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서점 안에 진열된 수많은 책 중 ‘나에게 꼭 맞는 책’이 분명 있겠지만 책을 접하는 패턴이 이렇다 보니 그 책을 만날 확률은 높지 않다. 책은 많아지지만 책과 사람의 ‘연결고리’는 점차 약해지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북 큐레이션’의 역할이 주목받는다. 김미정 한국북큐레이터협회장(51)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책과 사람의 연결고리 '북큐레이션'
“책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거죠.” 김 회장은 북 큐레이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관심을 받는 북 큐레이션이란 흔히 책을 골라 서가에 배치하는 작업을 의미하는 말로 통용된다. 분야별로 나누고 출판사별 가나다순으로 배열하는 기존의 서적 분류법과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일본 등지에서는 이미 활성화된 개념이다.
김 회장도 이 같은 일을 한다. 서점이나 도서관, 기업, 기관 등이 북카페 등을 조성할 때 조언자 역할을 한다. 기존 대형서점과 도서관처럼 획일화된 방식이 아니라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책들을 선정해 가져다 놓고 배열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는 북 큐레이션을 책장 편집에 한정짓지는 않는다.
한국북큐레이터협회는 독서의 중요성을 알리고 책으로 소통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이념으로 만들어진 단체다. 읽는 이에게 책의 진정한 가치를 안내하는 일련의 활동을 한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활동은 다양하다. 곳곳에 강의를 다니며 북 큐레이터를 양성하고 좋은 서점을 추천한다. 후원을 통해 도서관 등에 도서를 기부하는 등 독서문화를 증진시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도 펼친다.
◆ 작은 서점에서 ‘책 문화’ 찾아요
일부 선진국에선 책장을 편집하는 북 큐레이터가 전문직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럴 만한 저변이 깔리지 않았다. 이에 김 회장은 북큐레이션의 중요성을 알리고 가르치는 데 집중한다. 그의 강의를 원하는 사람들은 주로 도서관 사서나 책방지기, 그리고 자녀에게 올바른 독서환경을 제공하고자 하는 부모다.
그는 현재의 우리나라 환경에선 사람들이 책을 가까이 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대형서점은 많은 책을 대중적이고 효율적으로 다룬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정작 책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공간으로서는 가치가 떨어집니다. 콘셉트가 있는 작은 동네책방과 작은 도서관이 활성화돼야 사람들이 조금 더 책을 가깝고 친근하게 여길 것으로 생각해요.”
그는 대전에 위치한 작은 책방인 ‘우분투북스’를 좋은 사례로 평가했다. 우분투북스는 먹거리·건강·생태 서적을 주로 취급한다. '건강한 먹거리로 농촌과 도시를 잇는다'는 콘셉트다. 이 분야의 준전문가인 책방지기는 손님들과 이야기하며 책을 추천해준다. 유기농 농가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등 현실과 연결되는 사회적 활동을 진행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 이런 작은 책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인데 한국북큐레이터협회도 작은 책방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더 좋은 책방의 예시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김 회장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아이들의 독서’다. 세살 버릇이 여든 간다는 속담처럼 아동기에 형성된 독서습관이 평생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그의 강의에 찾아오는 많은 부모들은 자녀가 책을 읽게 만들기 위해 상벌제도를 도입한다. 또 독후감을 쓰라고 강요한다. 그는 이 자체가 독서를 질리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아무런 부담없이 재미있게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줘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가정집의 책장에 부모가 신경써야 하는 이유다. 아이들의 손이 닿는 곳에 표지가 보이도록 책을 배치하는 게 시작이다. 나아가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분야에 대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수준의 양질의 도서를 구비하고 그 책에 대해 함께 대화를 나누는 일련의 과정이 아이들의 독서교육을 위한 북큐레이션이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