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모습./사진=뉴스1


정부가 지난해 6·27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내놓은 지 1년이 지났지만 대출시장은 다시 흔들리고 있다. 수도권·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신용대출 한도까지 연소득 이내로 묶은 고강도 규제였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대책 직후 주담대 증가세가 꺾이고 은행권 가계대출이 감소 전환하는 등 약발이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다시 밀어올리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도 1년 새 10% 넘게 뛰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6·27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이 시행 1년을 맞았다. 대책의 출발점은 수도권 주담대 급증이었다. 토지거래허가제 일시 해제에 따른 주택거래량 증가와 금리 인하 기대감이 맞물리며 가계대출이 빠르게 불어난 것이다.

정부는 대책 발표를 통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 금융권 자체대출 총량관리 목표를 당초 계획의 50% 수준으로 줄이고, 정책대출도 연간 공급계획 대비 25% 감축하기로 했다. 은행권 자율관리 조치도 전 금융권으로 확대했다. 규제의 초점은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는 대출 총량 자체를 줄이는 데 맞춰졌다.


핵심은 주담대 6억원 한도였다. 수도권·규제지역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2주택 이상 보유자나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는 1주택자의 추가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는 금지했다.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는 최대 1억원으로 제한했고, 주담대 만기도 30년 이내로 묶었다.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금지했다.

신용대출도 함께 조였다. 주담대를 막은 뒤 신용대출로 주택구입 자금을 우회 조달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차주별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했다. 기존 은행별 자율관리로 연소득 1~2배 이내 제한이 적용되던 것을 전 금융권 공통 기준으로 강화했다. 주담대만 겨냥한 대책이 아니라 주택시장으로 흘러가는 대출 수요 전반을 묶겠다는 취지였다.


대책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충청권 타운홀미팅에서 6·27대책을 주도한 권대영 당시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부동산 대출 제한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주담대 중심의 대출 증가세를 조기에 끊어낸 강한 처방이라는 점에서 정부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Signal: 6·27대책 효과 점수는…]

초기 효과는 분명했다. 지난해 7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폭은 2조2000억원으로 전월 6조5000억원 대비 크게 줄었다. 지난해 3월 이후 최저치다. 주담대 증가폭은 6조1000억원에서 4조1000억원으로 축소됐다. 기타대출은 3000억원 증가에서 1조9000억원 감소로 돌아섰고, 신용대출도 7000억원 증가에서 1조1000억원 감소로 전환됐다.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동시에 묶은 규제 효과가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다만 효과가 곧바로 일관된 하락세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8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4조7000억원 증가했고, 주담대 증가폭도 5조1000억원으로 다시 확대됐다. 기존 계약 물량과 대출 실행 시차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효과는 9월부터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주택매매계약부터 대출 실행까지 통상 2~3개월 시차가 있는 만큼 9월부터 6·27대책 이후 계약 관련 대출이 본격적으로 취급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지난해 9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폭은 1조1000억원으로 줄었다. 전월 4조7000억원, 전년 동월 5조4000억원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연말에는 감소세가 더 뚜렷해졌다. 지난해 12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1조5000억원 줄었다. 주담대 증가폭은 전월 3조1000억원에서 2조1000억원으로 둔화됐고, 기타대출은 1조3000억원 증가에서 3조6000억원 감소로 돌아섰다.

6·27대책 이후 7월이 즉각적인 충격이었다면, 9월부터는 대출 실행 시차가 반영된 본격 효과였다. 올해 1월까지도 관리 효과는 일부 이어졌다.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폭은 1조4000억원에 그쳤고, 은행권 가계대출은 1조원 감소했다.

[Shift: 대출 수요, 주담대에서 신용대출로 이동]

표=금융위


문제는 올해부터다.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해 12월 1조2000억원 감소에서 올해 1월 1조4000억원 증가로 돌아섰다. 이후 2월 2조9000억원, 3월 3조5000억원, 4월 3조5000억원 늘며 다시 증가폭을 키웠다. 5월에는 9조3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지난해 6·27대책 직전인 5월 증가폭 6조원보다도 커 대책 이전보다 증가세가 확대된 셈이다.

