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환경에 대한 우려가 크다. 자동차산업에서 오염물질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명제에도 모두가 공감한다. 각국 정부는 부가가치가 커지는 친환경 기술을 선도적으로 개발하라고 관련 기업을 독려한다.

친환경기술 개발과 소비를 장려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과 소비자에게 강력한 인센티브를 주면 된다. 하지만 정부 재정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기업과 해당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부담을 지워 부족한 인센티브를 보완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기존 산업계는 반발하기 마련이다.


◆인센티브 간극 메울 페널티 필요

최근 떠오른 친환경차 협력금제도 논란 역시 규제와 인센티브를 병행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기업들이 반발하며 불거졌다.


친환경차 협력금 제도란 이산화탄소(CO2)와 질소산화물(NOx)·황산화물(SOx) 등을 배출하는 차를 사는 소비자에게 부담금을 부과하는 반면 전기·하이브리드 등 배출량이 적은 친환경차를 구매하는 사람에겐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지난 9월 환경부 미세먼지저감대책에서 언급됐으며 같은 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송옥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관련 법안을 발의해 소위에 상정됐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시스 DB


이 같은 방안이 나온 배경은 친환경차에 대한 인센티브 축소 우려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현행 친환경차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한다. 올해 전기차의 경우 국고보조금 1400만원과 지자체 보조금 1200만원 등 최대 2600만원이 지원됐다.

하지만 전기차 보급대수를 늘리면서 이같은 보조금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 입장에서는 한정된 보조금을 더욱 많은 사람에게 나눠줘야 하고 결국 개별 구매자가 지원받는 보조금 액수는 보급량이 많아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해 최고점을 찍은 정부의 친환경차 보조금은 내년부터 매년 감소할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보조금 대상을 올해보다 6000대 많은 2만대로 확대했지만 대당 국고지원금을 올해보다 대당 200만원 줄이기로 했다. 내년에 전기차를 구입하는 사람은 올해 구입한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하는 셈이다. 하이브리드차에 지급하는 보조금도 현행 100만원의 절반(50만원)으로 줄어든다.


소비자 입장에선 전기차 구매동기가 약해진다. 제조사가 생산혁신으로 가격절감을 이루길 기대하기도 아직은 이르다. 이에 정부는 친환경차 협력금제도로 내연기관차에 대한 부담을 강화해 전기차와의 격차를 줄이고자 한다. 이를 통해 마련한 세수를 보조금으로 활용하면 장기간 전기차 보급정책을 유지할 수 있다.

◆완성차업계 거센 반발


하지만 이런 친환경차 협력금제도는 국내 완성차업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완성차업계는 제도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우리나라 산업구조를 고려했을 때 적용해선 안되는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국내 완성차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최근 컨슈머인사이트에 의뢰해 작성한 ‘자동차 가격조정에 따른 수요결과’ 보고서를 소개하며 자동차 가격을 인상할 경우 국산차 수요의 상당수가 수입차 수요로 전환되며 상당수의 소비자가 자동차 구매를 포기한다고 주장했다.

KAMA 관계자는 “친환경차 협력금제도는 국산차 수요를 상당부분 수입차로 이전해 국내 자동차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국산차와 수입차 간 수요영향을 고려해 정책목적 달성과 자동차 산업발전이 조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완성차업계의 주장은 ‘자국 산업 지키기’에 대한 과도한 요구로 비칠 수 있지만 업계는 이 정도 보호는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완성차업계는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하는 모든 업체가 자국에서 일정 수준의 산업 보호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친환경차 협력금 제도의 모태라고 볼 수 있는 프랑스 보뉘스말리스(Bonus-Malus)는 독일기업에 비해 고도화된 기술력이 부족한 프랑스 완성차업계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라며 “미국, 일본, 독일 등 완성차 강국들은 이같은 제도를 실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친환경차 협력금제도가 중복규제라는 주장도 있다. 현재 ‘수도권 대기법’에 따라 자동차 판매자는 기준에 따른 저공해자동차를 보급해야 할 의무를 갖는다. 송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 역시 내연기관을 줄이고 친환경차 보급을 늘리기 위한 규제이기 때문에 중복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오는 2019년까지 관계부처 공동으로 친환경차협력금제도를 설계해 시행방안 및 시기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연구용역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업계의 극심한 반발 속에서 친환경차 협력금제도가 빠른 시일 내에 시행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2014년 CO2배출량이 많은 차 구매자가 보전금을 내는 ‘저탄소차협력금제도’를 실시하려다 업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2020년 이후로 시행을 유예한 바 있다. 친환경차 협력금제도는 사실상 이를 강화한 제도다. 적어도 기존 법안의 유예기간만큼은 보장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기대다. 제도의 효과에 대한 논쟁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도입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론 이 제도의 도입이 불가피한 만큼 국내 완성차업계는 친환경차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차 협력금제도 도입 논의가 시작되면서 업계가 관련 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9호(2017년 12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