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국민은행

허인 KB국민은행장 체제가 다음달 본격적인 닻을 올린다. 국민은행은 지난 16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허인 은행장 내정을 확정했다. 허 내정자는 다음달 21일부터 2년간의 임기를 시작한다.

새 행장을 맞은 국민은행은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1961년생 젊은 은행장이 대대적인 체질개선에 나설 것이란 기대다. 허 내정자는 서울대 법학과 80학번으로 대표적인 86세대다. 1980년대 중반 입행해 은행의 고속성장기를 경험했고 오랜 기간 영업을 수행한 그가 이끌어갈 국민은행은 어떤 모습일까.


◆젊은 행장, 멀티플레이어 경영 기대

허 내정자는 은행 내부에서 ‘준비된 은행장’으로 불린다. 영업그룹 대표와 경영기획그룹 대표를 역임한 그는 전략과 재무, 여신심사, 기업금융, IT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여신·재무·전략·영업 등 다방면에서 경험을 쌓은 멀티플레이어다. 특히 국민은행을 리딩뱅크로 이끌 영업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지난해 영업그룹 대표로 아주대학병원의 주거래은행 계약을 따냈으며 올해엔 서울적십자병원 공략에 성공했다.

지난 7월에는 경찰공무원 대상인 ‘무궁화대출’ 입찰에 성공하는 성과도 거뒀다. 이는 신한은행이 오랫동안 영위하던 사업으로 국민은행이 기관영업대전에서 승기를 잡았음을 의미한다.


또한 디지털금융에 최적화된 인물이란 평가도 나온다. 그가 2001년 KB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할 당시 전산통합추진업무를 진두지휘하는 등 IT금융에 폭넓은 식견을 갖춰서다.

최근 은행권의 인사 핵심이 디지털금융 환경에 대처하고 역동적인 금융조직을 구축하는 인물인 만큼 허 내정자가 IT금융 역량을 십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허 내정자는 비전, 경영철학, 전략적 방향성, 품성이 국민은행을 이끌어갈 수장으로서 적합하다”며 “새 행장과 함께 성장하는 국민은행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허인 KB국민은행장 내정자. /사진제공=국민은행

KB금융지주는 허 행장 내정으로 3년 만에 회장·행장직 분리에 성공했다. KB금융은 과거 지주 회장과 은행장 간 갈등으로 불거진 ‘KB 사태’의 오명을 지우기 위해 윤종규 회장이 겸임체제를 유지했으나 조직이 안정됐고 실적도 올라 국민은행장을 분리키로 했다. 따라서 허 내정자와 윤 회장의 호흡이 얼마나 잘 맞을지가 리딩뱅크 수성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허 내정자가 입증한 영업실적을 보면 윤 회장과의 화합이 점쳐진다. 그는 영업그룹 대표를 역임하면서 영업편제를 PG(파트너십그룹)제로 바꿨다. PG제는 지점별 경쟁이 아니라 협력을 지향한다. 윤 회장이 은행장 겸임 시절 지주와 계열사 간 시너지, 매트릭스체제 구축에 심혈을 기울인 점을 고려하면 허 내정자의 경영철학과 궁합이 맞을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허 내정자를 필두로 KB금융의 세대교체가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민은행은 허 내정자를 제외한 김기헌 부행장(1955년생)과 허정수·오평섭·전귀상·이용덕 부행장(1960년대생), 박정림 부행장(1963년생) 등 6명의 임기가 연말 만료된다. 전무급은 1961~1967년생으로 허 행장보다 훨씬 젊은 인사로 배치됐다.

윤 회장이 2014년 첫 취임 후 계열사 CEO와 주요 임원자리에 1960년대생을 대거 배치하고 젊은 조직구축에 힘쓴 바 있어 은행에도 젊은 감각을 보유한 임원을 대거 발탁할 가능성이 높다.

허 내정자는 기자들과 만나 “윤종규 회장의 철학에 따라 잘 이끌어나가겠다”며 “은행을 포함한 KB 전 계열사의 캐치프레이즈가 협업을 뜻하는 ‘코웍’(Co-work) ‘원펌’(One-firm)이기 때문에 계열사 간 도움을 주고받으며 그룹 실적 극대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아킬레이스건 해외사업… 노사갈등도 과제

3년 만에 등장한 국민은행장에 거는 기대만큼 우려하는 시각도 적잖다. 허 내정자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리딩뱅크 굳히기다. KB금융은 지난 2분기 1조원에 육박하는 순익을 기록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신한금융을 제치고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다.

상반기 합산 기준으로는 신한금융이 1조8891억원으로 KB금융(1조8602억원)을 앞섰지만 은행만 보면 순이자마진(NIM) 개선으로 국민은행이 신한은행을 추월했다. 국민은행의 순이익은 상반기 기준 1조2092억원으로 신한은행(1조1043억원)보다 약 1000억원 많다.

다만 국민은행이 꾸준히 수익을 내려면 국내를 넘어 해외사업에서도 성과를 내야 하는 만큼 허 내정자의 어깨가 무겁다. 그는 은행에서 기획·전략업무를 주로 맡아 해외업무 경험이 없고 해외진출 계획도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이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된다.

국민은행의 해외점포 수(6월 말 기준)는 19개로 150~270여개를 보유한 시중은행의 10%에 불과하다. 리딩뱅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해외진출에서 고배를 마시고 있다. 2008년에는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뱅크(BCC)를 인수했으나 9년 만에 9500억원 손실을 봤고 최근에는 필리핀 이스트웨스트은행의 지분 매각을 검토하다가 무산되기도 했다.

1000여개에 달하는 국민은행의 점포 개편작업도 허 내정자의 경영과제로 손꼽힌다. 점포 통폐합 작업은 인원 감축 등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어 노조와의 원활한 대화가 필요하다.

현재 허 내정자와 노조의 관계는 악화된 상황. 노조는 은행의 노조위원장 선거 개입 의혹, 날치기식 선임 등을 이유로 윤 회장의 퇴진과 허 내정자의 선임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허 내정자는 장기신용은행이 국민은행과 통합되기 전 노조위원장을 맡은 경험으로 노조와 합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새로운 선장을 맞은 국민은행 허인 호가 노사갈등을 잠재우고 리딩뱅크 자리를 사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1호(2017년 10월25~3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