증가세의 성격도 달라졌다. 지난 5월 주담대는 4조원 증가해 전월 5조5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줄었다. 반면 기타대출은 5조3000억원 증가하며 전월 2조원 감소에서 큰 폭의 증가세로 돌아섰다. 신용대출이 4월 9000억원 감소에서 5월 3조4000억원 증가로 전환된 영향이 컸다.

대책 발표 이후 집값 상승세 역시 꺾이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원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6·27대책 직전인 지난해 5월 92.56에서 올해 5월 102.71로 11.0% 상승했다. 대책 시행 전 1년 상승률 6.7%보다 높은 수준이다. 2024년 5월 86.73이던 지수는 지난해 5월 92.56으로 올랐지만, 대책 이후 1년간 오름폭은 더 커졌다. 대출 규제로 자금줄은 묶었지만, 서울 아파트값 상승 기대까지 꺾지는 못한 셈이다.

매매가격지수는 특정 기준시점을 100으로 두고 주택 가격 수준의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다. 평균 매매가격 자체는 아니지만 시장 전반의 가격 흐름을 비교하는 데 쓰인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92.56에서 102.71로 올랐다는 것은 서울 아파트값의 전반적인 가격 수준이 1년 새 11%가량 높아졌다는 의미다.

대출 수요가 사라진 게 아니라 대출을 받을 창구가 이동한 셈이다. 지난해 6·27대책은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동시에 조였지만 1년 뒤 시장에서는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이 다시 가계대출 증가세를 밀어올리는 통로로 부상했다.

최근 5대 은행 수치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75조24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4조1795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잔액은 108조6771억원으로 2조1617억원 증가했고,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3조3094억원으로 1조8612억원 증가했다. 주담대 잔액은 615조1706억원으로 1조7826억원 증가했다. 신용대출 증가폭이 주담대 증가폭을 웃돌았다.

[Burden: 금리 부담까지 겹친 차주들]

서울 시내의 한 건물에 시중은행 ATM 기계가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대출 수요가 다시 커지는 가운데 금리 부담도 변수로 떠올랐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대표 기준금리로 활용되는 코픽스는 대책 발표 직전 공시된 2025년 5월 기준 2.63%(이하 신규취급액 기준)였다. 반면 최근 공시된 2026년 5월 기준 신규취급액 코픽스는 2.90%로 1년 새 0.27%포인트 올랐다. 신규취급액 코픽스에 연동되는 변동형 주담대를 받는 차주 입장에서는 기준금리 부담이 1년 전보다 커진 셈이다.

잔액 기준 코픽스와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같은 기간 각각 3.14%에서 2.89%, 2.71%에서 2.50%로 낮아졌다. 기존 대출 잔액에는 과거 조달금리 하락분이 일부 반영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신규취급액 코픽스는 시장금리 변동을 상대적으로 빠르게 반영한다. 최근 금리 상승 압력이 신규 변동형 주담대 차주에게 먼저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부담 요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5월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지만, 금통위원 2명이 인상 소수의견을 냈다. 금융권에서는 오는 7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된다.

가계대출 증가세와 금리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것은 차주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6·27대책이 대출 한도를 조이는 방식으로 수요를 눌렀다면, 1년 뒤 시장은 대출 수요 재확대와 신규 차주의 이자 부담 증가가 함께 나타나는 국면에 들어섰다.

은행권도 방어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5월 가계대출 급증 이후 비상관리 체계를 가동하고 목표를 지키지 못한 금융회사에 대한 매주 집중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고액 연봉자 신용대출 한도 축소 등 은행권 자율관리 조치도 추진 중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이미 신용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4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제일 큰 걱정거리는 직접적으로 말해 부동산"이라며 "주택 문제가 제일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의 6·27과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는 "얼마나 강한 조치냐"면서도 "구조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상태에서 부동산과 주택을 어떻게 안정시킬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다음 달 말 세제와 공급 정책을 아우르는 종합 부동산 대책을 내놓기 위해 정책 전반을 가다듬고 있다. 대출 규제만으로는 부동산 수요와 가계부채 흐름을 동시에 잡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다음 달 중순에는 관계부처와 전문가,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