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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는 여유자금 2000만원을 투자할 곳을 찾다가 은행의 자산관리서비스를 받기로 했다. A씨는 은행 홈페이지에서 설문조사를 통해 개인의 투자성향을 확인하고 지점에 방문해 신탁과 펀드상품에 가입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A씨처럼 은행의 온라인 자산관리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난다. 은행들은 고액자산가의 전유물이던 자산관리서비스를 로보어드바이저(로봇+어드바이저)를 통해 소액투자자에게도 제공할 계획이다.
시중은행의 온라인 자산관리서비스는 오는 3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확대된다. ISA는 의무가입기간 5년 동안 1인당 1계좌에 예·적금, 펀드 등을 넣을 수 있어 은행들이 장기간 고객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꼽힌다.
은행들은 온라인 홈페이지 자산관리 가이드가 ISA 가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서비스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하나금융투자와 협업해 이달 안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자산관리서비스 ‘사이버PB’를 출시할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신한금융지주 계열사 전체의 자산관리사업과 연계한 온라인 자산관리서비스 출시를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로보어드바이저전문회사 파운트와 계약하고 이달 말 베타(테스트)버전의 서비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2·4개월 단위로 고객의 서비스 이용현황을 살펴본 후 펀드 위주의 ISA 전용상품 출시도 검토 중이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로보어드바이저기업 4곳을 초청해 사업설명회를 여는 등 로보어드바이저 핀테크업체와 협력을 모색한다.
은행 관계자는 “온라인 자산관리서비스는 고객이 투자·자산관리 성향을 온라인 홈페이지에 입력하면 데이터가 식별코드로 저장돼 어떤 상품이 적합한지 추천하는 방식”이라며 “은행은 온라인 자산관리서비스에 PB(프라이빗 뱅킹)의 노하우를 담아 고객에게 자산관리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상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전략연구실장은 “기존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현재 은행들이 가진 경쟁력으로 생존할 가능성이 적다”며 “다양한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영업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자산관리형 신탁 부활 기대
은행권은 온라인 자산관리서비스 확대로 신탁상품 판매가 늘어날 것을 기대한다. 신탁은 개인이 자금을 은행에 맡기고 은행이 자체적으로 투자처를 선별해 운용하는 구조다. ISA는 단일상품보다 포트폴리오를 세워 자산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고객맞춤형 상품을 제시하는 ISA 신탁의 매력이 커질 것으로 본다.
최근 KB국민은행은 로보어드바이저로 온라인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신탁상품 ‘쿼터백 R-1’을 선보였다. 쿼터백 R-1은 쿼터백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6개 자산군과 77개 지역, 920조개 이상의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국내 상장된 ETF(상장지수펀드) 중 8~12개를 선별,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투자한다. 쿼터백 R-1은 지난달 출시 이후 상품 문의가 꾸준히 증가했으며 쿼터백투자자문사는 직접 국민은행 영업점을 돌면서 로보어드바이저 사용에 도움을 준다.
쿼터백투자자문사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는 사람이 정성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자산배분 비중을 알려줘 고객이 다양한 자산군에 투자할 수 있다”며 “은행고객은 중위험·중수익 상품의 니즈가 높아 안정적인 ETF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임투자업 인가에 촉각
은행들은 신탁상품의 판매 확대를 위해 투자일임업 인가를 금융당국에 요청했다. 투자일임업은 고객에게 투자판단을 위임받아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투자일임 및 투자자문 업무를 은행의 신탁업무에 포함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금융투자회사와 보험사만 투자일임업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은행연합회는 은행들을 대표해 ISA 관련 투자일임업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ISA의 세제혜택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투자일임형 ISA 판매가 허용되면서 은행의 신탁형 ISA 경쟁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서다. 증권사가 판매하는 투자일임형 ISA는 고객에게 편입상품을 알려주는 게 강점으로, ISA시장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신탁법 내에서는 은행에 방문한 고객이 ISA계좌에 가입할 때 예·적금 상품으로 자행의 상품을 추천하지 못하고 저축은행 등 계열사의 예·적금 상품 추천도 불가능하다. 반면 증권사는 ISA 가입고객에게 자사의 예·적금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당초 ISA는 계좌 가입자가 금융상품을 지정하는 방식의 신탁형만 가능했지만 투자일임형도 가능해지면서 은행의 경쟁력이 떨어질 우려가 높다”며 “고객들이 다양한 투자상품을 선택하고 자산관리 편의성이 높아지도록 은행의 투자일임형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달 안으로 투자일임업을 은행에 허용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은행의 투자일임업이 허용되면 내달부터 은행과 증권사 간 ISA상품 투자일임업 경쟁이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은행이 투자일임업을 운용하면 은행 고객들이 안전상품에서 투자목적의 위험상품으로 몰릴 가능성이 커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ISA가 다음달 출시되므로 이달 안에 허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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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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