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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의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2년차로 접어들었다. 모범규준은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확보해 금융회사의 건전한 경영과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지만 법적 효력이 없는 부실한 행정지도란 점에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특히 올해는 금융지주, 은행의 사외이사 선임 시 모범규준이 더욱 ‘유명무실’해질 전망이다. 대다수 금융지주와 은행 CEO의 임기가 올해 만료돼 이들의 선출권을 가진 사외이사를 쉽게 바꾸지 않을 것이기 때문.
지배구조 모범규준 제20조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사외이사 중 5분의 1내외에 해당하는 수를 매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새로 선임해야 한다. 사외이사는 통상 2년의 임기가 보장되며 이후 1년씩 연임이 가능하고 최장 5년까지 업무를 볼 수 있다.
2월 말 기준 신한·KB·하나·농협금융과 우리은행 등 5대 금융사의 사외이사는 37명으로 이 가운데 26명(70.3%)이 이달 임기가 끝난다.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처음 적용된 지난해에는 금융지주와 은행이 사외이사를 대거 교체했지만 올해는 대다수가 연임카드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신한금융지주는 이사회를 열고 3월 임기가 끝나는 7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고부인, 이만우, 이상경 이사의 1년 재선임을 추천했다.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로 이성량 동국대학교 교수, 이정일 평천상사 대표, 이흔야 재일한국상공회의소 사외이사 등 3명을 추천했고 남궁훈 이사는 기타비상무이사로 추천돼 사외이사에서 물러났다.
신한금융은 3명의 사외이사 추천으로 총 9명 중 25%(5분의 1 내외)를 새로 뽑는 모범규준을 지켰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이정일 후보는 이미 2011년 3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신한금융 사외이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어 사실상 1년 안에 사외이사로 복귀한 셈이다.
재일교포 출신 이 후보는 신한은행을 창립한 재일교포 주주들의 신임을 받은 인물이다. 내년 3월 임기를 마치는 한동우 회장이 차기회장 선임을 위해 재일교포 주주들의 추천인을 수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처음 적용되면서 사외이사가 대거 교체됐지만 올해는 대다수 연임할 것으로 보인다”며 “임기만료를 앞둔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도 주주들의 사외이사 연임 제안을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모범규준 발단된 KB, 교체 없어
KB금융지주도 올해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하거나 교체하지 않을 방침이다. 지난해 사외이사 7명을 전원 교체한 KB금융은 당장 5분의1 이상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KB금융은 지난 2014년 제2의 'KB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새로 도입한 바 있다. 따라서 올해 사외이사 '교체카드'를 꺼내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하나금융지주도 다음달 임기가 만료된 윤종남, 박문규, 송기진, 김인배, 홍은주, 이진국 등 6명의 사외이사 중 일부의 연임이 예상된다. 이 중 박문규 사외이사는 임기 2년 만료 후 1년 연장됐고 윤종남·김인배 사외이사는 임기 2년을 마쳤다. 다만 이들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깊은 신뢰관계를 구축한 만큼 1년을 추가로 연임할 가능성이 높다.
3월 김정태 회장은 임기 후반을 같이 할 계열사 CEO를 선임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사외이사 구축이 중요하다. 계열사 CEO를 새로운 인사를 수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음에 따라 김 회장의 새로운 인사에 힘을 실어줄 사외이사의 동의가 필요하다.
우리은행은 현재 6명의 사외이사 중 3명을 새로 선임할 수 있다. 오상근, 최강식 이사가 임기 2년을 채웠고 김준기 이사가 지난해 11월 말 사퇴하면서 대체할 사람이 필요하다. 최강식 사외이사의 경우 2012년 박근혜 후보 정책자문을 지낸 정치권 인사로 연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모범규준 허점, 낙하산 우려 지속
지배구조 모범규준의 부실한 규제로 금융지주, 은행권에는 관피아(관료 출신), 정피아(정치권 출신)들이 대거 사외이사에 자리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금융권 낙하산 인사를 차단하겠다”는 발언도 무색한 상황이다.
최근 기업은행은 이용근 전 금융감독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2대 금감원장을 역임했던 이 사외이사는 기업은행에 2019년 2월까지 재직한다. 우리은행의 홍일화, 천혜숙 사외이사도 정치권 출신이다. 홍일화 사외이사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부대변인과 17대 대통령 선거대책위 부위원장 등을 거쳤다. 천혜숙 사외이사는 남편이 이승훈 청주시장(새누리당)으로 선임 당시 논란이 됐다.
농협금융지주가 지난해 새로 영입한 사외이사 2명은 관료 출신이다. 전홍렬 사외이사는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역임했고 민상기 사외이사는 기재부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하나금융의 홍은주·양원근 사외이사는 각각 금융위원회 평가위원, 금융연구원 출신이며 윤종남 이사회 의장은 수원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역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KB사태 이후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마련되면서 사외이사 평가시스템이 갖춰지는 등 외형적 변화가 있었지만 사외이사가 지주 회장 등을 견제하는 역할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모범규준을 법률로 정해놓고 제도적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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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의 기자
안녕하세요. 동행미디어 시대 이남의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