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금융노조가 2년 만에 총파업을 예고했다. 금융노조는 오는 9월23일 금융당국의 금융개혁 중 하나인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대하는 '해고연봉제저지·관치금융철폐 총파업'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파업은 지난 2014년 9월 금융노조가 '관치 금융철폐'를 명분으로 투쟁 깃발을 들었을때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금융노조의 투표에선 전체 조합원 9만5000명 중 87%인 8만2000명이 참여해 96.7%(7만9000명)가 찬성 표를 던져 총파업에 힘을 실어줬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경우 금융공공기관처럼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하기 어려워 보인다. 금융공공기관은 임금단체협상 창구인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하고 직원 개별동의와 이사회 의결만으로 연봉제 도입을 가결했으나 시중은행은 7만명이 넘는 노조원이 성과연봉제를 반대해 난항이 예상된다.
◆4개 은행 연말 노조선거, 임단협은 내년에
노조원이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은행연합회가 지난 21일 발표한 '은행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 최종안에 따르면 행원은 직무에 따라 연봉 격차가 최대 40%까지 벌어진다.
최종안은 최하위 직급에도 연봉제를 도입하고 전 직급에 대해 전체 연봉의 최고-최저 차등 폭을 평균 20~30%(관리자 30%, 일반직원 20%) 이상으로 운영한 뒤 이를 향후 4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시중은행은 은행별 상황에 따라 최종안을 수정하고 내년에는 확대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도입과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각 은행별 노동지부 위원장 등 주요 임원의 임기가 연말에 끝나기 때문에 행원의 임금지표를 설정하는 임단협이 내년으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올해말 하나·외환은행과 우리은행, 국민은행은 노동조합위원장의 임기가 모두 만료돼 내년에는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선다. 통상 현행 집행부의 임기가 연말로 예정된 경우 임단협은 다음 집행부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은행들이 새로운 노조 집행부와 성과주의 도입에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직원별 성과연봉제를 반영한 성과지표를 구체화하는 작업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KB국민은행은 '핵심성과지표'(KPI)를 개선하기 위한 직급별 기본급 상한제(페이밴드)와 개인성과제 등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고 했으나 노조의 반대로 무산됐다.
최근 노조위원장 선거에 당선된 유주선 신한은행 노조위원장도 '개인별 성과평가제도 도입 저지 및 축소'를 핵심공약으로 내건 바 있어 성과연봉제 도입에 험로가 예상된다.
은행권 노조관계자는 "성과연봉제 도입은 직급과 상관없이 전 직원에게 적용되는 문제로 많은 조합원들이 동참해 쟁의를 지속할 것"이라며 "은행이 내년에 집권하는 노동조합과 임단협에서 성과연봉제를 논의할 수 있겠으나 대다수 조합원이 총파업에 찬성하는 의사를 밝혀 내년에도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총파업 현실화, 창구 폐쇄 예고…고객 불편은?
일단 은행업계는 금융노조의 '9·23 총파업'에도 은행 창구가 전면 폐쇄되거나 모바일뱅킹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측한다. 조합원이 아닌 부지점장급 이상의 간부가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정상근무를 하기 때문. 게다가 24시간, 365일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뱅킹의 전산도 정상 가동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금융거래가 중단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지점마다 노조에 가입한 행원이 파업 참여 등으로 근무를 하지 않으면 은행 창구를 찾는 고객은 다소 불편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기본적인 업무처리를 담당하는 직원이 지점마다 배치되기 때문에 큰 혼란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11월부터다. 금융노조는 9·23 1차 총파업에도 불구하고 은행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하면 11월과 12월에 2차, 3차 총파업에 나설 방침이다.
김문호 금융노조위원장은 "압도적 찬성률로 현장조합원들이 총파업을 명령했다"며 "성과연봉제와 관치금융이 계속 이뤄진다면 9월 총파업뿐 아니라 11월, 12월에도 총파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한다.
9월23일에는 단 하루 총파업이 예고됐지만 2차, 3차로 흘러갈 경우 일정기간 동안 많은 노조원이 정상출근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금융노조의 총파업에 대해 우선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노조의 파업이 합법적이기 때문에 제재할 근거가 없다"며 "다만 금융기관 업무 마비를 대응하는 차원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