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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와 SM7이 풀체인지 없이 노후한 상황에서 임원인사 시기에 맞춰 출시를 앞둔 신형모델을 적극적으로 판촉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다고 해도 준대형시장의 절대강자인 그랜저와 최근 국내 출시돼 ‘품귀’ 현상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를 끈 임팔라를 가볍게 제친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터. 지난 2월2일 진행된 신형 K7 미디어 시승회에 참석해 그 이유를 찾아봤다.
◆화려한 외관, 보수적인 내관
2009년 처음 공개된 1세대 K7은 피터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사장에게 특별한 모델이다. 그가 기아차 최고디자인책임자(CDO)를 맡아 만들어낸 준대형 세단으로 당시 파격적이면서도 균형 잡힌 디자인으로 크게 호평받았다.
하지만 자동차 디자인은 변해야 한다. 이전 모델의 디자인이 아무리 멋지더라도 새 모델은 구형모델을 짓밟지 않고서는 성공한 디자인이라고 볼 수 없다. 이런 고민 때문에 일부 자동차모델은 풀체인지를 거치며 ‘다른 자동차’가 돼버린다. ‘변화’에 집중한 나머지 세대를 관통하는 ‘정체성’이 사라져버린 것.
지난 1월 출시된 2세대 K7은 디자인 측면에서는 분명 성공적인 모델이다. 시승을 앞두고 나란히 전시된 1세대와 2세대 모델을 비교할 수 있었는데, 2세대 모델은 1세대의 디자인요소들을 계승하면서도 분명 ‘진화’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진화’의 느낌은 전면부에서 가장 뚜렷이 드러난다. 기아차의 상징이 된 호랑이 코 그릴은 형상을 유지하면서도 가로로 길어진 형태로 적용됐고 1세대의 매쉬그릴과 달리 수직형태로 변모했다. 음각형태로 적용돼 얼핏 마세라티브랜드를 떠올리게 한다. 더욱 눈에 띄는 부분은 Z형상의 LED 주간주행등이다. 준대형 세단임에도 스포티한 느낌을 키움과 동시에 강한 인상을 남긴다. 기아차가 최근 디자인 요소로 밀어붙이는 아이스큐브 안개등도 어김없이 적용됐다.
측면부의 디자인도 나무랄 데 없다. 전반적으로 심플하면서도 날렵한 라인을 강조했다. 특히 그릴부터 트렁크 리드로 이어지는 라인이 인상적이다. 후면부는 리어램프의 Z형상으로 임팩트를 주면서도 가로로 길게 이어진 크롬라인이 안정감을 준다.
삼성그룹 상무들이 미처 출시되지도 않은 K7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도 이 외관디자인 때문이었을 것이다. 기아차는 신형 K7의 외관 디자인을 삼성의 임원 승진자들에게 사전에 공개하고 서초사옥과 수원사업장에 신형 K7을 전시하는 등 디자인 강조에 힘썼다.
화려한 외관에 비해 내관은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다른 브랜드들이 실내 인테리어와 센터페시아 등에 다양한 시도를 하는 반면, 현대·기아차는 내관 만큼은 보수적인 편이다. 수평형태의 대쉬보드에 우드트림을 적용했다. 소재의 느낌이 나쁘지 않다. 아날로그 시계가 가운데 박힌 센터페시아는 제네시스(DH)와 유사하다. 버튼 배열들은 가장 익숙한 형태로 배열됐다.
◆대형급 편의사양… ‘오너 드리븐’은 글쎄
이날 행사에서 시승한 차는 3.3ℓ 가솔린 ‘노블레스 스페셜’ 트림(3920만원)에 선택품목으로 퀄팅나파 가죽시트 등 고급내장재를 묶은 프리미엄 패키지(95만원)가 추가된 풀옵션 차량.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강원도 춘천시 라데나클럽까지 왕복 약 160㎞ 구간을 달렸다.
주행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편의사양이다. 준대형 세단이지만 대형세단에 준하는 편의사양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시승 전부터 기아차가 강조한 크렐 프리미엄 사운드는 오디오에 민감하지 않은 기자가 듣기에도 확실히 고급스러운 사운드를 생산해낸다.
진화한 크루즈 컨트롤 기능인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도 유용하다. 현재 도입되는 자율주행 기술들에 대해 안전 측면에서 반감이 많지만 조향에 개입하지 않고 속도를 조절해 앞차와 거리유지를 하는 정도에서는 충분히 차를 믿을 수 있다. 제한속도를 초과할 경우 속도를 자동으로 낮춰주는 기능도 추가됐다.
다만 기아차가 강조한 ‘오너 드리븐카’ 측면에서는 큰 메리트를 느낄 수 없었다. 운전기사가 아닌 오너가 직접 운전하는 자동차를 뜻하는 이 용어는 다이나믹한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 특별한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다.
일단 ‘달리는 능력’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할 수 있다. 기존 3.0ℓ엔진 대비 늘어난 3.3ℓ엔진 답게 밟으면 밟는대로 쭉쭉 뻗어나간다. 국산 최초로 적용된 8단 전륜 변속기와의 궁합도 뛰어나 변속충격이 거의 없이 부드럽다. 킥다운 시 반응이 다소 둔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배기량으로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 상무급 임원이 타는 2.4ℓ모델에는 기존과 같은 6단변속기가 탑재돼 이 부분이 임원들이 선택한 이유라고 보기는 어렵다.
부족한 부분은 코너링에서의 감각이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조금 더 역동적으로 자동차를 몰 경우 유수의 명차들과 차이가 느껴진다. 다만 이 차이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R-MDPS와 C-MDPS의 차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다양한 주행보조시스템의 총체적인 차이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인기를 끄는 4륜구동 모델들에 비하면 ‘오너 드리븐’이란 말을 붙이기는 다소 민망하다.
연비는 10.8㎞/ℓ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구간이 고속구간이었음에도 테스트를 위해 급가속과 급감속을 반복했음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이다. 3.3ℓ가솔린 모델의 19인치 타이어 기준 공인연비는 복합연비 기준 9.7㎞/ℓ, 고속도로 기준 11.8㎞/ℓ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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