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치향수시장이 화장품업계의 블루오션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 니치향수는 2002년 '크리드'가 출시되며 물꼬를 텄지만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0년 이후부터다.
신세계가 니치향수의 최근 5년간 매출 추이를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2010년 70%, 2011년 36%, 2012년 93%에 이어 2013년 243%, 2014년 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말론 런던'이나 '딥디크' 등은 최근 3~4년 동안 큰 매출성장세를 이뤄내며 니치향수시장의 인기를 주도하고 있다.
니치향수는 '틈새(niche)'라는 단어의 뜻에서 만들어진 천연 원료를 사용하는 하이엔드급 향수를 지칭한다. 일반향수 100ml의 가격이 10만원 이하 정도라면 니치향수는 10만~30만원대로 비교적 가격이 비싼 편이다. 하지만 천연 원료들이 만들어내는 인위적이지 않고 매력적인 향기가 소비자들을 사로잡으면서 불황 속에서도 신장을 거듭하는 업종으로 손꼽히는 추세다.
◆리딩 브랜드들의 선전… 명품 제쳤다
국내 니치향수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조말론 런던./사진=김정훈 기자
국내 대표 니치향수 브랜드로 꼽히는 '조말론 런던'은 전국 백화점, 단독 매장 등 총 16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가장 매출이 높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경우 6월에만 2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말론 런던 관계자는 "신세계 강남점은 선물시즌 때 최고 3억5000만원에서 4억원까지 월 매출이 발생한다"며 "주로 강남이나 잠실에 위치한 매장 고객들은 한번 방문 시 2~3개씩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매출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조말론 런던'이나 '딥디크'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대비 모두 20~30%대 매출 신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올 1~5월 니치향수의 성장세는 25.3%에 달했다. 반면 샤넬이나 디올, 아르마니 등 명품브랜드 라이선스 향수 매출 성장세는 8.8%로 지난해(8.5%)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급 향수시장이 천연향료를 바탕으로 나만의 개성있는 향수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니치향수로 진화한 측면이 있다"며 "천연향료를 바탕으로 특화된 브랜드들은 인기를 끌고 있는 반면 샤넬이나 디올 등은 상대적으로 고전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국내 업체들도 매출 '쏠쏠'… '우후죽순' 론칭, 우려의 시선도
니치향수시장이 고공성장하면서 국내 화장품업계도 바빠졌다. 업계에 따르면 2014년 이후부터 국내에 론칭된 브랜드만 10개 이상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내 업체들은 향수전문 제조사가 아니더라도 해외 향수브랜드를 인수하거나 코웍(CO-WORK) 방식으로 니치향수시장에 뛰어드는 추세다.
아모레퍼시픽은 2012년 프랑스 향수브랜드 '아닉구딸'을 인수, 국내에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현재 아닉구딸은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과 압구정 갤러리아, 강남 현대백화점, 잠실 롯데백화점 등 4곳에 입점한 상태. 최근에는 고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신세계 영등포점에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아닉구딸 브랜드 관계자는 "지난해 1~5월 대비 올해 매출이 50% 성장했다"며 "본사 차원에서도 니치향수 시장이 커지고 있어 마케팅에 더 신경을 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진=김정훈 기자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현재 스웨덴 향수브랜드 '바이레도'를 판매 중이다. 바이레도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무려 290% 성장했다. 금비화장품도 지난해 2월부터 '니콜라이', '샤보', '라보라토리오 올파티보' 등 3개 브랜드를 판매하며 꾸준한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국내에서 향수수입사 매출 1위인 씨이오인터내셔널은 '장파투', '랑세', '프라고나르' 등 3개 브랜드를 판매 중이다. 특히 지난해 직영매장 운영을 원칙으로 하는 프랑스 향수브랜드 '프라고나르'를 유치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반면 LG생활건강은 2013년, '스티븐 스테파니'와 '코드 온' 2개 브랜드를 선보였으나 지금은 판매를 중단했다.
한편 국내에 너무 많은 니치향수 브랜드가 론칭되면서 성장률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니치향수업체 한 관계자는 "강남의 대형백화점 중에는 1층에 니치향수 브랜드 매장만 10개가 넘는 곳도 있다"며 "시장 전체의 파이가 커지고 있지만 업체별 매출이 분산되면서 몇몇 업체를 빼놓고는 고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