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따라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 니꺼인 듯 니꺼 아닌 니꺼 같은 나. 이게 무슨 사이인 건지 사실 헷갈려~’


가수 정기고와 소유가 부른 듀엣곡 ‘썸’의 후렴구 가사다. ‘썸’은 연인인지 친구인지 서로간의 감정조차 확신하지 못한 채 애매모호한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곡이다. 요즘 청춘들의 연애에 ‘썸’은 필수코스이자 최대 관심사다. ‘썸’은 ‘썸씽’의 줄임말로 남녀가 본격적으로 교제하기 전 나누는 미묘한 감정상태를 뜻한다.

이 같은 심리는 인간관계뿐 아니라 제품선택이나 구매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소비자들은 상품·브랜드 선택에서도 쉽게 결정짓지 못한 채 ‘썸’을 탄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썸’을 문화시장에서 가장 많이 소비된 상품으로 꼽았다. 썸 문화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세대는 20~30대. 김 교수는 이들을 ‘햄릿증후군 세대’라 부른다.


'큐레이션TV'를 선보인 LG유플러스. /사진=뉴시스 최동준 기자


실제 우리 주변에선 결단을 내리기보다 선택과 비선택 사이의 회색지대를 맴도는 ‘햄릿족’이 적지 않다. 햄릿족은 정보과잉시대에 어느 것도 결정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망설인다. 따라서 이들은 대개 인터넷 공간의 불특정 다수에게 선택과 결정을 부탁한다. 그 모습이 마치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로 고민하는 햄릿을 떠올리게 한다. 끊임없이 망설이기만 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햄릿증후군’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런 햄릿족의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맞춤형서비스가 새로운 시장으로 떠올랐다. 소비자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큐레이션서비스는 패션, 뷰티, 음식, 도서, 여행, TV 등 다양한 분야에 도입되면서 차세대 필수서비스로 각광받고 있다. 


◆큐레이션서비스, 햄릿족 취향저격

우리는 순간순간 많은 고민을 하면서 살아간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선택의 기로에 선다. ‘지금 일어날까, 좀 더 잘까’. 점심 때는 중국집에서 ‘짜장면 먹을까, 짬뽕 먹을까’, ‘탕수육을 부먹(부어먹기)할까, 찍먹(찍어먹기)할까’로 논쟁을 벌인다.


반복되는 긴장과 스트레스에 다 놓고 싶은 귀찮음까지 생긴다. 옷, 음식, 책, 음악, 인터넷쇼핑, 마트, 뉴스…. 지나치게 많은 상품과 새로운 정보가 넘쳐난다. 이럴 때 누군가 나타나서 ‘당신에게 적절한 것은 바로 이것!’이라며 추천해주길 바란다.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인터넷 게시판은 자신의 선택을 도와달라는 햄릿들의 아우성으로 가득하다.

유통업계에선 이 같은 햄릿들을 ‘틈새소비자’로 판단하고 관련 서비스상품을 속속 내놓았다. 큐레이션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 서비스는 단순히 인기상품 순위를 나열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개별 소비자의 취향을 분석해 그에 맞는 최적의 상품을 추천해준다. 소비자 입장에선 인터넷상에 떠다니는 수많은 정보 중 내가 관심 있는 정보만 골라 볼 수 있어 편리하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시장에서 큐레이션서비스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진다. 스마트폰 앱 스토어에서 결정을 도와주는 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결정장애 굿바이-쏘캣’, ‘뭐 무꼬’, ‘결정의 신’ 등이 대표적인 예다.

콘텐츠별 추천서비스 앱으로는 영화추천서비스 ‘왓챠’, 도서추천 앱 ‘북플’, 음악 스트리밍 앱 ‘비트’, 인기 여행지를 소개하는 ‘트래블라인’ 등이 있다. 이밖에도 직장인을 위한 호텔예약서비스 ‘스테이포커스’, 소규모 공동주택 매매정보를 제공하는 ‘유어홈’ 등의 앱도 눈에 띈다.

이 같은 앱을 통해 이용자는 정보검색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SNS 분석을 통한 신뢰도 높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큐레이션서비스의 진화는 바쁜 일상 속에서 뭔가를 선택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어 사용자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며 “앞으로 형태나 분야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쇼핑분야에서는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3인방이 큐레이션서비스시장의 강자다. 태생부터 큐레이션서비스에 최적화돼 오랜 기간 노하우를 축적해왔기 때문이다. 다양한 상품을 늘어놓는 기존 오픈마켓과 달리 소셜커머스는 상품을 선별하는 큐레이션서비스를 적극 제공해왔다. 소셜커머스업계가 2년만에 5조50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하게 된 배경에도 큐레이션서비스 방식이 한몫했다.

소셜커머스를 눈여겨본 G마켓, 11번가 등 오픈마켓업체들도 이후 큐레이션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도입했다. G마켓은 ‘G9’, 11번가는 ‘쇼킹딜 11시’ 등을 통해 큐레이션 쇼핑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큐레이션 커머스는 상품추천을 넘어 정기적으로 배달까지 해주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형태로 진화 중이다. 서브스크립션은 신문이나 잡지를 정기구독하듯 소비자가 일정액을 내면 공급자가 상품을 선정해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SK플래닛 오픈마켓 11번가가 큐레이션서비스'쇼킹딜'앱 출시를 기념, '사이버먼데이' 프로모션을 진행해 70여개 상품을 최대 50% 할인 판매했다. /사진=머니투데이 임성균 기자


◆나보다 나를 잘 아는 콘텐츠 추천서비스

전문가들은 큐레이션서비스가 앞으로는 소비자의 감성까지 파악하는 감성맞춤서비스로 발전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난도 교수는 “끊임없이 망설이기만 하는 ‘썸’ 같은 현상이 더욱 대중화될 것”이라며 “소비자의 감성취향까지 저격하는 ‘감성 큐레이션’이 관건”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강현지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서브스크립션의 성공은 고객과 진정한 신뢰를 구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며 “만약 홍보 성격에 치우쳐 제품을 소개한다면 소비자들은 구독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태홍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안이 너무 많아지면 소비자는 일종의 무력감에 빠지고 이는 가격정보와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며 “각자의 취향이나 과거 소비패턴을 반영해 최적의 선택을 해주는 서비스에 의존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 용어설명  
큐레이션서비스 : 인터넷에서 수집된 수많은 정보를 이용자의 입장에 맞게 가공해 원활한 소비를 하도록 도와주는 것을 일컫는다. 미술계의 화가를 발굴하고 작품을 선별해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curator)에서 파생된 말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