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은 지난 3월14일부터 개인조합자산관리계좌(ISA)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지난 3월14일 출시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어느덧 시판 6개월을 맞았다. ISA는 금융당국이 '국민 부자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도입했으나 금융소비자의 호응을 얻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ISA는 연간 2000만원 한도로 5년간 최대 1억원을 투자했을 때 소득의 200만원까지 비과세, 200만원을 넘는 금액은 9.9% 분리과세로 세금을 깎아주는 절세상품이다. ISA 도입 초기 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의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으나 실질적인 재산형성 상품으로 활용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7월 중순 집계한 결과 ISA는 총 240만 계좌에 2조8000억원이 모였다. '1만원 이하'의 깡통계좌가 70%에 달했고 이를 포함한 10만원 이하의 계좌는 79%나 됐다. 전체 계좌의 90%가량은 개인이 자산을 직접 운용하는 신탁형으로 집계됐다. 일임형 ISA의 수익이 2~3%에 적은 탓에 원금손실 리스크를 감내하고 금융회사에 ISA 운용을 맡긴 고객이 적은 것이다.  

연령별 계좌당 평균 잔고는 60대가 250만원 수준으로 가장 높았고 50대(151만원), 40대(96만원) 순이었다. 연령별 가입자 수는 40대가 70만좌로 가장 많았으며 30대(65만좌), 50대(49만좌) 순으로 나타났다. ISA의 가입자격이 소득이 있는 자로 제한된다는 점을 감안해 경제활동 인구가 많은 30~50대의 가입이 높았다. 다만 30대의 평균잔고는 60만원에 불과해 젊은층의 활용도가 낮았다. 


◆깐깐한 가입제한, 노년층 외면도 문제

이처럼 ISA가 흥행에 실패한 원인은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 농업인으로 가입대상을 제한한 점이 꼽힌다. 기존에 보유한 소득으로 노후를 계획하는 은퇴자, 일정하지 않은 수입이 있는 프리랜서, 재테크에 관심 있는 주부 등은 ISA의 잠재적인 고객임에도 가입대상에서 제외됐다. 특히 60대 이상의 ISA 고객 비중은 7.5%에 불과해 소득 요구조건이 노년층의 ISA 가입에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는 어떨까. 일본은행의 경우 은퇴한 노년층을 대상으로 ISA 가입 유치에 적극 나섰다. 그 결과 ISA가 출시 2년 만에 1000만 계좌를 달성해 '국민통장'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한번 가입하면 5년간 돈을 뺄 수 없는 계좌유지 조건도 많은 고객의 호응을 이끌지 못한 이유로 꼽힌다. 또 가입을 위해 소득증빙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등 번거로운 가입조건 역시 고객들이 등을 돌리는 데 한몫했다. 

더욱이 8월 초 기업은행이 일임형ISA 수익률을 부풀려 공시하면서 ISA는 수익률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 당시 금융당국이 전체 금융사를 대상으로 ISA 수익률을 전수조사한 결과 수익률을 잘못 공시한 금융회사는 19곳 중 7곳으로 150개 포트폴리오 중 3분의1에 가까운 상품의 수익률이 잘못 공시됐다. 차이가 1%포인트 넘게 벌어진 포트폴리오도 4개나 됐다.


금융위는 ISA 수익률 공시 오류에 대해 공시수익률 검증 외부전문기관 선정을 통해 9월 말 2차 수익률을 공시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회사간 건전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객관적인 공시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며 "공시수익률을 전수점검하고 공시담당자 등에 대한 전면재교육을 실시해 공시오류 위험을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ISA 가입금액·기한·대상 확대, 금융상품 다양화, 인출 제한 완화 등의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ISA 수요가 더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