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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팔당대교 아래 한강변을 바라보며 검단산과 남한산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아름다운 ‘위례길’.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길 허리가 파헤쳐지고 끊어졌다. 1600년 전 백제의 숨결을 간직한 이 곳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머니위크>는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사라져가는 그 현장을 찾아 무엇이 문제인지 집중 조명해봤다.
팔당대교 아래로 은빛 찬란한 한강이 흐르고 강변을 둘러싼 검단산과 남한산 자락이 위용을 뽐내는 하남시. 이 아름다운 풍경을 둘레로 하남의 역사와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하남 위례길’(이하 위례길).
‘백제 하남 위례성’이란 옛 지명의 역사적 유래에서 따온 위례길은 하남시가 11억원의 예산을 투입했고 지난 2012년 7월 4개(사랑길·역사길·강변길·둘레길) 코스 총 연장 64㎞로 조성돼 대중에게 선보였다.
이후 3년간 하남시민은 물론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아 백제역사를 품은 한강변과 소나무숲으로 이뤄진 천혜의 경관을 걸었고 현재는 하남을 대표하는 관광·산책·데이트코스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지난 7월부터 위례길의 일부구간에 개발이 이뤄지며 길이 끊겼다. 비록 개발되는 부지가 3491㎡의 짧은 구간이지만 여파는 상당하다. 위례길 4개 코스 중 개발이 이뤄지는 사랑길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것이다.
하남시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사랑길은 위례길 4개 코스 중 가장 짧아 시민들이 가볍게 산책하는 코스였다”며 “하지만 올 들어 갑자기 땅이 파헤쳐지고 검은 끈과 빨간색의 ‘출입제한’ 푯말과 빨간 말뚝이 땅에 박히더니 이곳을 지나갈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 길 끊겨 갈 수 없는 ‘역사의 장소’
위례길은 앞서 소개한 것처럼 총 4개 코스로 조성됐다. 제1코스인 사랑길은 총 5㎞ 구간으로 약 1시간30분이 소요되고 제2코스 ‘위례강변길’은 한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시원한 강바람에 몸을 맡기는 코스로 13.5㎞의 길을 3시간 정도 걸을 수 있다.
제3코스 ‘위례역사길’은 광주향교를 기점으로 이성산성-동사지-선법사 코스로 하남의 대표적인 역사유적지를 돌아볼 수 있다. 5.8㎞로 약 2시간30분이 소요된다.
마지막으로 ‘위례둘레길’은 이성산성 동문지, 비단색을 띤 바위가 많아 이름 지어졌다는 금암산, 전망이 좋은 범바위 코스로 하남과 서울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중 제1코스인 사랑길이 막혔다. 이곳은 백제의 역사를 품은 도미부인 나루터가 속해 있다. 도미부인 나루터는 <삼국사기>와 <삼강행실도>, <동국통감>에 기록돼 전해져 온 유적지로 백제시대 열녀 도미부인의 이야기에 등장한다.
더욱이 사랑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도미부인 나루터’가 속한 대지가 개발되면서 위례길이 품은 특색 중 역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사랑길을 자주 이용한다는 한 시민은 “하고 많은 땅 중 왜 하필 도미부인 나루터가 속한 땅이 개발되는 건지 이해가 안간다”며 “하남 위례길을 대표하는 명소를 어떻게 개발할 수 있는지 개발허가가 어떻게 난 것인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 공약하고 개발해 홍보하더니…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민간택지 소유주의 개발 의지가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면 딱히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애초 하남시의 위례길 개발 배경과 취지를 살펴보면 아쉽기만 하다.
위례길이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이다. 2010년 6·4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경기도 하남시 기초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이교범 하남시장(민선5·6기 2010년~현재,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사업이다.
당시 이 시장은 웰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위례길을 개발, 걷고 싶은 길을 만들어 시민들의 건강을 증진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연간 30만명 이상이 찾아오는 관광명소로 육성해 지역경제를 살리고 시를 대외적으로 알리겠다고 공언했다.
이 공약은 하남시민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 이 시장에게 당선의 기쁨을 안겨줬다. 언뜻 보면 별거 아닐 것 같은 공약이었지만 당시 하남시에는 웰빙을 적용한 공약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유는 지난 2006~2007년 당시 하남시에 화장장을 설립하는 것을 두고 시와 주민들이 마찰을 빚었기 때문. 특히 김황식 전 하남시장이 화장장 유치를 반대하는 주민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고 주민소환투표 대상에 오르는 등 정치적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곳이다.
이 시장은 당선 직후 위례길 공약을 지키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사업비도 11억원밖에 들지 않는 데다 하남시민들의 염원이 뒷받침되면서 위례길 조성에 가장 큰 문제인 토지사용 승낙을 쉽게 이끌어냈다.
이후 이 시장과 하남시는 위례길이 완공된 직후부터 ‘하남위례길 걷기대회’, ‘특전사와 함께 하는 위례길 걷기대회’ 등을 개최하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효과는 대단히 좋았다. 많은 시민들이 이 시장에게 신뢰를 보였고 이는 곧 민선6기 지자체장 재임이라는 성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였다. 행정상의 오류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사랑길이 망가졌다. 물론 이 시장과 하남시는 올해도 위례길 걷기대회를 개최했다. 시점은 5월이다.
현재 위례길이 끊긴 부지는 지난 2월 갑자기 소유주가 변경되더니 행사를 치른 직후인 지난 7월 ‘영농을 위한 성토 및 석축설치’ 허가가 났고 곧바로 땅이 파헤쳐졌다. 이를 두고 하남시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다. 특정인(시장의 친구)에게 특혜를 줬다느니, 하남시와 결탁한 투기세력이 들어와 땅을 매입했다느니 등등 좋지 않은 소문이다.
하지만 현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도미부인 나루터가 속해 있는 부지가 이 상태로 계속 개발된다면 사랑길의 존재가치가 유명무실해진다는 것이다.
취재 중 만난 한 시민은 이렇게 말했다. “하남시청과 시장은 이상한 개발을 한답시고 하남시민을 배신하는 일을 하지 말라. 그리고 하루빨리 백제의 유적을 볼 수 있게 사랑길을 시민에게 돌려주고 도미부인 나루터를 개방하라”고.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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