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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된다. 23년 만에 새로운 은행의 탄생이다. <머니위크>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으로 달라질 금융환경을 내다봤다. 새 사업자들의 준비현황과 기존은행들의 대응전략도 알아봤다. 또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권의 메기가 되려면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하는지도 조목조목 따져봤다.
23년 만에 처음으로 새 은행인 인터넷전문은행이 탄생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이란 별도의 점포 없이 온라인이나 모바일 환경에서 예·적금 가입, 대출신청, 지급결제 등의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은행을 말한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해외에선 보편화됐지만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권에선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을 ‘금융혁신’으로 평가한다. 정보통신기술(ICT)업체들과 핀테크(금융+기술), 온라인상거래, 게임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 제도권은행과 다른 새로운 은행플랫폼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국내 금융환경이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할 만한 기반을 갖춘 데 따른 것이다. 국내 16개 은행과 우체국에 등록된 모바일뱅킹 고객수(9월말 기준)는 6000만명을 넘어섰고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거래로 이뤄지는 금융거래는 전체 금융거래의 90%에 이른다. 게다가 금융감독원은 오는 2017년 9월부터 종이통장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2020년 9월엔 완전폐지 계획을 세웠다.
금융권의 변화도 예고된다. 은행을 비롯한 제2금융권은 비대면채널 금융서비스를 확대하고 모바일뱅킹을 강화하는 등 온라인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이와 관련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메기’를 투입해 금융권에 새바람을 일으키게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초강수 둔 정부… 은행경쟁 불붙이다
이번에 추진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1단계와 2단계로 나눠 설립된다. 1단계는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4% 이상 소유할 수 없는 은산분리 규정이 그대로 적용된다. 지난달 29일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과 케이뱅크(K뱅크) 예비인가 사업자 선정도 지분 구조 등 현행법을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본인가는 내년 6월 중 절차를 거쳐 마무리할 계획이다. 따라서 변수가 없는 이상 내년 하반기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의 본격적인 영업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2단계는 완화된 은산분리법을 적용해 인터넷전문은행을 추가 설립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추가되는 신규 인터넷전문은행을 비롯해 이번에 예비인가를 받은 카카오뱅크와 K뱅크의 지분구조도 금융자본에서 산업자본으로 바뀔 전망이다.
이처럼 정부와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강행하는 이유는 금융권 무한경쟁에 속도를 붙이기 위해서다. 인터넷전문은행 등 핀테크와 혁신을 기반으로 한 금융개혁에 가속도를 붙임으로써 은행산업 발전과 소비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세계적으로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부문 간 융합을 통한 금융서비스 혁신이 이뤄지면서 우리나라도 더 이상 우물 안 개구리여선 안된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은행 설립 시 최대 걸림돌 ‘금융장벽’
문제는 금융장벽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사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은 수년 전부터 논의됐다. 정부는 2008년과 2011년 두차례에 걸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은산분리 등 금융규제(은행법 15조) 장벽에 막혀 실패했다. 이후 정부와 금융, 학계를 중심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논의가 계속 이뤄졌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현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사(산업자본)는 은행지분을 10%(의결권 4%) 이상 소유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된다고 해도 지분구조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10% 지분을 가진 카카오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대주주는 한국투자금융지주(50%)다. K뱅크는 우리은행·한화생명·다날이 각 10%, KT가 8%를 보유한 과점주주체제다. 주체는 카카오와 KT인데 지분구조만 보면 누가 실질적인 지배자인지 애매한 상태다.
정부는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의 산업자본 지분보유 한도 확대(10%→50%) ▲최소자본금 하향 조정(1000억원→250억원)을 내용으로 하는 은행법 개정을 국회에 요구했다. 단 산업자본 중 60여개 상호출자제한집단, 즉 재벌은 참여할 수 없도록 했다.
문제는 은행법 개정안의 통과 여부다. 은행법 개정안 통과를 위한 열쇠를 쥔 국회가 팽팽한 신경전만 벌일 뿐 요지부동이어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당초 지난달 30일 은행법 개정안 처리를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무산됐다. 이후 아직까지 제대로 된 법안 심사일정을 잡지 못했다. 사실상 은행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가 불투명한 상태다.
국회 정무위 소속 관계자는 “법안 심사일정이 잡혀야 은행법 개정안 처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데 당장은 (일정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와 K뱅크 측 관계자 역시 “(법안 통과 여부는)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사안”이라며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지금은 본인가 준비작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무리수를 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성장하기 위해선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금융규제 장벽이 남아 있으면 제도권(기존 은행)에 밀려 결국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혁신을 주도한 것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시기가 너무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의 역할이 기대보다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금융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지만 결국 이자장사에만 치중하는 기존 은행 기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신규은행이 설립되면 고객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해 최소 3년 이상은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만약 선제적으로 틈새시장을 발굴하지 못하면 다른 은행에 흡수되거나 적자만 보고 영업을 중단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강임호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신생은행이 메기가 되려면 먼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당장 중금리시장의 부재 등과 같은 문제 해결 보다는 생존할 수 있는 길을 먼저 만들어 줘야 한다. 이제 막 심은 나무로 전체 숲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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