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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을 지키려는 행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명분도 실리도 없는 정책에 집중하면서 노사관계를 파탄 내고 있다.” (김문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금융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정부와 노조 간 이해관계가 상충하면서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 압박에 사측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과연봉제 도입에 사활을 건 반면 노조는 합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건 명백한 불법이라고 맞선다.
이 가운데 일부 금융공공기관장은 노조와의 합의 없이 이사회를 열어 날치기식으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아직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은 금융공공기관도 날치기 통과 가능성이 큰 상황. 박근혜 대통령이 성과연봉제 도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건 터라 상당수의 기관장이 노조를 피해 성과연봉제 도입에 나설 전망이다.
◆기업은행, 제도 도입 초읽기
정부가 지난 2월 성과연봉제 도입을 주문한 곳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캠코)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예탁결제원 ▲주택금융공사 등 9개 금융기관이다.
이 중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곳은 예보와 캠코, 산업은행, 기술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등 총 5곳이다. 노조 합의를 거쳐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곳은 예금보험공사 한곳뿐이다. 캠코와 산업은행, 기술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는 이사회를 열어 노조와 합의를 거치지 않고 관련 안건을 통과시켰다.
산업은행이 성과연봉제 도입에 나서면서 다른 국책은행의 마음이 급해졌다. 산업은행이 날치기식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만큼 더 늦추기 힘든 상황이다.
현재 신속하게 움직이는 곳이 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은 지난 13일 사내 인트라넷에 ‘성과중심 문화정착을 위한 직원 소통자료’라는 제목의 성과주의 시행안 성명자료를 올렸다. 사실상 성과연봉제 도입 초읽기에 들어간 셈.
본지가 입수한 기업은행 성과연봉제 문건엔 개인평가제도의 경우 인사고과 제도인 근무성적 평점체계를 ‘성과평가’와 ‘역량평가’(정성평가)로 구분하고 ‘절대평가’ 방식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성평가는 본인이 제1평가(자체평가)를 매기고 팀장과 부점장이 50대50 비중으로 평점을 정한다. 또 그룹장 및 지역본부장이 본인과 팀장·부지점장 평점을 더해 최종 개인평가등급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그룹장(본부) 및 지역본부장(지점장)뿐 아니라 팀장과 본인도 개인평가등급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 기업은행은 그룹장이나 지점장이 자신의 팀원을 평가해 그 점수를 인사고과에 반영했다.
평가항목은 ▲업무수행 정확성 ▲업무수행 난이도 ▲업무수행 적시성 ▲업무수행 양 ▲팀 업무 기여도 등 5가지다. 평가점수는 S, A, B, C, D 등 5가지 등급으로 매긴다. 최종평가는 피평가자(본인)에만 공개하고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경우 평가자에 이의제기 신청, 평가결과 감사·모니터링 등의 절차를 밟을 수 있게 했다.
기업은행은 평가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 더욱 엄정하게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자평했다. 성과연봉제는 3·4급이 대상이다. 직급별로 보면 과장에서 부지점장(정규직만 대상)까지다. 대상 인원은 약 2500~3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 사실상 호봉제가 폐지된다는 점이다. 기업은행은 그동안 개인업무 평가와 무관하게 근속연수에 따라 연봉과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하지만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앞으로 근속연수 대신 지점의 업무실적에 따라 개인의 연봉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내부에선 개인간 연봉이 최대 2000만원가량 차이날 것으로 예상한다.
실효성 논란도 불거졌다. 성과제도 문건엔 그룹장이나 팀장 등이 부여한 평가점수에 불만이 생길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상사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행원이 얼마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기업은행의 한 행원은 “회사를 옮기거나 그만둘 생각이 없는 이상 상사에게 이의를 제기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기업은행 행원은 “문건에선 ‘저성과자 퇴출’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아니라고 명시했지만 행원의 사기가 떨어지고 서로 경쟁하는 구도가 심해져 사실상 퇴출분위기를 강요하는 흐름으로 갈 것”이라며 “현재 지점 내 분위기는 침울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기업은행은 이와 무관하게 이르면 이번주 초 이사회를 열고 이 내용을 담은 성과연봉제 안건을 통과시키고 내년에 시행할 방침이다.
◆차분한 수은, 노조와 합의가 먼저
수출입은행은 기본적으로 노조와의 합의를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금은 노조와의 타협이 어려워 조용한 분위기다.
현재 수은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행원들의 찬반투표도 이뤄지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면 찬반투표를 거쳐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데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수은의 성과연봉제 연내 도입이 힘들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수은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조선·해운업계의 구조조정에 따른 자본확충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선 성과연봉제가 먼저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수은 관계자는 “아직 아무 절차도 이뤄지지 않아 언제 도입된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수은 관계자는 “정부의 압박이 계속되면 중장기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큰 흐름으로 볼 때 기본연봉 인상률의 차등폭을 4급까지 확대한 산업은행과 비슷하게 결정되지 않겠느냐”고 예측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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