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정상급 프로기사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한 알파고. 보험업계에도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이 스며든다. 특히 생보업계의 독보적 1위인 삼성생명이 자동 언더라이팅 시스템 고도화를 추진해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끈다.

/사진=뉴스1 손형주 기자


◆삼성생명, 4월부터 AEUS 운영


삼성생명이 보다 고도화된 자동 언더라이팅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이 시스템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보험계약자의 기본정보와 보험 관련 정보들을 바탕으로 계약심사를 자동처리하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다음달 중순부터 자동 언더라이팅 시스템을 운영할 계획이다.


현재 일부 보험대리점(GA)을 대상으로 삼성생명이 자동 언더라이팅 시스템인 AEUS(Advanced Expert Underwriting System)를 시험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AEUS는 기존 자동 언더라이팅 시스템인 EUS(Expert Underwriting System)보다 더 세분화된 시스템으로 부담보 동의서를 출력하고 구체적인 서류 내용 안내와 보험계약심사 결과 제공 등의 업무를 모두 자동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5년부터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맡았던 자동 언더라이팅 시스템을 인공지능에 가깝게 고도화한 것.

/사진제공=마이리얼플랜


삼성생명을 비롯해 교보·한화·동양·ING·푸르덴셜생명 등 대부분의 생보사가 EUS를 사용한다. 삼성생명의 경우 EUS로 전체 언더라이팅업무의 10~20%를 처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기존 시스템으로 대부분의 보험사는 청약서상 특별한 사항이 없는 경우에만 자동심사를 거치고 나머지 업무는 언더라이터 담당직원이 직접 처리한다.


하지만 이번에 삼성생명이 구축하는 자동 언더라이팅 시스템은 기존보다 더 많은 사례에 대해 컴퓨터가 직접 판단하고 업무를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보험환경에 맞춰 다양한 특약과 질병정보 등이 이번 자동 언더라이팅 시스템에 반영된 것.

이에 따라 유병력자 등 리스크가 높은 계약의 예상 심사 결과와 필요서류 및 절차, 예상 심사 기일, 진척현황 등을 보다 빠르게 심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알파고처럼 빅데이터가 포함된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언더라이팅을 분석해 처리해주는 셈이다.

/사진제공=삼성생명


◆언더라이팅 인력 축소 우려도


AEUS가 본격 도입되면 삼성생명 전체 언더라이팅업무의 70%가량이 자동으로 처리될 것으로 예견된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지금 사용하는 시스템보다 고도화된 자동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비용절감은 물론 시간단축 등의 효과를 볼 것”이라며 “보험사 입장에서는 업그레이드된 자동 언더라이팅 시스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을 통한 자동 언더라이팅 시스템이 상품을 개발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유럽계 생명보험사 스코의 경우 대규모 외부데이터를 내부데이터와 통합한 자동 실시간 언더라이팅 시스템을 도입, 상품개발시간과 비용을 줄였다. 또 절감된 비용만큼 보험료를 낮춰 경쟁사 대비 높은 상품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공지능 알파고와 보험산업의 미래’ 보고서에서 “보험사들은 언더라이팅시간 단축, 비용절감 및 언더라이팅 일관성을 위해 자동 언더라이팅 시스템을 도입할 전망”이라며 “이는 보험산업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동 언더라이팅 시스템이 고도화될수록 앞으로 언더라이팅 담당인력이 축소될 우려가 있음을 지적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마다 다르겠지만 언더라이팅 업무의 기본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매뉴얼이 규정화돼 있어 언더라이터들이 했던 업무의 많은 부분을 자동 언더라이팅 시스템이 처리하게 된다면 향후 해당 부서의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사람이 했던 부분을 얼마나 전산에 반영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의견에 삼성생명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AEUS가 도입되면 기존보다 정교한 심사결과를 예측할 수 있겠지만 이로 인해 (언더라이팅부서의) 인력을 줄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AEUS 도입으로 일이 좀 더 편해질 뿐 언더라이팅작업은 결국 사람이 살펴봐야 하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AEUS가 고위험계약 건까지 선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도 일손이 부족한 상태인 데다 까다로운 계약을 선별하는 일은 결국 사람이 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보험업계 판매채널 근본 변화 전망

자동 언더라이팅과 같은 인공지능기술은 계약심사뿐 아니라 상품판매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상품을 분석하고 설계해주는 핀테크업체 마이리얼플랜이 대표적 사례다.

마이리얼플랜에서는 자체 알고리즘을 적용해 보험설계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비자가 보험설계를 요청하면 다수 설계사로부터 입찰을 받고 입찰이 끝나면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보험상품을 분석해 가장 좋은 설계내용을 알려주는 식이다.

이처럼 효율성 제고와 비용절감을 위해 보험업계는 더욱 적극적으로 인공지능 컴퓨터기술 도입에 나설 전망이다. 김 연구위원은 “보험사들은 인공지능 컴퓨터기술을 보험요율 산출, 보험계약심사, 판매채널 등에 도입할 것”이라며 “대규모 전속판매채널을 보유한 보험사의 시장지배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돼 판매채널이 고비용설계사 중심에서 다양한 저비용채널로 전환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