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외국인 수급 흐름이 향후 반도체 대장주를 결정지을 핵심 포인트로 전망된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전광ㅎ판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가 표시된 모습. /사진=뉴스1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코스피 시가총액 1위 경쟁이 외국인 자금 흐름의 시험대로 떠올랐다.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 미국주식예탁증서(ADR)에 상장하면서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이를 어떻게 방어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보통주 기준) 시가총액은 1984조8116억원(종가 33만9500원)으로 코스피 시총 1위를 유지했다. 2위는 SK하이닉스로 1905조534억원(종가 267만3000원)을 기록했다.

지난 22일 SK하이닉스는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 291만 9000원을 기록하면서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4일 삼성전자가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재탈환하며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25일엔 장중 SK하이닉스가 시총 1위를 터치하며 다시 선두 경쟁이 뜨거워졌다.


시장은 이번 경쟁이 단순한 시총 순위 다툼이 아닌 국내 반도체주 밸류에이션 재산정 과정이라는 평가다. 글로벌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는 SK하이닉스는 ADR 상장을 통해 미국 자본시장이라는 새 평가 채널을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생산능력과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서의 방어력, 주주환원 기대를 앞세워 기존 대장주 프리미엄을 지키는 구도다.

SK하이닉스, 외국인 신규 수요 만들까

SK하이닉스가 ADR에 상장하는 것은 주가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사진은 SK하이닉스 증권사 목표주가. /사진=신재민 편집위원


SK하이닉스는 오는 7월10일 나스닥시장에 ADR을 상장할 예정이다. 신주 발행 규모는 기존 상장 주식의 약 2.5% 수준인 1779만주 안팎으로 조달 금액은 약 45조원대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가 ADR을 상장하면 외국인 투자자 접근성이 크게 달라진다. 지금까지 해외 투자자가 SK하이닉스를 사려면 한국 시장에 직접 접근해야 했지만 나스닥 ADR이 상장되면 미국 계좌와 달러 기반으로 직접 투자할 수 있어서다.


미국 시장에서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업체와 직접 비교 대상이 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할인율)'가 일부 해소되고 미국 반도체주 프리미엄을 반영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나 주요 반도체 ETF 편입이 현실화할 경우, 패시브 자금 유입이 가능해져 SK하이닉스에 강력한 신규 글로벌 수요가 붙을 수 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ADR 상장 이후 SOX 편입 가능성도 기대된다"며 "내년 9월 정기 편입될 것으로 전망되며 글로벌 SOX지수 추종 수급 유입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SK하이닉스의 ADR 상장은 마이크론과 밸류에이션 격차 축소로 이어져 향후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 기폭제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종합 반도체 대표주로 주가 방어 나선다

삼성전자는 종합 반도체주라는 특성을 앞세워 주가를 방어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삼성전자 증권사 목표주가. /사진=신재민 편집위원


다만 SK하이닉스의 ADR 상장을 삼성전자에 대한 수급 이탈(악재)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두 회사의 투자 성격과 체질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HBM을 중심으로 한 AI 메모리 '순수 테크주'에 가깝다면, 삼성전자는 메모리, 파운드리, 모바일, 가전 등을 아우르는 종합 IT 대표주다. 포트폴리오 내 역할 자체가 다르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두 회사는 같은 반도체 대형주지만 포트폴리오 내 역할이 다르다. SK하이닉스는 HBM 성장성과 AI 메모리 실적 가시성에 베팅하는 종목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한국 IT 시장 전체를 대표하면서 메모리 업황, 파운드리 회복, 모바일·디스플레이 등 완제품 수요까지 함께 반영하는 종합 대형주다.

특히 삼성전자의 가장 큰 무기는 '생산능력'(CAPA)이다. AI 데이터센터발 수요 급증으로 범용 D램과 낸드 가격까지 동반 상승하는 타이트한 수급 환경에서 두 부문 모두 최대 CAPA를 즉각 가동할 수 있는 공급 우위가 부각된다. 빅테크 업체들의 첨단 공정 수요 확대로 파운드리 회복 가능성까지 더해지면 삼성전자의 밸류에이션 재평가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AI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범용 메모리 가격까지 상승하면 HBM에 집중된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범용 D램, 낸드, HBM4에서 동시에 실적 개선을 노릴 수 있다.

파운드리 회복 가능성도 중장기 재평가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기업을 넘어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평가받을 때 주가 프리미엄이 커진다. 최근 빅테크 업체들의 첨단공정 수요가 확대되는 만큼 파운드리 추가 수주 여부는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와 차별화되는 핵심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김영건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최근 D램과 낸드 모두에서 최대 생산능력 가동이 가능한 위치에 있어 타이트해지는 수급 환경에서 상대적 공급 여력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동원 본부장도 "삼성전자 역시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큰 폭의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본격적인 밸류에이션 재평가 국면 진입이 기대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