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베이징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촌 지춘로 인왕중심빌딩에 있는 샤브샤브 전문점 ‘씨아부씨아부’. 이곳 테이블은 다른 샤브샤브 음식점과 달리 아주 긴 탁자 모양이다. 마주 앉을 수 있는 4인용 테이블은 몇 개 없고 대부분 긴 탁자에 한 방향을 보고 한 명씩 앉아야 한다. 4명 이상 단체 손님이 아니라 1인이나 2인 단위 손에게 특화된 구조다. 훠궈 냄비도 일행이 한 냄비를 쓰지 않고 1인당 하나씩 내준다. 이렇다보니 주말이면 이 식당은 유난히 1인 손님으로 붐빈다. 식당의 모든 시스템이 1인용에 최적화돼 혼자서 식사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기 때문이다.
#2. 베이징 왕징의 푸안서로 홉슨기린사빌딩 1층 편의점. 왕징 최대 오피스빌딩과 오피스텔 밀집지역의 한 가운데 있는 만큼 평일 낮에도 계산대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편의점은 특히 즉석라면과 봉지라면, 즉석밥 같은 1인 즉석식품의 매출 비중이 높다. 즉석밥 종류만 20종이 넘는 도시락 전문 냉장고를 따로 뒀을 정도인데 훈제고기즉석밥이나 싼시엔고기밥 등 다양한 즉석밥이 인기다.
중국 1인 가구가 크게 늘면서 이른바 중국이 ‘솔로이코노미(Solo+Economy)’의 세계 최대 시장이 될 전망이다. 최근 중국 민정국(결혼 및 사회복지 주무부처) 통계에 따르면 중국 독신 남녀 수는 2억명을 돌파했다. 특히 이중 5800만명은 가족들과도 독립해 순수 ‘1인 가구’로 살고 있다.
◆ 전세계서 가장 빠른 독신 증가율
중국 전체 인구 중 독신남녀 비율은 지난해 1억8000만명 정도였지만 올해까지 2000만명이 늘어난 것이다.
사실 중국처럼 독신 남녀 비율이 빠르게 늘고 있는 국가도 드물다. 중국의 독신남녀 비중은 1990년에는 6% 정도였지만 올해에는 14%를 훨씬 넘는다는 분석이다.
특히 30대 미혼 여성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2000년 제5차 인구 통계 조사 당시만 해도 30세 이상 여성 중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0.92%에 그쳤다. 하지만 제6차 인구 통계 조사(2010년 11월 기준)에서는 30세 이상 미혼 여성 비중이 2.47%로 불과 10년 새 2년 넘게 늘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2015년 현재 30대 미혼 여성 비중은 최소 3%를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중국이 역사적으로 4번째의 ‘솔로 열풍’ 시대에 진입했다는 주장도 들린다. 1950년 4월 중국 정부는 “부모의 독단적인 강요와 자녀의 이익을 경시하는 봉건주의 혼인제도를 폐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혼인법을 선포했는데 이것이 솔로 열풍의 첫 신호탄을 쐈다.
이후 두 번째 솔로 열풍은 1970년대말 지식층 사이에 이혼이 유행처럼 번지며 촉발됐고, 1990년대 중국 개혁·개방으로 또 다시 솔로 열풍이 몰아쳤다. 이 열풍이 이제 2010년 이후 네번째 솔로 열풍의 큰 물결로 이어졌다.
◆ 젊은 남녀 "결혼이 두렵다"
주목할 점은 이 네 번째 솔로 열풍은 독신남녀의 확 달라진 가치관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 이전 열풍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5월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4대 일선도시를 중심으로 ‘빠링호우(80년대 출생자)’와 ‘지우링호우(90년대 출생자)’ 청년들의 혼인관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6%가 ‘결혼이 두렵다’고 토로했다. 또 응답자의 91%는 ‘결혼이 큰 스트레스를 줄 일대 사건’이라고 답했다. 사는 것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혼자만의 생활에 익숙해지다보니 청년들의 결혼관도 두려움으로 바뀐 것이다.
