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가 도입한 금리인하요구권제도가 사실상 무용지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 금리부담을 줄이기 위해 금리인하요구권 적용대상을 확대하겠다는 카드업계는 아직도 대출종류를 제한하고 있다. 소비자권리 안내 강화도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대출자가 신용등급 상승이나 소득증가 등 신용조건이 개선되면 금융사를 상대로 대출금리 인하를 신청할 수 있는 제도로 2003년 처음 도입됐다. 이용률이 저조하자 금융당국은 2015년 8월 금융소비자의 금리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 방안’을 추진했다. 적용 대출상품을 확대하고 홈페이지 등을 통한 안내를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여신금융협회는 지난해 6월 당국의 활성화방안을 시행 완료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이 현저히 낮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같은해 10월 관련 안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저성장 경기가 이어지고 가계부채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서민의 금리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신청가능 상품 제한… 금융당국 "점검하겠다"

그러나 카드사는 아직도 금리인하요구권 신청가능 상품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비씨카드를 제외한 국내 7개 전업계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 가운데 카드론(장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기타신용대출 등 4개 상품을 대상으로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가능한 곳은 신한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현대카드 등 4곳뿐이다. 현대카드는 일반대출 상품이 없다.

KB국민카드는 현금서비스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이 불가능하고 하나카드는 카드론을 제외한 다른 상품, 우리카드는 카드론·리볼빙을 제외한 대출상품에 대해 신청을 할 수 없다. 대출상품에 금리인하요구권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여신협회 관계자는 “금리인하요구권 적용제한 폐지는 리스·할부사가 신용·담보대출의 제한을 없애는 게 주내용”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활성화방안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에 금리인하요구권 적용 상품을 세부적으로 다 정해줄 수는 없다”며 “현금서비스, 리볼빙에 요구권을 적용하지 않는 카드사도 있지만 그 자율권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상호여전감독국 관계자는 “현금서비스는 신용공여기간이 짧기 때문에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해도 크게 실익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일부 카드사는 점검해보겠다”고 밝혔다.

◆홈페이지 안내 정보 ‘있으나 마나’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안내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당국과 협회는 각사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안내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카드사 대부분은 홈페이지에 이렇다 할 안내를 하지 않고 있다. 금리인하요구권 관련 란이 따로 없어 금융소비자는 검색을 해야만 관련 정보 확인이 가능한 실정이다. 롯데카드와 KB국민카드만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안내하고 있는데 롯데카드는 버너를 통해 KB국민카드는 상단 ‘금융>각 상품’ 란을 통해 관련 안내를 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관련 정보를 충분히 게재한 곳도 찾아보기 힘들다. 업계 1위 신한카드의 경우 4개 대출상품 종류 모두에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이 가능하지만 홈페이지에는 카드론에 대한 정보만 있다. 특히 2014년 10월에 공지한 이후 2년이 넘도록 변동사항을 알리지 않아 현재 신청가능 기준을 알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KB국민카드는 신청사유에 대해 ‘대출 약정시점 대비 현재의 연소득이 현저히 증가한 경우’라고만 밝혔다. 실제 기준은 연소득 1000만원 이상 증가할 때만 신청이 가능하다. 삼성카드 역시 ‘신용상태가 현저하게 변경된 회원’이라고만 게재했다. 우리카드의 리볼빙에 대한 신청기준은 ‘현재의 KCB 또는 나이스신용등급이 상향된 경우’다.

이처럼 카드사가 금리인하요구권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아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적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카드사가 요구권의 접수·실행건수 등을 밝히지 못하는 것도 요구권 수용률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신협회는 지난해 10월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여전사의 금리인하요구권 도입 후 홍보부족 등으로 여전사의 요구권 수용률이 낮았다”고 밝혔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실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여전사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2014년 30.2%, 2015년 33.9%, 2016년 상반기 22.5%에 불과하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금리인하요구권은 금융소비자가 권한을 행사하지 않으면 혜택을 볼 수 없는 구조다. 요구권의 존재를 알아도 금리인하요구 기준을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지난해 말 기준 수용률 등을 재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금리인하요구권은 말 그대로 금융소비자의 권리다. 하지만 카드사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이를 알고 있는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각사가 관련 홍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