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뉴스1 DB

배출가스 조작으로 논란이 된 폭스바겐 사에 대한 국내외 소송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 폭스바겐 소비자들의 이른바 ‘집단소송’도 그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수의 소비자들이 모여 집단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는 과거에도 대형 인터넷사이트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백수오 사태 등으로 이슈화된 적이 있다.

이번 집단소송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해 높은 금전적 배상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에 인정되지 않는 집단소송제도

제조물품 구매자, 개인정보유출의 피해자, 공해·수해 등 환경오염 피해자 등 다수의 소비자나 피해자가 원고가 돼 소송을 함께 제기하는 경우 흔히 ‘집단소송’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우리나라도 이번 폭스바겐 사태와 관련, ‘집단소송’이라는 말이 사용되고 있지만 이는 엄밀히 말하면 틀린 말이다.


법에서 말하는 집단소송제도란, 집단의 대표당사자가 집단구성원 전원을 위해 일괄적으로 소를 제기하고 소송을 수행하며 일거에 전체 권리를 실현시키는 소송형태로 직접 소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동일 유형의 피해자가 소송의 효력을 받는다. 소송의 효력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제외 신청을 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적인 집단소송제도를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다수의 피해자가 공동으로 권리를 구제받기 위해 공동소송인 다수당사자제도, 선정당사자제도를 활용하고 있으나 이는 개별적인 소송을 하나의 절차에서 심리한다는 점에서 집단소송제도와 유사하지만 피해 소비자가 소송에 참여하지 않으면 효력에서 제외된다.


집단소송이 도입되면, 소액 피해로 소 제기가 부담스러웠던 다수의 사람들이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도 소를 제기할 수 있고, 직접 소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동일 유형의 피해를 손쉽게 구제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초부터 대형사고로 인한 소송, 환경소송, 소비자 및 투자자소송 등 출현하며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다.

◆영미법계 취하는 미국, 대륙법계 취하는 한국

그렇다면 소비자의 피해구제에 유용할 것으로 판단되는 집단소송제도는 왜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도입되지 않고 있는 걸까.


이는 우리나라의 입법정책이 기본적으로 영미법계가 아닌 대륙법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집단소송제도는 영미법계에서 판례법을 통해 발달되어 온 것으로 전통적인 대륙법계를 취하는 독일의 경우 개인이 아닌 단체가 피해 확산 금지청구 등 공익적인 이유로 소를 제기하는 단체소송제도를 인정하고 있다.

대륙법계에 가까운 법체계를 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동일 유형 피해자에게까지 판결의 효력을 미치게 하는 것은 우리나라 민사소송법이 취하고 있는 기판력제도나 처분권주의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또 제외신청을 하지 않는 한 소송행위를 의제한다는 점에서 참가하지 않은 자의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법률상담과 조력으로 피해 구제 확대해야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인 집단소송제도를 인정하지는 않지만 증권관련집단소송법에서 집단소송제도를, 소비자기본법에서 단체소송제도를 일부 도입해 시행하는 등 민사소송의 특례로서 개별법률을 통해 인정하고 있다.

또한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소비자기본법 일부개정안 등을 살펴보면 단체소송의 원고적격을 확대하거나 적용범위를 넓히는 등 제도 확대적용 및 도입논의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소비자집단소송법안은 지난해 2월 발의‧회부돼 현재까지 국회에 계류 중인데, 개정안은 미국의 집단소송을 모델로 ▲대표당사자 조항 ▲집단 제외신고 조항 ▲변호사강제주의 조항 등 민사소송법의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안이 통과돼 집단 소송제도가 도입된다면 통상의 재판절차로는 미흡했던 다수 피해자들의 일괄적인 권리 구제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설명한 바와 같이 제도 도입의 역기능 및 우리나라가 기본적으로 취하고 있는 법체계의 근본 성격을 고려할 때, 제도의 도입 및 시행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집단소송제 도입 논의와는 별도로 피해의 현실적 구제를 위해서는 현행 제도 하에서 법원의 판결을 통해 그 구제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해 집단소송 제기 전 법률전문가와 충분히 상담하고 다수 당사자의 권리를 효율적으로 구제할 수 있도록 법률적인 조력을 받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