이렇다보니 독신남녀의 혼자만의 시간은 더 늘고 있다. 지난 1월 한 유명 결혼 중개 사이트가 7만여명을 상대로 조사한 ‘중국인의 연애·결혼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63%의 독신남녀는 공휴일에 ‘6시간 이상’ 혼자 지낸다고 밝혔다. 혼자 있는 시간이 ‘10시간 이상’이라고 밝힌 응답자도 31.7%에 달했다. 여성 중 32.3%는 혼자 드라마를 보고, 남성 중 66.6%는 혼자 인터넷을 한다고 밝혔다.
뜻밖의 신조어도 등장했다. 2007년 중국에서 새로 등장한 171개 신조어 중 ‘남겨진 여자’라는 의미의 ‘셩뉘’가 단연 화제가 됐다. 중국 정부는 이 신조어를 어떻게 공식 해석했을까. 셩뉘는 현대 도시 여성으로 학력과 수입, 지식이 높은 결혼하지 않은 여인을 말한다. 한마디로 ‘골드미스’다.
◆ 솔로이코노미 대변화 시작된다
이 같은 솔로 열풍은 산업적 측면에서도 상당히 의미심장하다는 주장이다. 미국 뉴욕대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2012년 그의 저서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에서 “1인 가구가 새로운 거대 소비시장을 만들 것이라며 ‘솔로 이코노미’ 시대가 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솔로 열풍이 식품이나 주택, 소형 가전, 심지어 노후 생활이나 장례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명 ‘제4의 소비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소비의 목적과 생활의 기본 단위가 가정이 아니라 개인으로 바뀌는 시대를 말하는 제4의 소비시대는 모든 분야에서 ‘1인용’ 시대를 만들고 있다.
당장 중국 가전시장도 1인용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1인용 가전제품의 천국으로 불리는 일본 못지 않은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 파나소닉은 한 사람 분량의 빨래만 할 수 있는 1인용 세탁기로 기존 드럼 세탁기를 압도하는 판매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식 두유인 또우장 제조기 전문업체인 지우양도 1인 가구에서 편하게 쓸 수 있는 초소형 또우장 기기로 큰 반향을 몰고 왔다. 소형가전 전문업체 메이디도 150리터 짜리 1인용 냉장고와 1인용 전기밥솥 등으로 인기를 끌며 한국으로 수출까지 할 정도다.
중국 식품업계도 1인 가구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2012년 2000억위안(36조2500억원)에 머물렀던 중국 즉석식품 시장은 올해 5300억위안(96조680억원) 성장하며 3년 165%나 늘었다. 심지어 중국에서는 최고급 요리인 불도장도 1인분을 선보이고 있다. 1인 식당이나 1인 여행은 물론 1인 주택도 갈수록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1인 가구만을 위한 세탁이나 청소, 의류 보관, 반려동물 카페 등 서비스산업으로 이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1인 가구의 라이프 스타일을 분석한 재테크 상품이나 심지어 1인 가구 고령화를 노린 실버 산업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 솔로시대 뒷받침할 정책은 미비
그러나 아직까지 중국에서 솔로들은 여전히 살기 힘들다. 당장 공공주택 청약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기 일쑤다. 중국 주요 대도시에서는 정부가 건설해 저렴하게 공급하는 보장성 주택인 ‘경제적용방’의 경우 솔로들은 아예 청약 신청조차 할 수 없다. 이유도 뜬금없다. 부부가 경제적용방의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이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결혼에 관심 없는 독신들이 비상식적인 부부들의 이혼 때문에 주택난을 감내하는 셈이다. 미혼모가 아이를 낳았을 때 1가구 1자녀 정책을 어기고 2자녀를 출산한 것과 마찬가지로 취급해 사회양육비를 내야하는 등 패널티를 받기도 한다.
기업들은 기업대로 솔로 직원에게는 지방 파견 근무를 보내지 않는다. 솔로 직원들은 힘든 외지 생활 대신 쉽게 사표를 쓴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솔로이코노미는 아직 초보 수준”이라며 “그러나 솔로 이코노미가 무시할 수 없는 추세로 성장하고 있어 정책적 지원까지 뒷받침된다면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