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익은 계속 고꾸라지는데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지 못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자존심도 구겼다. 국내 금융권에서 자산이 가장 많음에도 보험사에 순이익 1위 자리를 빼앗겼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시장환경이 점점 악화됨에도 신규 먹거리를 발굴하지 못했다. 일부 은행은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수익다각화를 노리고 있지만 역시 결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저금리·저성장·대출규제 ‘삼중고’

은행들이 위기설에 시달린 것은 어느덧 반년을 넘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익이 내리막을 탔다. 저성장·저금리 회오리가 휘몰아치면서 어려움이 가중됐고 여기에 부동산시장 침체 등으로 담보대출시장마저 얼어붙었다. 이로 인해 순이익이 반토막 났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특수은행 등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잠정·개별기준)이 3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조원)에 비해 42.6% 급감했다. 반면 보험사들은 지난해 6조4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사상 처음으로 보험사의 순익이 은행을 앞질렀는데 순이익 규모가 은행의 거의 두배에 달한다.


물론 이번 순이익 하락은 일시적인 영향이 컸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특수은행이 지난해 4분기 2조1000억원의 적자를 낸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그렇다고 해도 은행이 보험사에 순이익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은행들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발굴하려는 분야는 핀테크(Fin-Tech)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이다. 모바일 기반 중금리 대출상품을 잇따라 내놓은 것도 핀테크시장을 선점하려는 의도다.


ISA는 예금과 적금, 펀드와 파생상품 등을 한번에 담아 통합·관리할 수 있는 계좌다. ISA에 담아둔 금융상품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최대 200만원까지 비과세혜택이 주어지고 200만원이 넘는 수익에 대해선 일반 이자소득세(15.4%)보다 낮은 9.9%의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그런데 최근 불완전 판매 논란이 불거져 이마저 수익개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설사 고객 끌어들이기에 성공한다고 해도 금융위기 이전 실적으로 끌어올리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먹을 수 있는 파이는 정해져 있는데 금융사끼리 뺏고 빼앗는 경쟁은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은행 실적이 개선되려면 선제 금리인상과 부동산시장 활성화 등 경기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경기가 살아나면 대출이 늘고 예대마진을 통해 수익이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그러나 은행들이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기다리기엔 한계가 있다. 오히려 미래는 더 암담하다. 저금리 기조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스웨덴과 스위스,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맞았다. 따라서 국제공조에 맞춰 한국은행도 이르면 3~4월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 은행 성장을 더욱 어둡게 한다.

◆직원 줄이고 성과급 도입 준비

해법을 찾지 못한 은행은 구조조정에 관심을 쏟는다. 인건비를 줄여 수익개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결국 내부직원을 줄이는 것으로 경영전략 방향을 잡은 셈.

실제 지난해 KB국민은행은 1122명의 직원을 희망퇴직 명분으로 내보냈고 지난해 말 또 한번 희망퇴직을 단행해 170여명이 신청한 상태다. SC은행도 지난해 963명의 직원을 특별퇴직시켰다.

외환은행과 지난해 합병한 KEB하나은행도 큰 폭의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희망·특별퇴직을 통해 924명을 내보냈다. 이 같은 인력구조조정은 올해도 예외가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각 은행들은 점포 구조조정을 적극 진행할 예정이어서 추가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성과급제도 도입에도 적극적이다. 은행권은 성과연봉제 도입 및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규정 도입을 추진 중이다. 또 평균 5000만원이 넘는 초봉 수준도 낮추기로 했다. 이를 통해 금융공기업보다 강도 높은 성과주의를 추진, 성과급 비중을 금융공기업에 적용키로 한 30%보다 높일 계획이다.

하지만 노조가 강하게 반발해 이 제도가 시행될지는 미지수다. 금융노조는 “성과급제도는 저성과자 퇴출제도로 활용돼 인력구조조정을 쉽게 할 수 있는 이중의 구조조정”이라며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벌써부터 노조와 마찰을 빚는 은행도 있다. 씨티은행이다. 씨티은행은 본점 일부 부서장을 전문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노조의 반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다. 씨티은행 노조는 “쉽게 해고하기 위한 꼼수”라며 지난 1월29일 곧바로 노동청에 진정을 접수했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전문계약직 전환은 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해고가 쉽고 구조조정에서 해고 1순위가 될 수 있어 불안감을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은행이 살 수 있는 길은 없는 것일까. 사실 국내시장에서 은행수를 줄여 경쟁을 최소화하는 방법 외엔 달리 뾰족한 해법이 없다. 은행과 은행 간 인수·합병(M&A)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해외로 뻗어나는 것이 전문가들이 제시한 방법 중 하나다.

그런데 이마저도 상황이 좋지 못하다. 우리은행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국내은행에선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은행 환경이 악화되고 지점이 겹쳐 시너지가 나오기 힘든 구조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체적으로 고객 니즈에 맞는 금융상품을 개발하거나 금융규제 완화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고객이 원하는 금융상품을 개발하거나 금융규제 완화로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이 현재로선 은행이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정부가 은행의 저성장을 계속 방치한다면 앞으로 고용시장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