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자매 중 둘째인 A씨는 시력저하 증상을 호소하다가 10년 전 라식수술을 했다. 수술 후 거추장스러웠던 안경을 벗고 또렷하게 보이는 사물들이 마냥 신기했던 A씨. 며칠 뒤 A씨의 언니와 동생도 같은 라식수술을 받았고 세자매는 이제 육안으로도 모든 것이 잘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다. 하지만 몇년 뒤 A씨와 A씨의 언니는 각막에 하얀 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바로 앞에 놓인 사물을 보는 것조차 불편해졌다. 자매는 두려운 마음에 병원을 찾아 검사를 진행한 결과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우리 속담에 '몸이 천냥이면 눈은 구백냥'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눈에 대한 건강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하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PC, 스마트폰 등과 같은 전자기기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VDT증후군이나 봄철만 되면 기승을 부리는 황사와 미세먼지로 인한 결막염, 안구건조증 등 각종 안질환에 쉽게 노출된다.

이뿐 아니라 가족력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망막색소변성증, 선천성 백내장, 각막이상증과 같은 유전성 안질환 역시 우리의 눈 건강을 위협한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이 유전성 안질환을 가지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시력에 문제가 없더라도 언제든 질환이 발병할 수 있으니 가족 모두가 주의를 기울여 유전성 안질환의 유무를 체크하고 예방할 것을 권한다.


◆ 근본치료 불가능한 ‘망막색소변성증’

잘 알려지지 않아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현대의학으로도 근본적인 치료가 불가능한 실명질환이 있다. 바로 망막색소변성증이다. 우리의 눈으로 들어온 빛은 망막에서 광수용체세포를 통해 전기적 정보로 바뀌고 시신경을 거쳐 뇌에 도달하는데, 망막색소변성증은 광수용체의 기능에 문제가 생겨 나타난다.


이 질환은 시각세포가 변성되거나 퇴화로 인해 손상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시력을 상실하는 진행성 망막변성이다.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으나 유전자 이상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대략 4000명 중 1명꼴로 발병한다.

이 질환의 가장 안타까운 점은 현재로서는 명확한 치료법이 없으며 초기에는 두드러진 자각증상이 없기 때문에 질환이 진행된 후에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개인에 따라 증상의 시기나 진행속도가 모두 다르며 질환이 진행된 경우 야맹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거나 시야가 좁아지는 증상, 눈부심 현상 등이 나타난다.


망막색소변성증은 다른 안과 질환이 동반돼 나타날 수 있고 가족력이 없는 경우에도 갑자기 발병할 수 있어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권고된다. 만약 질환을 진단받았다면 자외선에 의한 손상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선글라스나 모자 등을 필히 착용해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춰야 한다. 환자가 현실에 맞춰 적응하면서 스스로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주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배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 시야 탁해지는 소아 선천성 백내장

유아기부터 주의해야 하는 안질환은 소아 선천성 백내장이다. 백내장은 노화로 인해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노인성 질환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소아 선천성 백내장이나 외상 또는 약물 부작용, 당뇨, 포도막염 등으로 인한 2차성 백내장도 있다.

백내장은 혼탁하고 딱딱해진 수정체가 빛을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해 안개 낀 것처럼 시야가 뿌옇게 보이는 질환을 말한다. 소아 선천성 백내장은 대부분 원인 불명이며 유전적 요인으로 발병한다. 산모가 임신했을 때 태내에서의 감염이나 대사 이상, 염색체 이상 등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아 선천성 백내장의 증상으로는 불빛을 따라서 잘 보지 못하거나 한곳을 주시하지 못하는 경우, 눈의 찡그림, 눈 떨림, 심한 눈부심 등이 있다. 선천성 백내장은 한쪽 또는 양쪽 눈 모두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여러가지 혼탁이 수정체의 어느 부분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이 질환은 초기에 자각증상이 없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지내다가 어느 날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면 상당 부분 백내장이 진행됐다고 볼 수 있으며 이후 정상안으로 복귀될 가능성은 지극히 적다.

나이가 들면서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백내장의 경우 수술을 통해 수술 전과 같은 시력을 회복할 수 있지만 소아 선천성 백내장은 수술 시기를 놓치면 시력이 점차 악화돼 종국에는 소실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유아의 경우 증상에 대한 의사 표현이 어렵기 때문에 부모의 주의가 반드시 필요하며 신생아 시기에 안과적 검사를 반드시 받아 질환의 조기 발견에 힘써야 한다. 만약 질환이 발견돼 수술을 진행한 경우 수술 이후 콘택트렌즈나 안경을 착용하게 하는 등 아이의 시력 발달을 위해 꾸준히 눈 건강 관리를 해줘야 한다.


/사진=뉴시스 장세영 기자

◆ 시력 보호의 지름길 '조기 발견'

최근 라식, 라섹 등의 시력교정술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주목받는 유전성 안질환인 각막이상증은 각막 중심부에 단백질이 침착돼 혼탁이 발생하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차 혼탁이 증가해 시력이 소실되는 질환이다.

각막이상증의 종류는 다양하며 그 중에서도 세계적으로 가장 빈번하게 보고되는 것은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이라 불리는 ▲과립형 각막이상증 제2형(GCD2)을 비롯해 ▲과립형 각막이상증 제1형(GCD1) ▲격자형 각막이상증 제1형(LCD1) ▲레이스버클러스 각막이상증(RBCD) ▲티엘벵케 각막이상증(TBCD)과 같이 총 다섯가지다.

각막이상증은 동형접합자와 이형접합자로 구분되는데, 동형접합자는 부모 모두에게 각막이상증 유전자를 물려받은 환자로 어렸을 때부터 증상이 발병해 성인이 되기 전 실명에 이를 수도 있다. 이형접합자는 부모 한 사람에게 유전자를 물려받은 경우로 보통 10대 이후부터 증상이 나타나지만 생활환경 등의 차이에서 증상이 나타나지 않거나 말년에 이르러서야 시력 소실이 시작되는 경우도 있다.

각막이상증은 같은 가족 내에서도 발병연령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아무런 증상 없이 보편적으로 알려진 발병 연령대를 지났다고 해도 ‘아벨리노랩 유니버셜테스트’와 같은 첨단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질환의 유무를 확인해보는 것이 안전하다.

완치법이 없기 때문에 질환의 발현을 늦추거나 막기 위해 눈을 심하게 비비지 말고 야외활동 시에는 자외선 차단을 위해 선글라스를 반드시 착용하는 등 각막에 물리적 상처가 가해지지 않도록 생활습관을 교정해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