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속옷시장의 역사를 이어온 전통의 기업 쌍방울의 주가가 심상찮다. 몇년간 적자를 지속해오던 상황과 달리 주가가 다섯배 이상 폭등한 것. 주가상승의 배경은 중국 거대기업과의 합작사업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이 사업이 지연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전망이 불투명해졌다. 그사이 합작투자의 미래에 베팅한 개인투자자들은 손해를 면치 못했다. 반면 같은 기간 유상증자를 진행한 쌍방울은 600억원 이상을 더 증자했다.

◆ 주가 급등락 손실은 개인 몫


지난해 9월16일 코스피시장에 상장된 쌍방울의 주가는 상한가로 장을 마감했다. 이후 7거래일동안 이틀을 제외하고 모두 상한가를 기록하며 1110원이던 주가는 단숨에 4885원까지 치솟았다. 쌍방울 주가가 급등한 원인은 쌍방울이 중국 금성그룹과 손을 잡고 제주도에 중국의 부유층을 주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고급리조트를 지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져서다.

쌍방울은 제주에 금성그룹과 합작법인(SPC)을 설립하고 1조8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성그룹은 홈퍼니싱, 장식, 건축, 가구유통, 백화점, 부동산개발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진행하며 ‘중국의 이케아’라고 불리는 회사다. 자본력이 우수한 금성그룹과의 합작투자는 쌍방울에 호재로 작용했고 투자자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했다.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급등했던 쌍방울 주가는 지난해 10월 중순까지 약 한달간 4000원대의 주가를 이어가다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이후 계속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인 쌍방울의 주가는 지난해 12월15일 사업성 검토를 진행하던 제주의 예비후보지를 탈락시키고 SPC합작법인 설립일정도 연기한다는 공시가 나오자 한번 더 급락했다.

쌍방울 관계자는 “제주신공항 쪽 부지를 검토했는데 다양한 이유로 사업성이 결여됐다”고 설명했다. 공시가 나온 다음날 쌍방울의 주가는 9% 넘게 떨어졌다. 지난 7일 기준 쌍방울의 주가는 2110원까지 내려가며 고점 대비 반토막 이상 주저앉았다.


주가가 하락하는 동안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에게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지난해 9월25일부터 공시가 나온 날까지 개인투자자는 누적 순매수 기준 53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같은 기간 각각 1520억원, 4426억원을 팔아치웠다.


중국 금성그룹 왕화 회장(오른쪽)과 양선길(주)쌍방울 대표이사가 제주에 휴양시설 거축 관련 MOU를 체결,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 600억원 초과증자에 웃는 ‘쌍방울’

개인투자자의 눈물과 무관하게 쌍방울은 주가폭등의 수혜를 톡톡히 봤다. 지난 7월 말부터 진행한 유상증자에서 당초 계획했던 금액보다 600억원 가량을 더 얻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8일 쌍방울이 공시한 유상증자 1차 발행가액은 주당 781원으로 총 288억원을 증자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중 280억원을 부채 상환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15일 팔요한 2차 발행가액은 2695원으로 올랐고 증자금액이 997억1500만원까지 치솟았다. 발행가액을 산정하는 10월14일 이전 1주일동안 평균 주가가 높았기 때문에 주당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쌍방울의 주가는 지난해 10월12일 장중 52주 신고가를 달성하고 유상증자 결정 사항이 공시된 이후 급속도로 하락했다.

사실 주가상승의 결정적인 역할은 한 금성그룹과의 합작투자 건을 제외하면 쌍방울은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는 기업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쌍방울의 누적 영업손실은 3억5041만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손실은 10억원을 넘어섰다. 적자 기조는 지난 2013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특히 쌍방울이 100% 지분을 보유한 중국 현지법인 6개 자회사에서 지속적으로 순손실을 기록했다. 자회사들은 지난 3분기 기준 총 4억8057만원의 손실을 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쌍방울의 기업 신용등급 하락을 불러왔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5월20일 쌍방울의 신용등급은 기존의 BBB-에서 투기등급인 BB+로 강등됐다. 신용등급의 하락은 자금조달 시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유동성 위험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 리조트 사업, 주가 상승할까

투자자들이 기다리는 것은 오직 제주도 리조트사업의 빠른 진행이다. 건설부지를 확보하고 금성그룹과 SPC를 설립해야 사업의 실체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업이 진행되더라도 쌍방울이 그만한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합작법인의 지분은 쌍방울이 30%, 금성그룹이 70%을 가져갈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금액이 1조8000억원이라면 쌍방울이 최소 5000억원의 자금을 부담해야 하는 셈. 하지만 쌍방울의 재무상태는 투자금을 마련하기 힘든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쌍방울의 유동자산은 935억원이다. 이 중 아직 현금이 아닌 매출채권이 336억원, 재고자산이 550억원으로 현금성자산은 21억원에 그친다. 여기에 이번 유상증자로 얻은 600억원의 초과분을 더한다고 해도 합작법인 투자금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쌍방울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건 부지선정”이라며 “앞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PF를 진행할 때 신용등급이 하락한 점과 만성적자인 기업 상황이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증권 전문가들은 부지선정 과정에서 과열된 제주도 땅값이 악영향으로 작용한 만큼 앞으로 쌍방울의 주가에도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은 점은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라며 “회사의 실적이 뒷받침되거나 제주도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다면 주가가 상승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