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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대한민국이 피곤하다. 우리 국민의 수면시간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18개국 중 꼴찌다. 이에 반해 직장인의 근무시간은 34개국 중 2위다. 국민 10명 중 8명이 “피곤하다”고 말한다. 아이러니하지만 그 고된 현실 만큼 최근 몇년 피로를 풀어주는 이른바 ‘피로산업’이 떴다. <머니위크>는 지친 대한민국의 오늘을 짚고 성장일로에 있는 피로산업의 현황과 전망, 그리고 내 몸에 맞는 힐링 팁을 소개한다.
# 오전 10시 모의고사 시간. 문제를 풀던 양모군(15)의 고개가 툭 떨궈진다.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보니 시험시간의 절반이 지나갔다. 자책을 해봐도 이미 늦었다. 요즘 들어 양군의 수면리듬이 이상하다. 하루 8시간 이상을 잤음에도 다음날이 되면 병든 닭처럼 픽픽 쓰러지기 일쑤. 점심시간에도 밥 대신 잠을 택하지만 결과는 같다. 언제 어디서 잠에 빠질지 알 수 없는 양군, 결국 부모와 함께 근처의 한 수면센터를 찾았다. “자도자도 졸린데 어떻게 해야 되나요?”
피로사회 대한민국. 3세 어린이도, 80대 노인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매일 가족에게 혹은 직장동료에게 어젯밤 잠에 대해 말하며 불면증을 호소하거나 숙면하지 못했노라고 불평한다. 이불 속 뒤척이는 당신, 구제할 방법이 없을까. 수면전문의 한진규 서울스페셜수면신경과의원 원장을 만나 어떻게 하면 잠을 푹 잘 수 있는지 알아봤다.
◆“수면장애, 스트레스 때문 아냐”
“최근 들어 과수면 환자가 점점 늘었어요. 자고 또 자도 피곤한 사람들이죠. 흔히 불면증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아니에요. 불면증보다 과수면 환자가 많습니다. 선진국일수록 과수면 환자의 비율은 더 늘어나죠.”
한진규 원장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는 이들은 크게 세부류다. 잠을 자려고 해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 불면증과 잠을 잤는데도 피곤이 풀리지 않는 과수면, 몽유병이나 코골이, 무호흡 등 수면질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이다.
한 원장은 “수면만큼 피로를 풀어주는 비타민은 없다”고 단언한다. 그는 “많은 사람이 자기관리를 위해 몸에 좋은 음식이나 영양제를 챙겨 먹고 운동에 시간을 투자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몸의 건강은 제대로 수면을 취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현대인은 쉬이 잠들지 못한다. 설령 잠들었다 해도 깊은 잠에 빠져 숙면을 취한 이들은 소수에 그친다. 많은 이들이 ‘스트레스’로 인해 수면장애를 겪는다고 생각하지만 한 원장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한다.
“스트레스가 (원인이) 아니에요. 외국회사에 다니는 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결코 적지 않습니다. 저는 수면장애의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식 문화에 있다고 봅니다. 잠을 자는 것보다 깨는 쪽으로 사회가 발전된 거죠. 우리는 최대한 잠을 줄이고 일이든 공부든 해야 열심히 한 것 같고 그래야지만 뿌듯함을 느낍니다. 이런 ‘깨어있는’ 문화가 다른 나라에 비해 깊게 스며든 것 같아요.”
그는 단적인 예로 야근과 함께 밤거리의 네온사인(조명), 우리가 잠들 때까지 함께하는 스마트폰 등을 들었다. 한 원장은 우리나라 전체가 미국 대도시의 관광거리 같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주거지역으로 조금만 들어가도 깜깜한데 우리는 커튼을 치지 않으면 밤늦은 시간까지 빛에 시달린다는 것.
‘빛 공해’로 인한 문제점은 무엇일까. 한 원장은 “밤에 잠을 자야만 나오는 호르몬으로 피로회복과 감정조절(회복)을 할 수 있다”며 “하지만 밤에 잠을 자지 못하면 이를 회복하지 못한 채 출근하게 되고 결국 스트레스가 계속 쌓인다”고 말했다.
◆아침 30분, 햇볕 쐬기의 중요성
병원을 찾는 환자에게 한 원장이 강조하는 것은 세가지다. “출근 전 햇볕을 많이 보고, 낮잠을 없애고, 퇴근을 최대한 일찍 하라”는 것.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빛의 조절’이다. 아침의 빛과 밤의 빛을 조절하는 것만으로 수면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루 30분 이상 아침에 햇볕을 충분히 쬐면 수면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잘 분비돼 숙면에 크게 도움이 돼요. ‘아침의 30분’은 15시간 뒤 당신을 졸리게 하는 생체리듬을 만듭니다. 인체의 생체리듬은 일반적으로 호르몬이나 기타 화학물질에 의해 조절되는 것처럼 수면주기와 같은 일부의 리듬은 햇빛에 의해 조절되기 때문입니다.”
그는 또 “병원을 찾는 이들 중에는 밤 11시까지 야근한 후 자정에 잠이 안온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며 “당연히 잠이 안 올 수밖에 없다. 보통 활동 후 3~4시간 뒤에야 잠을 잘 수 있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한 원장은 수면장애를 겪는 이들이 선택하는 낮잠과 카페인 섭취 등에 대해서도 주의를 줬다. “낮잠은 헛잠이에요. 주식과 간식, 제1금융권과 사채 중에서 후자를 선택하는 것과 같아요. 피로를 풀어주는 호르몬 고유의 기능은 밤잠에만 있습니다. 밤잠 1시간은 낮잠의 5시간보다 훌륭해요. 카페인도 마찬가지죠. 뇌 스스로 깨는 게 아니라 카페인(심하면 약물) 중독으로 뇌를 깨우는 것이에요.”
최근 유행하는 수면을 돕는 각종 애플리케이션과 IT기기에 대해서는 “정보를 주는 도구로 사용하면 도움받을 수 있겠지만 집착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수면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소 확보해야 하는 수면시간으로 7시간30분을 얘기한다. 이를 채우지 못하면 신체와 뇌가 조금씩 망가질 수 있다.
“먹고 자고 배설하는 것은 생리현상이에요. 먹는 것과 배설하는 것은 당장 불편하니까 바로 병원을 가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잠을 자는 것은 당장 덜 불편하기 때문에 해결을 미루곤 합니다. 숙면을 취하지 못한 대가는 훗날 뇌졸중이나 심장마비 등 각종 질병으로 되돌아올 수 있어요. 결국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것은 매일 당신의 건강에 빚을 지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이 ‘빚’이 한꺼번에 몰려오면 감당할 수 없으니 평소에 잘 자는 것이 중요합니다.”
① 낮잠을 피한다.
②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기상시간을 반드시 정하고 그 기준에서 2시간 이상 벗어나지 않도록 한다.
③ 수면을 방해하는 물질(담배·술·커피 등)을 가급적 피하고 저녁식사는 과식하지 않는다.
④ 침실은 오로지 잠을 자기 위해서만 사용한다. 책을 보는 등 다른 일을 할 때는 침대 위를 피한다.
⑤ 잠이 오지 않을 때는 무리하게 잠들려 애쓰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는 등 다른 일을 하다가 잠이 오면 다시 잠자리에 든다.
⑥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되 밤 8시 이후로는 삼간다.
⑦ 매일 조금이라도 햇빛을 쬔다. 멜라토닌이 합성돼야 수면에 도움이 된다.
⑧ 알코올과 수면제는 남용할수록 점점 잠들기 어려워지므로 자제한다.
(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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