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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은행 파트타이머로 일하는 박아람(35, 가명)씨는 잦은 야근에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쳤다. 지난해 경단녀(경력단절여성) 딱지를 떼고 은행에 재취업했지만 공과금, 시재(현금)정리 등을 처리하다 보면 매일 야근하기 일쑤다. 정규직원과 비교해 받는 임금은 몇배나 적지만 힘들게 취업한 터라 정시퇴근은 꿈도 못꾼다.
#. 김윤정(39, 가명)씨는 은행에서 8년 동안 근무한 경험을 살려 B은행 시간선택제 직원으로 취업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계약이 끝나는 연말을 앞두고 고용불안에 밤잠을 설친다. 정규직 전환은 물론 무기계약직 전환에 성공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어서다. 은행 내부에선 열심히 일해도 계약이 끝나면 또다시 실업자로 돌아갈 것이란 분위기가 팽배하다.
은행권의 경단녀 채용이 반쪽자리 고용정책에 그치고 있다. 2008년 가사와 육아로 직장을 그만둔 여성을 채용하는 경제활동촉진법, 이른바 경단녀법으로 은행들이 경단녀 채용에 나섰지만 열악한 임금·계약조건, 업무환경 등으로 고용창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새정부가 추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서도 경단녀들은 빠졌다. 일부 성과가 우수한 경단녀만 정규직으로 전환돼 경단녀 고용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경단녀 ‘감원 1순위’ 전락
은행들은 파트타이머, 시간계약직으로 경단녀를 고용한다. 근무시간은 전일제(8시간)와 시간제(4~5시간)로 나뉘며 계약기간은 전일제의 경우 10개월 내외로 3개월마다 계약을 갱신한다. 시간제는 2년 정도며 6개월 단위로 재계약한다.
월 100만원 수준의 적은 보수와 짧은 계약기간에도 일하려는 경단녀가 많지만 계약이 연장되거나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수는 미미하다. 무기계약직으로 불리는 준정규직에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NH농협·IBK기업은행의 경단녀 채용규모는 775명으로 전년 1050명 대비 36%가량 줄었다. KEB하나은행은 경단녀 특별전형이 없고 일반전형에서 경력가점을 주고 경단녀를 채용했다.
은행권에서 경단녀를 가장 많이 채용한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40명에서 올해 210명으로 규모를 늘렸다. 그러나 종합평가에서 최우수 인력으로 인정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비중은 매우 낮다.
경단녀는 10개월 단기 계약직으로 채용된다. 자동화기기나 태블릿PC,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을 돕는 스마트매니저는 계약연장 불가 조건이 붙어 계약기간이 끝나면 퇴사한다. 대다수가 계약기간이 짧은 데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수도 적어 수백명이 취업 후 퇴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경단녀를 우대하는 ‘산전 후 대체직’을 운영 중이다. 해당 직원들은 실적이 우수한 경우에 한해 정규직으로 전환되지만 규모는 매우 적다. 비정규직이 가장 많은 농협은행은 경단녀를 포함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검토 중이나 아직까지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시간제 리테일서비스(RS)직을 도입해 지금까지 278명이 근무 중이다. 경단녀 직원은 전부 정규직으로 전일제 직원과 동일한 정년보장과 직급을 보장해 복지가 가장 좋은 편이다. 하지만 적은 보수에 비해 과중한 업무를 토로하는 경우가 많고 또 2년에 한번씩 지점을 로테이션해야 하는 탓에 출퇴근 시간을 늘어 육아와 직장 일을 병행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은행은 경단녀 250여명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검토하는 중이다. 1년간 시간제 신분으로 계약한 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조건이다. 우리은행은 2014년 영업점 창구 텔러업무를 담당하는 시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재계약하는 고용제도를 시행했으나 아직까지 혜택을 본 근로자는 100여명에 불과하다.
IBK기업은행은 시간선택제 준정규직으로 경단녀를 채용해 특정 시간에 고객이 몰려 일손이 부족한 영업점과 본부 부서에서 활용하고 있다.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이 여성은행장으로서 경단녀 채용을 확대했지만 2013년 109명에서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70명으로 줄었고 지난해와 올해는 경단녀 채용이 절반이상 더 감소했다.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당국의 일자리 창출 압박으로 은행권의 경단녀 채용 열풍이 불었으나 저임금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경단녀를 배려한 업무조치에 역차별 논란이 일기도 하고 채용도 꾸준하지 않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 새틀짜기 필요
은행권의 경단녀 채용에 실효성이 미미한 데는 정권 코드 맞추기용에 그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올해 정권교체 후 금융정책이 달라질 것을에 대비해 아직 일반직군을 포함한 경단녀 채용일정을 잡지 못한 상태다.
앞서 은행권은 2012~2013년 이명박정부가 특성화고·마이스터고 등 고졸 채용을 강조하자 고졸 채용을 이전의 두 배 수준으로 늘렸다.
박근혜정부가 경력 단절 여성 재취업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을 당시에는 경단녀 공채를 일제히 신설해 2015년에만 경단녀 1200여명을 채용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특성화고 채용은 2012년의 4분의1 수준으로 줄었고 경단녀 채용도 전년 대비 40% 감소했다.
비대면 거래가 급증한 가운데 은행권 채용 한파도 경단녀 채용을 축소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은행 지점은 지난해 175개가 사라졌고 올해도 285개가 축소될 전망이다. 지점을 줄이다 보니 창구에서 근무하는 직원 수도 감소했다. 아직 하반기 경단녀 채용계획을 밝힌 시중은행은 한곳도 없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정부의 눈치보기로 도입한 인사정책은 일회성에 그쳐 오히려 고용인력의 혼란만 부추길 뿐”이라며 “달라진 금융환경에 따라 필요 시 인력을 뽑는 수시채용 형태로 경단녀를 채용하고 노사가 근무조건을 개선하는 등 지속가능한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5호(2017년 7월5일~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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