이

◆ 꼴찌 주홍글씨 14곳… ‘낙인 찍힐라’

이에 반해 최하위등급에 포함된 기업들은 울상이다. ‘보통’등급에 속한 기업은 농협유통, 덕양산업, 동부제철, 동원F&B, 롯데홈쇼핑, 에스앤티모티브, 오뚜기, 이랜드리테일, 이랜드월드, 태광산업, 한국미니스톱, 한국쓰리엠, 한솔테크닉스, CJ오쇼핑 등이다.

특히 농협유통과 이랜드리테일, 한국쓰리엠 등 3곳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낙제점을 받아 동반성장 노력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개선등급에 포함된 기업들은 줄세우기식 성적을 공개하기 이전에, 일률적인 평가기준부터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평가항목의 구성과 점수배분도 문제지만 객관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체감도를 점수화하는 건 더욱 문제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별로 업종과 업태가 천차만별인데 이를 획일적 잣대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라며 “나름의 상생방안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모호한 기준으로 책정된 등급이 마치 동반성장에 역행하는 기업인양 주홍글씨를 남기고 있어 허무할 따름”이라고 털어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몇년째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협력사 지원이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며 “이 경우 대기업도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하는데 무조건 협력업체 지원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특정 협력업체와 수년간 일을 하는 제조업과 달리 건설업은 협력사와 거래가 일시적인 경우가 많아 동반성장지수 평가가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도 이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동반위는 매년 지수평가체계를 개편하면서 올해는 특히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등급을 매겼다고 설명했지만 일부 업체는 여전히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는 당초 취지는 좋지만 목적이 좋다고 해서 반드시 수단의 정당성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게 공통된 기류다.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도 없다. 줄세우기식 동반성장지수가 과연 취지에 맞는 동반성장 문화를 만들 수 있는지에는 4년째 물음표만 붙고 있다.

면세점 출사표 기업들, 나 떨고있니?

신세계백화점(신세계디에프) ‘우수’, 현대백화점(현대DF)·현대산업개발 ‘양호’, 이랜드리테일(이랜드 면세점) ‘보통’.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출사표를 던진 대기업들이 ‘동반성장지수’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정부의 공식적 발표인 만큼 정부사업에 평가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관세청의 면세사업자에 대한 배점표를 보면 총 1000점 만점에 300점이 동반성장과 관련 항목에 할당돼 특허권 결과에 주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점수가 드러난 기업 중에서는 신세계백화점이 가장 유리한 고지에 있는 상황. 신세계백화점은 이번 평가에서 ‘우수’를 받으면서 등급이 지난해보다 한단계 상승했다. 현대산업개발과 현대백화점은 각각 ‘양호’단계를, 이랜드그룹은 가장 낮은 등급을 받았다.

7월 중순으로 예정된 결과 발표를 앞두고 이번 동반성장지수가 신세계에겐 약이, 이랜드엔 독으로 작용할지 지켜볼 일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